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 저작권과 바이러스
- 뚱보강사
- 2019.09.16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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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 저작권과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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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보강사
192. 저작권과 바이러스
1. 원조 바이러스 프로그램
개인용컴퓨터가 보급되자 저작물 불법복제 사건이 벌어진다. 그 원조는 1986년에 파키스탄에서 발명된 소프트웨어인 파키스타니 바이러스 프로그램이다. 파키스타니 바이러스는 개인용컴퓨터(PC)의 기본 메모리를 7KB 감소시키는 바이러스 프로그램의 이름으로 브레인 바이러스(Brain virus)라고 많이 알려져 있다.
“형, 내가 다음 번 단속 때 감옥에 들어갈 차례라는데”. “아우야, 네가 몇 달간 구속되었다가 나오는 것이 우리 파키스탄의 더 큰 피해를 막아주는 거야”. 당시 파키스탄에서는 1년에 2번, 봄/가을에 프로그램 불법 복제 일제 단속을 한다. 미국의 저작권 단속 요청에 의하여 마지못해 불법 복제업자를 몇 명씩 구속시키는 것. 그런데 그 동네 전자상가 구멍가게 수 백 개를 전부 구속할 수 없으니 순서를 정하여 일제 단속 때마다 몇 명씩 감옥에 보내기로 상가와 단속반이 내정한 것이다.
정부가 단속을 안 하면 미국 측의 공개적인 압력이 들어온다.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돈 주고 사지 않고 불법으로 디스켓을 복사하여 공짜로 사용하는 민족은 문화가 미개한 민족이란다. 미국인은 원래 문화가 높은 민족이라 소프트웨어를 반드시 돈을 지불하고 사용한다는 것.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에서도 파키스탄인은 문화가 낮은 민족이라 소프트웨어를 사서 쓸 생각을 못하고 공짜로 복사하여 사용한다는 것. 1980년대 중반에는 애플 컴퓨터용 비지칼크(visi-calc), 아이비엠 피씨용 디베이스(dBASE), 로터스(LOTUS) 같은 소프트웨어가 유명 상품이었다.
전자상가 내에서 20대 중반의 형 아형과 동생 아동 둘이서 조그만 구멍가게를 하는데 주로 팔리는 것은 비지칼크 소프트웨가 담긴 5.25인치 디스켓과 디베이스나 로터스 소프트웨어가 담긴 5.25인치 디스켓이었다. 방송에서는 미국인은 문화인이라서 소프트웨어 원본 디스켓을 돈을 지불하고 사용한다고 했는데, 이상하게도 파키스탄에서 1년간 근무하고 귀국하는 미군들은 원본 소프트웨어를 사는 것이 아니라 불법적으로 복사된 비지칼크나 디베이스, 로터스 디스켓을 수 백 장씩 구입하는 것이다. 아형과 아동은 장사가 잘 되어 좋긴 하지만 이해가 가질 않았다. 미군들이 당시 한 개당 30만 원인 원본 소프트웨어를 사질 않고 1만 원하는 불법으로 복제된 디스켓을 1개도 아니고 대량으로 구입하다니. 몰래 이야기를 들어보니 3가지 소프트웨어를 100개씩 구입하면 300만원인데 미국에 돌아가서 이걸 10만원씩에 팔면 3000만원이 들어오니까 미국에 귀국하면 2700만원씩 돈을 번다는 것이다.
몇 달 뒤에 감옥에 갇힐 걸 생각하면 할수록 동생 아동은 화가 났다. 방송으로는 미국인은 문화인이라 불법 소프트웨어는 사용하지 않는다면서, 자기네 가게가 있는 전자상가 여러 곳에서 수백 개씩 복제 디스켓을 구입해서 미국에 돌아가서는 불법 복제된 디스켓으로 장사를 하다니. 그렇다면 미국인도 파키스탄인과 같은 미개인이라는 이야기인가? 아동이 이 의문을 풀기 위해서 꾀를 냈다. 자기네 가게서 사간 디스켓에다 ‘저작자 표시’를 나타내는 특별한 증거를 숨겨놓은 것이다.
2년 후인 1988년에 미국 정보부 높은 사람과 러시아 정보부 높은 사람이 비밀리에 만났다. 미국 측이 묻는다. “요새 미국 개인용컴퓨터에다 무슨 공작을 했는가?” “아니요, 무슨 이야기?” “그러지 말고 해결책 좀 알려주시오”. 러시아 측이 정색을 하고 답한다. “우린 미국내 개인용컴퓨터에다 공작한 것 진짜로 없어요”. “그런데 왜 10만 대가 넘는 미국내 개인용컴퓨터가 이상해졌지요?”. 1년 동안에 미국에서 불법 복제된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사람이 10만 명이 넘는다는 결과였다.
