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 맞고 예쁜 한글 모양과 틀리고 예쁜 한글 활자 디자인
- 뚱보강사
- 2012.09.04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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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보강사 칼럼
109. 맞고 예쁜 한글 모양과 틀리고 예쁜 한글 활자 디자인
어제 밤 술에 잔뜩 취해 들어온 남편이 아침에 부인에게 사죄한다. “여보, 미안하오. 간밤엔 술이 너무 과했소. 눈에 멍까지 들어 돌아왔으니." 아내의 답은 “뭘요, 괜찮아요. 눈에 멍이 든 것은 집에 돌아온 다음이니까요”.
한글 활자는 줄기의 굵기에 따라 눈으로 느끼는 무게가 가볍거나 무거워 보인다. 줄기의 굵기(두께)에 따라서 가는(세), 보통(중), 굵은(태), 아주 굵은(견출) 등으로 나누어 서체 이름 앞에다 붙여서 표시한다. 로만 알파벳 문자도 다양한 굵기인 thin - light - medium - bold - heavy 등을 구분하여 제작하고 글꼴가족(패밀리)이라 부른다. 굵기에 따른 구분을 구체적으로 보면, ‘가는, 보통, 굵은, 아주 굵은 글자체’ 또는 ‘가는 본문체(세명, M), 본문체(보통 본문체, 중간 본문체)(중명, JM), 굵은 본문체(태명, TM), 아주 굵은 본문체(견출명, KM)’ 등으로 부르고 있다.
출판물(책)을 용도별로 살펴보면 단행본, 교과서, 잡지, 신문의 4가지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출판을 최종 출력 매체별로 구분하면 종이책과 전자책으로 나눌 수 있고, 전자책은 다시 디스크책과 통신망을 이용하는 화면책으로 나눌 수 있다. 책의 본문을 조판할 때는 본문체(바탕체/명조체) 활자를, 본문 중에서 강조용으로 사용된 것은 네모체(돋움체/고딕체) 활자를 사용한다. 본문용 활자 중에서 제목용으로 사용되는 것은 본문제목체(바탕제목체/명조제목)와 네모제목체(돋움제목체/고딕제목)가 있다.
전자책의 본문 활자는 모니터 화면으로 보는 특성상 종이 매체만큼 안정성이 좋지 못하여 기존 종이책용 활자와 달리 글꼴이나 자소의 굵기에 변화가 있는 활자가 필요하다. 모니터 화면상의 글자는 형광등과 같이 정지 상태로 보이지만 사실은 아주 짧은 시간의 보임과 아주 짧은 시간의 안보임이 반복되어 보이는 것으로 너무 빠르게 깜빡거려서 마치 정지해 있는 글자로 착각되는 것이다. 모니터용 본문체 활자는 돌기가 있는 것보다 돌기가 없는 네모체 형태로서 줄기의 끝부분을 둥글게 제작한 둥근네모체인 굴림체(마루고딕) 같은 형태가 부드럽고 크게 보인다.
[그림] 용도에 따른 구분(본문용/제목용/화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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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꼴을 개발할 때는 같은 본문체, 네모체, 제목체라도 어느 크기의
글자가 주로 사용되느냐를 결정하고 그 크기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
(charming point)을 나타낼 수 있는 글자꼴로 개발한다. 각 연령 층에 따라
평균 시력이 다를 수 있으므로 주요 대상 독자의 평균 시력에 맞추어서,
본문 조판에 사용하기로 결정된 활자의 크기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는 모양으로 개발된 활자를 사용한다.
활자의 미려도와 판독성, 문장의 가독성은 활자의 크기에 따라 변할 수
있다. 같은 ‘출’자라 하더라도 커다란 크기의 활자에서는 예쁘지만 작은
크기의 활자로 축소되면 미운 글자로 보일 수 있다. 100 포인트(35mm 사방)
크기 때 예쁘게 보이던 글자가 10.5 포인트(3.7mm 사방) 크기일 때는 미워
보일 수도 있다. 한글 음절의 모양(글자)은 축소나 확대시키면 그 모양이
똑같은 형태로 크기가 축소나 확대되지만 사진이나 선으로 그린 그림과
달리 미려도는 달라지는 것이다.
한글 한 글자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가상의 네모 틀(네모 상자)안에서
그 무게 중심과 가운데 중심을 조절하고 있으며, 한글 한 글자는 자음
자소와 모음 자소가 초성, 중성, 받침을 이루면서 네모 틀 안에서 자소의
크기와 모양과 자소와 자소간의 간격(속간격)을 변화시키게 된다. 그러므로
10.5 포인트(5호) 크기일 때 아름다웠던 글자 모양이 26 포인트(1호)로
커졌을 때도 동일하게 아름답다는 것을 보장할 수는 없는 것이다. 글자의
미려도는 자소간의 간격이나 줄기간의 간격의 변화에 따라서 크게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선의 글자인 로만 알파벳 글자와 가상의 네모 모양의 틀 안에 들어 있는 네모 틀 글자인 한글 음절 글자와는 확대나 축소했을 때에 그 글자의 아름다움(차밍)이 변하는 정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물론 음절에 따라 자소의 모양과 크기가 변하는 한글이 그 아름다움이 변하는 정도도 로만 알파벳에 비해 훨씬 크다. ‘가’자의 기역 모양과 ‘고’자의 기역 모양은 서로 모양이 다르고, ‘가’자의 기역 모양과 ‘강’자의 기역 모양은 모양은 비슷하나 기역의 크기가 다르다. ‘고’자의 기역의 크기와 ‘골’자의 기역의 크기도 서로 다르다. 반면에 로만 알파벳은 단어가 자음과 모음의 수평적 나열로 그치는 글자이므로 'golf'의 g나 ‘bag'의 g나 모양과 크기가 서로 똑같다.
한글 글자꼴을 개발할 때는 이 글자꼴이 활자로 개발되어 실제로 조판이 된 상태(한글전용 가로쓰기, 한글/한자 혼용 세로쓰기 등)에서 개발 목적에 맞는 아름답고 변별력 있고, 가독성이 높은 모습이어야 한다는 것을 중요시한다. 한글 글꼴을 평가할 때는 한글 음절을 쓰는 원칙(글꼴 제정 기준)에 부합하는 가를 먼저 살피고, 맞게 쓴 글자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평가해야 한다. 본문용 활자 쓰는(디자인하는) 원칙에 어긋난 틀린 글자 모양을 디자인하는 어리석은 디자이너가 되지 말자.
틀리게 제작하기 쉬운 한글 음절에는 ‘장’, ‘원’, ‘균’이 있다. 자음의 ‘지읒’과 모음의 ‘워’와 ‘유’자를 잘못 쓴 경우가 많이 발견된다. 한글 음절 몇 개(장, 원, 균)를 문화관광부가 개발한 글꼴별로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신명조체, 바탕체, 견명조체에서 틀린 글자가 자주 발견된다. 예쁜 것 이전에 규정에 맞는 글꼴을 디자인해야할 것이다.
[그림] 한글 글꼴 비교(장, 원, 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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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타이포그래피와 한글디자인>, 이기성, 한국학술정보(주)
[참고] ‘한글 글꼴 제정 기준’은 문화부에서 1990년에 제정, 발표했다. 이 기준에 맞추어 한글 문화바탕체와 문화바탕제목체가 디자인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