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 한글과 정음문자는 시청각 글자
- 뚱보강사
- 2012.08.29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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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보강사 칼럼
103. 한글과 정음문자는 시청각 글자
런던에서 금발 머리의 여자가 초미니스커트를 입고 육교를 오르자 뒤따르던 영국 신사가 “팬티 보인다”라고 한다. 그녀가 육교 중간쯤 올라갔는데 또 "팬티 보인다”고 한다. 금발 머리가 무시하고 육교에 다 올라갔다. 영국 신사가 또다시 “팬티 보인다”라고 하자 “야, 입지도 않은 팬티가 어떻게 보이냐? you are not real gentleman!”그러자 영국 신사 답은 “you are not real blonde, either!"
인류의 문화가 말하는 구술문화에서 쓰는 기술문화로 발전해왔다고 이니스(A. Innis), 데리다(J. Derrida), 맥루한(M. McLuhan)은 주장한다. 구술문화는 청각문화이고, 기술문화는 시각문화이다. 글자가 개발되기 전까지의 인류는 말(언어)에 의하여 의사전달을 하였고, 이는 공동체 구성원 전원이 같은 말을 사용하였고, 같은 말을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글자가 없고 말만 사용하는 사회에서는 전 구성원의 지식이 같을 수 있었으나 글자(문자)가 개발되고부터는 글자를 아는 부류(미디어리터러시 층), 즉 일부 특권층만이 지식을 독점하는 사회로 변화하여 왔다.
문화의 보관과 계승은 글자로 가능하므로 글자를 문화를 담는 그릇, 문화를 보관하는 그릇이라고도 한다. 그러므로 그릇인 글자의 좋고 나쁨이 문화를 정확하게 전승하는데 기준이 될 수 있다. 한글은 자소(알파벳)문자이면서도 한 단계 더 발전한 음소문자이다. 음소는 바로 구술문화의 기본이 되는 것으로 한글은 자소언어의 시각적 기술문화에다 음소가 조합하여 음절을 이루는 청각적 구술문화를 겸한 글자이다. 음소문자이면서 음절(구술)문자이므로 한글은 보는 글자이면서 한 글자(한 음절) 자체가 들을 수 있는 소리를 갖고 있는 시청각적 글자이다.
세간에서 현대가 전자매체시대, 인터넷시대, 디지털시대, 누리소통망(SNS)시대라고들 말한다. 현대는 시각과 청각을 둘 다 사용하는 멀티미디어시대이다. 특히 원하는 곳을 순서대로 찾아가지 않고 한 번에 찾아가는 방식인 하이퍼텍스트 방식을 사용하는 인터넷은 글자, 사진, 그림, 동영상, 소리를 골고루 사용하는 시청각문화의 대표적인 멀티미디어 의사소통(커뮤니케이션) 방식이다.
원래의 시각문화는 여러 곳을 동시에 볼 수 있는 문화였으나 글자의 개발은 글자와 단어, 문장과 문장을 따라서 순서대로 읽어가는 방식의 순차적(차례차례로) 방식의 문화로 변화시켜 시야를 좁게 만들었다. 한 쪽(페이지)을 스캔하듯이 통째로 보는 것이 아니라 글자를 찾아서 글자를 주로 읽는 것이다. 무의식적으로 시선이 자기가 아는 글자를 따라간다. 종이책을 볼 때는 맨 앞부분에 차례가 있어 여기에 쪽번호가 있고, 해당 쪽번호를 펴서 찾아보려는 곳으로 이동한다. 이렇게 한 번에 원하는 곳으로 이동하는 방식을 하이퍼텍스트 방식이라 하고, 차례를 보지 않고 300쪽 분량의 책을 1쪽부터 순서대로 넘기면서 원하는 쪽을 찾아가는 방식을 순차적 방식이라 한다.
인터넷에서는 원하는 곳으로 바로 가려면 해당 단어나 그림에다 마우스의 화살표 커서를 갖다 대어 화살표 모양이 손바닥 모양으로 바뀌면 마우스의 단추를 다닥 눌러서 한 번에 보고 싶은 곳으로 이동할 수 있다. 이렇게 손바닥 모양으로 바뀌는 것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 때 프로그램 짜는 사람이 미리 준비해놓았기 때문인데 이것을 하이퍼텍스트 연결 방식이라 한다.