미국이나 소련은 파키스탄 형제가 불법으로 복사한 디스켓에 숨겨놓은 이 브레인바이러스를 알지 못했다. 세계 최초로 탄생한 바이러스 프로그램이었으니까. 이 프로그램은 5.25인치(360 킬로바이트 용량) 크기의 디스켓만 감염시키는 바이러스였다. 개인용컴퓨터의 전원을 켜고 시작을 할 때 디스켓의 일정 부분을 감염시켜 컴퓨터가 시작되는 작업을 약간 방해하는 정도이고, 브레인 바이러스에 걸렸다는(감염되었다는) 표시로 디스켓 한쪽 구석에 "C-브레인(C-Brain)" 글자를 표시하였다. 1988년부터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파키스탄에서 근무하던 미군이 일본이나 한국으로 근무지를 이동한 탓인지 일본, 한국에도 브레인바이러스에 걸린 디스켓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한국은 오산 부근과 부산 근처의 개인용컴퓨터에서 브레인바이러스가 발견되더니 곧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어둑컴컴한 지하실에서 들리는 고문하는 소리. 퍽, 퍽, 으악, 으아악. “야! 빨리 브레인 바이러스에 걸린 컴퓨터를 치료하는 방법을 말해”. “문화인이라는 네 나라 대통령이 ‘파키스탄인이 미개인이 아니다’라고 말하면 치료법을 가르쳐줄게”. “이놈이 아직 덜 맞았네”. “순순히 말할래, 아니면 더 맞고 말할래”. 결국 죽도록 맞고서야 브레인 바이러스를 치료하는 백신 프로그램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일부 국가에서는 인터폴을 통해 브레인 바이러스 제작자를 파키스탄에서 찾아내어 백신프로그램을 구했다. 그러나 당시 한국에는 최철용과 안철수라는 두 명의 천재 대학생이 있었다. 그 둘은 각기 브레인 바이러스 퇴치 프로그램을 만들어냈다. 정보시대라는 잡지사에서는 ‘월간 마이크로소프트웨어’ 잡지에 최철용의 백신 프로그램과 안철수의 백신 프로그램을 둘 다 소개했다. 안철수는 고맙게도 새로운 바이러스 프로그램이 출현할 때마다 백신, 브이원, 투, 투플러스, 쓰리(Vaccine, V1, V2, V2plus, V3)라는 이름으로 컴퓨터바이러스 퇴치용 백신 프로그램을 계속 개선해나가면서 개인용컴퓨터 사용자들에게는 수십년간 무료로 제공했다. 최철용은 브레인 바이러스 이후에 출현하는 바이러스의 백신 프로그램 개발은 안철수에게 맡기고, 개인용컴퓨터에서 사용하는 한글활자 프로그램인 한글도깨비 프로그램 그리고 한글 활자 디자인과 폰트롬(font ROM) 개발에 매진했다.
일설에 따르면 5.25인치 크기의 디스켓(플로피 디스크)에만 감염되고 디스크의 볼륨 라벨을 ©Brain으로 바꾸는 브레인 바이러스 프로그램을 만든 파키스탄의 두 형제 중 26세인 형 이름은 ‘암자드 알비’, 19세의 동생은 ‘바시트 알비’였고, 그들이 운영하는 컴퓨터 대리점 가게 이름이 ‘브레인’이어서 저작권 소유 표시인 C를 추가하여 씨브레인;(c) Brain 글자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디스켓의 이름(disk volume)으로 보이게 했다고도 한다. 브레인 바이러스에 걸린 디스켓에서 발견되는 글자 일부를 소개한다(Welcome to the Dungeon (c) 1986 Basit & Amjads (pvt) Ltd VIRUS_SHOE RECORD v9.0 Dedicated to the dynamic memories of millions of virus who are no longer with us today...).
또 바이러스 프로그램을 제작한 목적도 자기들이 만든 프로그램이 불법으로 복사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는 소문도 있었다. 브레인 바이러스 프로그램은 Lahore, Pakistani, Pakistani Brain, Brain-A, UIUC, Pakistani flu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다.
2. UCC와 베른조약
저작권에 관하여 지역 문화에 따라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 유럽 쪽에서는 정보나 지식을 알려면 돈을 내야한다는 문화(copyright)가 우세하고, 아시아나 아프리카 쪽은 정보나 지식은 공짜라고 생각하는 문화(copyleft)가 우세하다. copyright 문화는 저작권이란 창작물을 만든 사람이 자기가 만든 창작물(저작물)에 대해 가지는 권리를 법적으로 인정하는 문화이고, copyleft 문화는 copyright의 반대 개념으로 지적 창작물에 대한 권리를 모든 사람이 공짜로 공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문화이다.
