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 한글은 글자마다 예술작품이다

 

뚱보강사 칼럼

107. 한글은 글자마다 예술작품이다

 

유신시절에 꼬마 영구가 하느님에게 10만원만 보내 달라는 소원편지를 썼다. 우체국 직원이 고민을 하다가 편지를 청와대로 보냈다. 대통령은 편지를 보고 만원이면 충분할 거라고 생각하고 만원을 보내게 했더니 돈을 받은 영구가 감사 편지를 썼다. “하느님 돈을 보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청와대를 통해 보내 주셨네요. 늘 그렇듯이 그 도둑놈들은 9만원을 가로 챘습니다”.

 

책을 조판하기 위한 활자의 글자꼴 모양은 필요할 때마다 자기가 직접 손으로 쓸 때의 글자꼴 모양과 다를 수 있다. 자기 혼자만 보기 위한 메모지의 글자꼴은 자기만 알아보면 되므로 어떤 형태라도 사용할 수 있으나, 여러 명의 독자가 보아야 하는 책을 인쇄하기 위한 활자의 글자꼴 모양은 빠르고 정확하게 알아볼 수 있으며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문화관광부에서 주체가 되어 개발한 한글 문화바탕체는 원래 목적이 교과서 본문용 글자꼴 개발이었으므로, 자라나는 우리의 초등학생들의 성격이 온화하고 은근하도록 자소의 굽은 정도를 크게 하여 부드러운 느낌이 들도록 제작하였다. ‘우리 민족의 발전을 생각하고’ 제작한 문화바탕체와 그런 생각 없이, 아니면 도리어 ‘한국 민족 잘되지 말아라’라는 생각을 하고 제작한 글자꼴과는 차이가 있게 마련이다.

 

단순히 자소의 수평적 조합만으로 단어가 이루어지는 알파벳 글자꼴과 자소가 모여서 음절을 만들고 다시 음절이 모여서 단어가 되는 한글 글자꼴은 한글 활자 자소의 제작 방법이 당연히, 로만 알파벳 제작 방법과 달라야 한다. 그러나 출판이나 편집을 잘 모르는 디자이너의 경우에는 로만 알파벳의 타이포그래피 원칙을 그대로 따라서 디자인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주의하여야 한다.

 

한글 한 개의 음절은 초성과 중성, 또는 초성과 중성과 받침이 모여서 이루는 한 개의 예술품이다. 한글 음절 한 개가 예술 작품 한 개인 것이다. 현대 한글 1만 1172개의 음절이 각기 다른 작품이며, 1만 1172개의 예술품인 것이다. 한글 활자는, 한글 음절 하나하나를 작품 제작하듯이 정성껏 완성하여야 한다.

 

국전에 특선한 소나무 그림 1장이나 초등학생이 그린 소나무 그림 1장이나 같은 그림 1장이지만, 그림의 품질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사진을 찍듯이 꼼꼼하고 열심히 그린 소나무 그림이라도 그 그림 속에 작가의 철학이 들어 있지 않으면 훌륭한 그림이라 할 수 없는 것처럼, 한글 음절 1개에도 제작자(디자이너)의 철학이 들어 있어야만 훌륭한 글자꼴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관광부에서는 1991년 7월 5일 ‘한글 서체 개발위원회’를 구성하고, 초/중/고등학교 국어 교과서를 중심으로 제1차년도 개발 한글 글자(낱자와 낱내 글자) 조사를 2달간 실시하고, 1991년 10월 1일 ‘한글 서체 개발 연구진’을 확정하여 서체 개발에 착수하였다. 한글 서체 개발 연구진의 연구원에는 박종국, 이기성, 홍윤표 교수의 3명이 확정됐고, 교과서 본문체(바탕체)와 교과서 네모체의 서체 원도 제작자로는 최정순 옹이 임명됐다.

