303__ 조령모개 청년주택
- 뚱보강사
- 2021.05.28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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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보강사 이기성
303__ 조령모개 청년주택
조변석개(朝變夕改)는 아침에 바꾸고 저녁에 고친다는 것. 즉 정책이나 계획, 마음 따위가 수시로 바뀌는 모습인데, 조령모개(朝令暮改)보다 더 광범위하게 쓰이는 표현이다. 사람 마음이 수시로 바뀔 때는 조령모개 대신 조변석개를 쓴다. ‘화장실 갈 때 마음 다르고, 나올 때 마음 다르다.’는 게 조변석개. [한국경제] 2021년 5월 23일자에 서욱진 부장이 글을 올렸다. 4년 전, 2017년 ‘12·13 대책’에서 “혜택을 줄 테니, 임대사업자 하라”고 정부가 권했다. 그러나 집값을 못 잡자, 1년도 안 돼 정부가 줬던 혜택을 도로 빼앗고, 이듬해에 아예 임대사업제도 자체를 없애버렸다. 정부를 믿은 죄로, 투기꾼으로 낙인찍힌 임대사업자들은 졸지에 날벼락을 맞았다.
'정책 뒤집기'로 신뢰 잃어. [한국경제] 서욱진 건설부동산부장의 글이다. “부동산 대책이 안 먹히는 이유는?” 공자는 국가 경영에 중요한 것은 경제, 국방, 신뢰의 세 가지인데, 가장 중요한 것이 ‘신뢰’라고 했다. 이번 정부의 20번 넘는 대책에도 집값이 잡히지 않는 것은 ‘공급 부족’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하지만 지난 ‘2·4 대책’을 기점으로 공급 늘리기에 정책의 방점이 찍혔는데도 여전히 시장이 불안한 것은 왜일까? 시장이 정부를 믿지 않기 때문이다. 언론이나 야당 탓도 하지만 자업자득이다. 신뢰를 잃게 만든 건 ‘조변석개’ 정책이 원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크게 보면, 보유세는 강화하고 거래세는 낮추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고 했다.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을 수 있게, 보유세를 올리더라도 양도세는 내려줘야 한다는 게 정책 기조였다. 그러나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7·10 대책’을 발표하면서 “취득·보유 및 양도의 모든 단계에서 세 부담을 크게 강화하겠다”고 했고 이를 실행에 옮겨, 대통령의 말을 뒤집었다. 올해 기록적인 공시가격 인상(서울 19.9%)으로 보유세는 급등하고, 다음 달부터 양도세율(최고 75%)도 크게 오른다.
남양주 왕숙부터 서울역까지 15분이면 온다는 GTX를 앞세운 ‘3기 신도시’가 못 미더운 것은 2기 신도시의 참담한 현실 때문이다. 출근 시간에 김포 장기역에서 ‘지옥철’로 불리는 경전철(골드라인)을 한 번 타보자. GTX-D가 김포에서 부천까지만 가는 ‘김부선’이 된 것에 왜 분노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뒤늦게 선심 쓰듯이 용산이나 여의도까지 연장하는 걸 검토하겠다고 하니 복장이 터진다. 위례신도시, 양주 옥정신도시 등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는 “2기 신도시는 안타깝지만, 3기는 제대로 할 테니 믿어 달라”고 한다. 하지만 2기 신도시 교통망부터 챙기는 게 순리가 아닌가? 3기 신도시가 과연 2기처럼 되지 않을 거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나?
17세기 유럽은 복도가 없다
복도(corridor, 複道)는 건축물 내부 또는 건축물과 건축물 사이에 지붕을 씌워 다닐 수 있도록 연결해 놓은 통로이다. 복도는 놓여 있는 형태에 따라 편복도·중복도·회랑복도 등으로 나뉘는데, 폭은 주택에 있어서 최소한 90 cm가 되어야 하며, 보통 전체면적의 10%의 넓이로 하여야 한다. “교도소보다 못하다… ‘타인은 지옥’ 된 문재인 정권의 청년주택”이라고 [조선일보] 2021년 5월 15일자에 노정태 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이 보도했다. 요즘 유행하는 웹툰 내용. 죄책감을 느끼며 고시원으로 돌아온 종우는 출출함을 느끼고 라면을 끓여 먹으려 한다. 그러자 같은 층에 사는 깡패가 내 것도 끓여달라면서, 다른 사람이 너를 계속 쳐다보고 있던 것을 알고 있느냐고 묻는다. 낯선 이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사는 이 좁은 공간, 얇은 벽 너머로 말소리가 모두 들리는 이 고시원에는 뭔가 더 끔찍한 비밀이 있는 듯하다. 네이버에 연재된 웹툰 <<타인은 지옥이다>>의 줄거리다. 이토록 한없이 찜찜하고 불쾌한 설정의 이야기가 누적 조회 수 8억 회를 기록했다. 드라마로도 만들어져 인기를 끌기도 했다. 모르는 사람끼리 부대끼고 살아야 하는, 사생활을 지키기 어려운 공간. 고시원에서 겪게 되는 스트레스를 장르적으로 표현해낸 이야기가 젊은이들의 공감을 얻었던 것이다.
