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禮)에 개입하는 정치 --치과 임상 9월호

 

()에 개입하는 정치---------------------김평일

19977월 미국 일리노이 주 수도 스프링필드를 방문 했었다. 링컨 묘 바로 옆에는 한국전 참전 일리노이 주 출신 전사자 위령탑이 있었다. 무궁화나무 울타리에 무궁화 나무 싸립문이 인상적이었다. 싸립문을 들어서자 우리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나는 발을 멈추고, -애국가가 끝날 때까지 부동자세로 거수경례를 하였다.-여기 자유와 평화를 위해 피 흘린 용사들 잠들다.- 여기 나를 위해 죽어간 혈맹의 젊은이들 잠들다. 드 높은 위령탑에 깨알처럼 새겨 놓은 전사자 명단. 싸립문 정면에 새겨진 말씀 피는 물보다 진하다.” 나는 그분들에게 내 영혼으로부터 절절한 감사의 정을 기도로 올리는 예()를 취하였다. 이런 예()는 사람이 갖출 당연지사(當然之事)며 인간의 도리이다

그러나 이런 예()에 정치논리가 개입되면 예()가 아니다. 세월호를 타고 소풍 가던 학생들, 여객들, 우리는 마땅히 예를 갖춰야 도리다. 또 꼭 같은 죽음, 마린온 해병대 헬기의 희생자 죽음 역시 예를 갖춰야 한다. 그러나 여기 정치논리가 개입되면 예()라는 미덕은 모독 된다. 세월호 사고 책임이 선장 선주의 책임을 넘어, 정권교체라는 결과 까지 확대 되니 예()는 뒷전이요 돈 권력의 이야기가 앞선다. 세월호 인양에만 1000억원 이상을 국고에서 지원했고, 사망자 보상도 사망 1인에 8억 이상 그리고 국가 순직에 준한 예우를 계속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열기가 대단함을 거듭하면서, 망자에 대한 최악의 모독 시체장사라는 말까지 나왔다.

한편 마린온 해병대 헬기의 희생자 죽음은 관계자의 통렬한 책임문책과 사건 재발 방지에 국력을 기울려야 할 텐데, 정치논리가 개입할 가치조차 없었는지, 정치인들은 무덤덤 관심에 문상도 잘 하지 않았다. 포항 시민들 그리고 해병대 용사들, 유족들의 조촐한 장례식은 예()의 미덕을 잘 들러냈고, 유족들은 조의금 전액을 해병대 용사들의 복지에 보태달라는 아름다움을 남겨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란 참으로 아름답다.

주검에 대한 예()는 국경을 초월한다. 혈맹 미국뿐 아니라 참전 16개국 즉 유엔군에 대하여 우리 국민은 얼마나 아름답게 예를 갖추고 있는가? 이번 북한에서 발굴한 6.25 전쟁 참전용사 미군 유해가 한국에 도착했는데, 우리 정치인들 중 누가 마중 나가 고개 숙여 예()를 표했나? 세월호 희생자 추모 리본은 4년씩 달고 있는 정치인들, 불법 정치자금 때문에 자살한 의원 장례 문상에 줄지은 정치인들, 주검 앞에서는 대의를 따를 뿐, 정치적 계산이 앞선다면, 망자는 저승에서 어찌 명복을 누릴 것인가?

일본 패망을 1941년 진주만 기습에서 예측하고 한반도 경영을 준비한 패권 팽창주의자 스탈린(소련의 독재자)의 야욕 때문에 자행된 북한의 총공격으로 우리의 자유와 평화가 낙동강 전선까지 밀려 풍전등화 위기에 있을 때, 연합군을 지휘 인천 상륙작전에 성공한 영웅 맥아더 원수의 동상은 일전에 어느 목사가 주도하는 괴한들의 습격으로 불에 지펴지는 훼손을 입었다. 아무리 세상이 바뀌어 적화통일 직전이라도 그것은 의거가 아닌 김정은에 대한 아부가 확실하다 그 목사님은 왜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그런 의거(?)를 하지 못했나?-아부 아첨은 매우 정치적인 개념이다

조건 없는 예의 출발이 아쉽다. 기회만 되면 줄서기, 찬스만 있으면 줄타기가 바로 정치라고 믿는 정치꾼들은 권력이라는 계절 따라 이리저리 날아드니 철새 잡새라고도 한다. 세월호 리본을 예()로 달아야지 -정치적 방편으로 삼는 것은 예()에 대한 모독이요 -창피한 현실이다. 모든 상례는 3년상을 넘지 않는다는데 벌써45년차를 바라보니 이러다 태극기 대신 깃발 이 될듯하다.

하던 지랄도 멍석 깔아 주면 안하는 까닭은, 지랄의 흥과 자유를 멍석이라는 조건과 규제로 멈추게 한 까닭이다. ()는 자연스럽게 우러나야 예가 된다. 지랄도 자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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