 

1991년 12월 14일 학계, 출판계, 인쇄계, 문화계 인사 약 110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글 글자체 표준 본그림/원도에 관한 공청회를 개최하였고(본문체), 1년 뒤, 1992년 12월 1일에는 한글서체개발운영위원회에서 한글 네모체(돋움체) 글자본 제정 기준을 확정하고, 1992년 12월 16일에는 옛한글 글자본 제정 기준 및 문장 부호 제정 기준을 확정하였다.

 

한글 음절은 초성, 중성, 받침이 모여진 것이다. 한글 글자(음절의 글꼴)는 네모 모양의 상자 안에 들어 있다. 초성/중성/받침의 자소가 눈에 보이지 않는 가상의 네모상자 안에 들어감으로 초성 자소(자음), 중성 자소(모음), 받침 자소(자음)의 크기와 모양이 음절에 따라서 작아지고 변화한다.

 

 정식으로 한글 글자꼴 연구를 하려면 먼저 그 명칭부터 제대로 알아야 할 것이다. 한글 음절 글꼴의 각 부분 명칭은 크게 가로줄기와 세로줄기로 구분한다. 가로줄기는 위가로줄기, 가운데가로줄기, 아래가로줄기, 짧은가로줄기 등으로 세분하고 세로줄기는 세로줄기와 삐침세로줄기 등으로 세분하여 부르기도 한다. 짧은가로줄기는 점이나 꼭지점으로 부르기도 한다.

[자소 명칭 그림]...

자소명칭.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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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한글 활자나 한자 활자의 한글 글자 모양을 분석할 때는 10~11포인트에서 주로 사용하는 글자이더라도 최소한 100포인트 크기(3.5Cm 크기)로 확대해서 분석한다. 3~4mm 정도 크기의 본문용 한글 활자는 30~50mm 정도로 확대하여 보아야 정확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것은 60mm(2치) 정도의 크기로 한글 원도를 제작해서 벤톤 조각(금속 활자)을 하던 전통 서체도안사 시절부터 내려온 관습이기도 하다.

 

한글 음절의 글자꼴(typeface)은 본문체(바탕체/붓체/명조체), 돋움체(네모체/고딕체), 제목체, 디자인체(그래픽체/장식체), 서예체(손글씨체), 쓰기체(필기체), 외래어(외국어)표기체, 탈네모틀체, 풀어쓰기체의 9종류와 기타체로 구분할 수 있다. 한글의 글자꼴은 학술적인 견지에서는 크게 4범주로 나눈다. 본문에 일반적으로 널리 쓰이는 바탕체(본문체), 본문에서 강조용으로 쓰이는 돋움체(네모체), 제목용으로 쓰이는 제목체(바탕제목체, 돋움제목체), 기타체의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기타체에는 장식용으로 쓰이는 디자인체와 서예체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한글의 글자꼴은 10가지의 범주로 구분하는 방법이 많이 사용된다.

 

붓보다는 새의 깃털을 필기 도구로 많이 사용하던 유럽에서는 로만 알파벳을 돌기의 유무에 따라 세리프(serif)체와 산세리프(sans serif, Gothic)체로 크게 구분한다.

 

[참고] <타이포그래피와 한글디자인>, 이기성, 한국학술정보(주)

 

[참고] 표준화된 명칭이 없으면 글꼴 모양의 구체적 설명이 어렵다. 문화관광부에서 명칭을 표준화시키기 전까지는 활자 제작자나 디자이너가 각자 나름대로 다른 부분 명칭을 사용하고 있었다. 문화관광부에서 제정한 ‘한글 교과서분문체 글자본 제정 기준‘에서는 가로줄기와 세로줄기 이외에 이응이나 히읗의 동그라미 부분을 둥근줄기로, 삐침세로줄기는 삐침줄기(사선)로, 치읓과 히읗의 짧은가로줄기를 점(꼭지점)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참고] 한글 바탕체/본문체는 다시 본문체, 릭스본문체, 문화바탕체, 바탕체, 명조체, 사켄명조체, 모리자와명조체, 신명조체, 신문명조체, 최정순명조체, 최정호명조체, 홍우동명조체, 휴먼명조체 등 여러 종류로 세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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