한국 사람이 미국에 여행을 가서, 알고 있는 친구네 집 주소로 만나러 가서 초인종을 누르니 다른 사람이 나와서 “그 사람은 이사 갔습니다”라고 한다. “어디로 갔는지 주소를 알려주실 수 있냐?”고 물었더니 모른단다. 일반 한국 사람은 집주인이 친구가 이사 간 주소를 모르나보다 하고 그냥 돌아오기 쉽다. 그러나 정보나 지식이 돈이라고 생각하는 미국 문화를 아는 사람이라면 지갑에서 20달러짜리 한 장을 주면서 “어디로 갔는지 주소를 알려주실 수 있냐?”고 다시 물어볼 것이다. 십중팔구 이사 간 주소를 가르쳐준다. “거기 어떻게 가는지 아십니까?”라고 물으면 모른다고 할 것이다. 이번에는 100달러짜리 한 장을 주면서 “거기 어떻게 가는지 아십니까?”라고 물으면 친절하게 안내해줄 것이다. 정보나 지식의 가치를 돈으로 계산하는 copyright 문화와 그렇지 않은 copyleft 문화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세계저작권조약(Universal Copyright Convention; UCC)이나 베른조약에 가입한 국가는 유럽에 있거나 아시아에 있거나 상관없이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의 저작자 혹은 그 승계인의 권리는 저작권법에 의해 법적으로 보호된다’. 저작권은 16세기 영국에서 출판권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19세기 국제문예협회 주도로 체결된 베른협약으로 구체화됐다. 저작권법은 저작권이 형성된 모든 저작물을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는 사용하지 못한다. 단지 공표된 저작물을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이용하거나, 이에 준하는 한정된 범위 안에서 이용하는 경우에는 저작물을 복제하고 또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춘천에서 열린 출판저작권세미나에서 이중한 서울신문사 논설위원과 이기성 한국전자출판연구회장은 세미나 참석자 대부분이 미국이 강력하게 권하는 베른조약에 가입하자고 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그 대신에 UCC(세계저작권조약)에 가입을 해야 우리나라에 유리하다고 목청을 높여 주장했다. 다행히 신현웅 문화체육부 국장을 위시한 저작권과의 적극적인 지지로 1987년 10월에 UCC에 가입하게 되었다. UCC와 베른조약의 근본적인 다른 점은 조약 가입 이전부터 소급해서 외국의 저작물을 보호하는 것과 가입 이후부터 외국의 저작물을 보호한다는 것이었다.
UCC는 세계저작권조약의 영어 약자로 ‘저작권 보호를 위한 국제조약’을 말한다. 국제연합 유네스코 소관으로 이 조약의 특징은 저작권의 보호를 위해서 무방식주의를 취한 베른조약 동맹국과 저작권의 보호요건으로서 등록 · 납본 등의 일정한 방식을 요구하기 때문에 베른조약에 가맹할 수 없는 나라를 연결하는 가교적 조약이라는 점이다. 무방식주의국의 저작물이 방식주의국에서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방식주의국에서 정한 소정의 요건을 구비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이 조약은 모든 복제물에 ⓒ표시를 함으로써 방식주의국에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제도를 채용하고 있다. ⓒ표시는 ‘ⓒ기호(copyright의 머리글자), 저작권을 갖는 사람의 이름, 최초의 발행연도’ 의 3요소로 구성된다. 이 밖의 특징으로 ‘저작권의 보호에 자기네 나라 국민을 우대하는 원칙을 채용하는 점’, ‘이 조약과 베른조약 양쪽에 가맹되어 있는 나라 상호간에 대해서는 베른조약이 우선적으로 적용된다는 점’ 등이 있다.
베른조약(Berne Convention)은 1886년 스위스의 수도 베른에서, 저작권을 국제적으로 서로 보호할 것을 목적으로 체결된 조약으로 정식 이름은 ‘문학 및 미술 저작물 보호에 관한 국제협정’이고, 만국저작권보호동맹조약이라고도 한다. 이 조약은 대개 약 20년마다 규정을 개정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이 발효되면 당연히 베른조약에 가입해야만 함으로, 한국은 WTO 협정이 1995년 7월부터 발효됨에 따라 1996년에 가입하였다.
베른조약은 무방식주의, 속지주의, 내국민 대우, 보호기간의 상호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베른조약은 첫째(무방식주의): 저작물의 완성으로써 저작권이 발생하는 것으로 하고, 등록 등을 필요로 하지 않는, 무방식주의(無方式主義)를 채택하고 있다. 둘째(속지주의): 가맹국은 서로 다른 가맹국 내에서 공표된 저작물은 물론이고, 아직 공표되지 않은 것이라도 서로 보호할 것. 이것은 이른바 속지주의(屬地主義)로서, 설사 가맹국 국민의 저작물이라도 가맹국 이외의 장소에서 최초로 발표된 것은 보호를 받지 못한다. 셋째(내국민 대우): 보호를 필요로 하는 외국인의 저작물에 대해서도, 그 국가가 자국민(自國民) 저작물에 대하여 부여하고 있는 것과 같은 보호를 해야 한다. 넷째(보호기간의 상호주의): 상대국의 보호기간이 자기 나라의 기간보다 짧을 경우에는 짧은 쪽의 기간만큼만 보호하면 된다. 보호기간은 사후기산주의(死後起算主義)로 되어 있으며, 저작자가 살아있는 동안과 ‘저작권자 사후 70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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