거의 모든 고시원의 구조는 비슷하다. 매 층마다 복도가 쭉 이어져 있고, 양쪽으로 방이 줄줄이 배치된다. 최소한의 면적을 최대한 쪼개야 하므로 벽돌이 아니라 합판 따위로 방을 나눈다. 방음이 될 턱이 없다. 옆방 사람이 누구와 무슨 통화를 하는지, 저녁 먹은 게 소화가 안 되어서 방귀를 뀌는 중인지, 알고 싶지 않아도 알게 된다. 시각은 차단되지만 청각이 뚫려 있기에 사생활을 보장받지 못한다. 우리는 각방을 쓰는 고시원에 살면서도 사생활이 지켜지지 않는다고 불만을 품는다. 하지만 17세기 이전에는 심지어 왕과 귀족도 그만큼의 사생활을 누리지 못했다. 애초에 ‘복도’라는 건축 요소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복도는 놓여 있는 형태에 따라서, 편복도·중복도·회랑복도 등이 있는데, ①편복도는 채광이나 통풍에 유리하고 각 방의 프라이버시(privacy)가 보장되는 반면, 면적을 많이 차지한다. ②중복도는 각 방의 프라이버시 보장이 비교적 덜 되는 반면, 편복도에 비해서 각 방의 면적을 비교적 크게 잡을 수 있다. ③회랑복도는 각 방의 둘레에 있는 경우와 건물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2가지가 있는데, 면적을 특히 많이 차지하는 단점이 있다.
17세기 유럽에서 각각의 방은 복도가 없이 서로 이어져 있었다. 사람들은 원치 않더라도 서로의 방을 통과해야만 했다. 엄마와 아빠가 동생을 만드는 중이건, 오빠가 간이 변기에서 용변을 보는 중이건, 남의 방을 통과해야만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서 완전히 떨어진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프랑스 역사학자 조르주 뒤비(Georges Duby, 1919~1996)와 그의 학문적 동료들은 <<사생활의 역사>>라는 5권짜리 대작을 함께 썼다. 서구에서 사생활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그것이 구체적인 삶의 양식과 어떻게 맞물려 있었는지 파헤친 학문적 블록버스터였다.
그 작업에 참여했던 역사학자 미셸 페로(Perrot, Michelle)는 아예 <<방의 역사>>라는 별도의 책을 통해 복도의 탄생과 사적 공간의 출현에 주목했다. 17세기 영국의 대저택에 복도가 생기면서 비로소 사람들은 남의 방에 들어가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방마다 별도의 문을 설치하고 미리 노크하는 관습이 생겼다. 사람들은 아무도 없는 조용한 방에 홀로 앉아 근대적 의미에서의 ‘개인’이 될 수 있었다. 근대 철학은 사생활 발명의 연장선상에 놓인 사건이었다. 유럽의 17세기 사생활 혁명은 21세기에 이르러 상식으로 자리 잡았다. 나라마다,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그 추세는 분명하다. 가령 덴마크에서 새로 지은 감옥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어지간한 대학 기숙사보다 깨끗한 시설에 1인 1실, 개인별로 화장실까지 따로 쓰는 모습에 전 세계 네티즌들이 혀를 내둘렀던 것이다. 감옥이라도 각자 사생활을 지킬 수 있는 공간을 누리는 것, 그것은 인권의 핵심 지표라 할 수 있다.
2021년 현재, 우리의 청년들은 ‘사생활’을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일 밝혀진 바,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제공하는 서울시 역세권 청년주택 미분양 사태를 보면 분명히 그렇다. 문제의 청년주택 ‘용산 베르디움 프렌즈’는 교통의 요지에 자리 잡고 있으면서도 보증금과 월세가 주변 시세보다 저렴해 경쟁률이 매우 높았다. 하지만 현재는 무려 105명이나 입주를 거부한 상태다. 이유는 간단하다. 청약이 불발된 평형의 구성 때문이다. 2인 1실, 혹은 3인 1실의 셰어하우스 형태인데, 그나마도 추첨으로 모르는 사람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는 것이다. 난생처음 만나는 누군가와 주방, 거실, 심지어 화장실까지 나눠 써야 한다. 2021년 대한민국이 청년에게 제공하는 삶의 조건이다. 17세기 유럽 건물의 복도가 없는 것보다 더 악조건이다.