따라서 인터넷 홈페이지에서도 메뉴에 나오는 모든 단추를 하나하나씩 순서대로 눌러서 찾아보는 순차적 방식과 원하는 단어(커서 모양이 손바닥으로 모양이 바뀌는)를 다닥 눌러서 바로 원하는 단어의 내용으로 찾아가는 하이퍼텍스트 방식의 두 가지를 다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은 빠르고 편리한 하이퍼텍스트 방식을 주로 사용하기마련이다.
또한 컴퓨터통신(pc통신)이나 인터넷의 채팅에서 많이 사용하는 그림글자인 이모티콘이나 개인용컴퓨터 운영체제 프로그램인 윈도나 맥오에스 프로그램의 손톱그림글자(아이콘)의 등장은 글자를 아는 특권층이 아니더라도 구술시대처럼 모든 사회인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모티콘이나 손톱그림글자 등 그림문자의 등장과 하이퍼텍스트 방식의 내용(콘텐츠/스토리) 표현은 글자를 사용하는 기술문화에서의 지식독점을 어느 정도 막을 수도 있는 것이다.
1443년 세종대왕은 어려운 글자가 아니어서 만백성이 쉽게 배울 수 있는 글자를 창제하여 지식독점을 막으려 했다. 사용하기 쉬운 현대의 인터넷문화나 그림글자문화의 장점을 이미 569년 전에 세종대왕은 아주 배우기 쉬운 한글을 창제함으로 특권층의 지식독점뿐 아니라 이로 인한 권력과 자본의 왜곡 현상을 타파하고자 시도했던 것이다. 조선 시대에 한글이 창제·반포되었을 당시의 공식 명칭은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뜻의 훈민정음. 훈민정음은 세계 2,900여 종의 언어와 글자 가운데 유네스코에서 최고의 평가를 받은 자랑스런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이다.
그러나 훈민정음 창제보다 3945년 전(그러니까 지금부터 4514년 전)인 BC 2181년에 단군조선 3세인 가륵단군이 경자 2년에 정음(알파벳) 38자를 만들어 가림토문자라 불렀다는 기록이 있다. 어려운 고한자(녹도문자/갑골문자)와 쉬운 고한글(정음문자/가림토문자)의 두 종류 문자가 단군조선(고조선) 시대에 사용된 것이다. 조선시대처럼 고한자는 뜻글자이고 고한글은 소리글자였을 것이다. 가림토문자(정음문자)의 알파벳은 자음과 모음이 28개인 세종대왕의 훈민정음보다 10개 더 많은 38개였다.
한글디자인에 대하여 연구하려면, 먼저 로만 알파벳과 특성이 다른 한글 음절 글꼴의 특성을 확실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자음과 모음이 일렬로 이루어져 단어가 되는 글자군과 자음과 모음이 다시 초성과 중성, 받침의 조합으로 새로 구성되는 음절 글자군의 글꼴은 그 성격부터가 다르다. 따라서 한글을 디자인하려면 한글은 영문자처럼 자음과 모음을 제작함으로 완성되는 글꼴이 아니므로 네모꼴 형태 음절 글자군의 글꼴 제작 컨셉을 연구해야 한다.
음절 글자군 디자인은 초성, 중성, 받침의 자소로 사용되는 자음 자소와 모음 자소를 미리 디자인하여 놓고, 이 자소들의 모양과 크기가 글자(음절)에 따라 네모틀 안에서 다시 어떻게 변화하느냐를 파악하여야 음절 글꼴을 정상으로 제작할 수 있다.
다시 정리하면, 로만 알파벳의 글자 구조는 받침이 없는 풀어쓰기 글꼴 구조와 같으나, 한글은 자음과 모음이 모여서 다시 초성과 중성, 받침으로 조합하여 음절을 구성하므로, 그 특성이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한글 음절의 글자꼴은 본문체(바탕체/명조체), 돋움체(네모체/고딕체), 제목체, 디자인체(그래픽체), 서예체, 쓰기체(필기체), 외래어(외국어)표기체, 탈네모틀체, 풀어쓰기체, 기타체의 10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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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타이포그래피와 한글디자인>, 이기성, 한국학술정보(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