이것은 17세기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온 가장 기본적 인권인 ‘사생활’을 근본적으로 무시하는 처사다. ‘룸메이트’나 ‘하우스메이트’를 구해서 함께 사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일이다. 룸메나 하메를 구하는 사람은 본인이 직접 상대를 만나서 서로 조율하고 합의하는 반면, 서울시의 청년주택은 SH 측에서 추첨으로 짝을 지어주는 것이니 말이다. 군인의 숙소나 대학생의 기숙사, 혹은 수형자의 수감 시설처럼 매우 특별한 상황이 아닌 다음에야, 기존에 쌓인 신뢰 관계가 없는 ‘임의의 타인과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게’ 하는 주거 정책은 현대 문명국가에서 상상하기 어렵다. 문재인 정권은 청년 인권을 그다지 소중히 여기지 않는 듯하다.
웹툰 <<타인은 지옥이다>>는 협소한 공동 생활에서 벌어질 수 있는 가장 끔찍한 가능성을 상상한 작품이다. 나 또한 고시원에서 적잖은 기간을 살아봤기 때문에, 여러 측면에서 공감할 수 있었다. 사람은 얼마든지 서로에게 지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조금씩 배려하고 서로 노력한다면, 천국은 아니어도 그럭저럭 괜찮게 살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정치가 국민을 존중하지 않고 있다. 청년을 독립된 인격체로, 사생활을 보장받아야 할 주체로 여기고 있지도 않는 듯하다. 우리 스스로 서로 지킬 걸 지키며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다. ‘사생활 보호를 받지 못하는’ 고시원에서, 청년주택에서, 기타 온갖 열악한 주거 환경에서 부대끼고 있는 고단한 한국 젊음을 응원한다.
집 가져도 고통, 못 가져도 고통
[TV조선]의 홍연주 기자가 2021년 5월 26일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文대통령 만나 ‘부동산 지옥·세금폭탄·탈원전 중단’ 직격탄 날려”라고 보도했다. 김기현 권한대행은 26일 문재인 대통령 초청, 정당 대표 간담회에서 "주택문제도 지옥이고 세금 폭탄도 너무 심각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권한대행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5당 대표 간담회에서 한미정상회담, 부동산, 탈원전, 가상화폐, 인사 등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전반을 지적했다.
이날 오찬 간담회는 문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의 성과를 각 당 대표에게 설명하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한반도평화프로세스 재시동에 국회의 협조를 당부하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김 권한대행은 "집을 가진 것도 고통이고, 못 가져서 고통이고, 팔수도 없어 고통"이라며 "애꿎은 국민들이 투기꾼으로 몰리고 있는데, 잘못된 부동산 정책이 불러온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며칠 전 국민 부담을 탕감하는 정책을 내놨는데 과도한 국민 부담을 줄여드릴 수 있도록 대통령께서 힘을 보태주시길 부탁한다"고 강조했다.
[참고] <<사생활의 역사>>르네상스부터 계몽주의까지
필립 아리에스 , 조르주 뒤비 , 로제 샤르티에 엮음
이영림 옮김. 새물결 펴냄. 출간일: 2002-01-20 양장본
원서 : <<Histoire de la vie privee>>
***책소개***
프랑스 명문출판사인 ‘쇠유’에서 1985년에 펴낸 역사 시리즈. 이 책은 통상적인 역사책의 범주를 넘어 거대한 박물지(博物誌)에 가깝다. 조르주 뒤비와 필립 아리에스가 제안한 이 거대한 저작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유럽사 전시대를 다섯 시대로 나누어 각 시대마다 아날의 노장과 소장학자들이 사적인 생활의 역사를 기술하였다. 공적인 생활과 사적인 생활의 차이는 무엇일까? 우리는 공적인 사회에 살고 있을까?, 사적인 사회에 살고 있을까? 주민등록증으로 대표되던 개인의 상징이 핸드폰 번호나 인터넷 ID로 변화된 지금 이 시점에서, 사적인 생활의 의미에 대해서 묻는다.
이 책은 시대를 아우르는 키워드, 즉 시대의 남과 여, 그들의 사고와 감정, 몸, 삶의 태도와 관습, 흔적, 기초들을 관찰하고 양피지 문헌들, 승려복과 비단옷, 그리고 저택의 독에 새겨져 있는 사적인 것의 이미지들을 추적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처럼 역사를 거시적 관점에서 장악하며 '사적인 생활' 의 역사를 기술한 이 방대한 저작은 체계적인 종합을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영역과 다양한 주제, 다양한 접근 방법과 다양한 방법론이 하나의 거대한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조르주 뒤비와 필립 아리에스가 제안한 이 거대한 저작은 각 시대마다 로제 샤르티에, 니콜 카스탕, 마들렌 푸아질 같은 중진 역사가들과 신진 역사 등 40여명이 편집책임을 맡아, 자칫 지엽적으로 흐르기 쉬운 주제를 잘 조화시켰다.
(https://book.conects.com/product/bookDetail?goods_id=0100000825525)
[참고]
[한국경제] 2021.05.23., 서욱진 부장
[참고]
[조선일보] 노정태 전문위원, 2021.05.15.
[참고]
[TV조선] 2021.05.26. 홍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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