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 산타아나 바람과 컴퓨터 인터뷰와 화이트 플라이트

 뚱보강사    83. 산타아나 바람과 컴퓨터 인터뷰와 화이트 플라이트 

 

경향신문 디지털팀에 의하면 패널나우(온라인리서치 전문회사)가 2012년 1월 23일부터 27일까지 회원 2만9736명을 대상으로 ‘스마트폰으로 가장 많이 하는 일은 무엇입니까’라는 설문 조사를 진행했는데 ‘인터넷 서핑’이 25%(7560명)로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전화 통화’는 4%(1089명)에 그쳤다. ‘애플리케이션 이용’이 23%(6756명)로 2위, ‘게임’이 12%(493명)로 3위, ‘문자’가 11%(3395명)로 4위, ‘시간보기’가 6%(1787명)로 5위였다. 스마트폰의 주 용도가 ‘인터넷 서핑’이라고 조사된 것은 휴대전화의 기본기능을 ‘전화걸기’로 알고 있는 기성세대의 예측을 크게 벗어난 결과이다. 문자주고받기보다도 전화통화가 적었다니. 3만 명 정도의 통계 집단이라면 믿을 만한 결과일 텐데.

 

잡지사나 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할 때는 당연히 인터뷰할 대상을 직접 만나서 사진도 찍고 인터뷰 내용을 녹음하고 메모도 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뚱보강사가 미국 여행을 왔는데 한국에서 인터뷰를 하자는 메시지가 왔다. 서울에서 LA로 국제전화가 온 것이다. “이번 달 잡지 <기록과 보존>의 ‘기획/탐방 취재’ 특집에 선생님 인터뷰 기사가 나갑니다. 언제 찾아뵐까요?” “아니, 그럼 미국으로 오실겁니까?” “아뇨, 전화나 메시지 교환으로 하지요. 질문 내용은 메일로 미리 보내겠습니다” “화상통화를 하자는 이야기인가요?” “아뇨, 질문 메일에 답변을 메일로 보내주시면 제가 바로 전화를 드리겠습니다.” “인터뷰 기사에 제 사진은 안 들어가나요?” “뚱보강사님 사진이 제일 문제인데, 갖고 계신 사진을 몇 장 보내주시면 우리가 분위기에 적합한 것으로 골라 싣겠습니다. 가능하다면 지금계신 미국에서 찍은 것으로 부탁드립니다”.

 

서율서 가져온 노트북으로 메일을 열어 인터뷰용 질문을 받았다. 답변을 작성하고 적당한 사진 파일을 찾아내서 잡지사로 보내주려고 생각하고 있는데 국제전화가 왔다. 잡지 마감일이 급해서 그러니 내일 낮 12시까지 답변 메일과 사진 파일을 보내달라는 내용. A4 크기로 8페이지 분량의 내용을  아래아한글 워드프로세서로 작성하다보니 새벽이 되었다. 사진만 고르면 되니까 눈 좀 붙이고. 아침에 세복이 형님이 픽업하러 왔는데 아직까지 맘에 드는 사진을 다 찾지 못했다. 서울 집 컴퓨터나 연구실 컴퓨터 하드에는 사진이 많지만. 세복이 형님이 산타아나에 있는 친구와 12시에 만나서 점심하기로 했으니, 가면서 일을 하라고 재촉한다. 차 안에서 노트북을 샅샅이 뒤지면서 사진을 찾아내었다. 그런데 막상 산타아나에 도착하니 인터넷을 접속할 수 있는 스타벅스 같은 커피샵을 찾을 수 없다.

 

스마트폰이 인터넷 서핑용으로 많이 사용되는 것이나, 커피샵을 와이파이 인터넷 연결 장소로 생각하는 것이나 주객이 전도되기는 마찬가지. 산타아나에서 가게가 백 개도 넘게 입주한 무지하게 큰 쇼핑몰인데도 와이파이 되는 커피샵이 안 보인다. 할 수 없이 친구네 집으로 찾아가서 인터넷으로 답변 메일을 보냈다. 그런데 사진 파일들이 용량이 커서 그런지 네트워크 문제인지 전송시간이 한참 걸린다.

 

로스앤젤레스에서 남쪽으로 조금 내려가다가 산디에고와 멕시코 국경이 나오기 전에 먼저 만나게 되는 산타아나(Santa Ana)는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의 오렌지 카운티(Orange County)에 있는 도시 이름이며 동시에, 산타아나에서 부는 바람의 이름이기도 하다. 2006년 10월 라디오코리아에서 김혜정 기자가 방송한 내용을 요약해서 소개한다.

 

해마다 이맘때면 캘리포니아 지역에는 고온 건조한 '산타아나' 강풍이 기승을 부립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산타아나 강풍 시즌이 다가오면서 이미 남가주 일원에 산불 주의보가 내려졌습니다. 매년 10월 중순부터 남가주 지역에서 발생하는 ‘산타아나 바람’으로 대형 산불 발생이 우려 됩니다. 국립 기상대는 LA 카운티를 비롯해 벤츄라 벨리 지역 등 남가주 일원에 이번주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산타아나 바람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예보했습니다. <중략> 오렌지 카운티의 경우는 산불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지난 6월까지 비가 내린 양은 모두 평균보다 5인치나 떨어진 8.5 인치로 기록되면서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계속되고 있는 남가주 지역의 건조한 날씨와 함께 산타아나 강풍까지 불면서 산불 발생에 대한 우려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가고 있습니다.

동아일보 김형찬 기자가 '길들여지지… 변덕쟁이 날씨… 네 정체는 뭐야?‘라는 기사에서 산타아나 바람에 대하여 쓴 글을 요약한다.

 

“그날 밤 사막의 뜨거운 바람이 불어왔다. 그것은 뜨겁고 건조한 산타아나 가운데 하나로 산을 가로질러 내려와 머리를 휘날리게 하고 사람들의 신경을 건드리며 피부를 가렵게 했다. 밤마다 술자리는 모두 싸움으로 끝났다. 순하고 귀여운 아내들은 조각칼의 날처럼 곤두서 있었고, 남편들의 목덜미를 노렸다.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었다.” 미국 출신의 추리작가 레이먼드 챈들러가 묘사한 산타아나의 음산한 저주다.

존 린치가 지은 <<길들여지지 않는 날씨>>나 레이먼드 챈들러(Raymond Thornton Chandler)의 작품에 산타아나 바람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산타아나는 캘리포니아에 있는 모하비사막 높은 곳의 뜨거운 공기가 세인트가브리엘 산을 지나 로스앤젤레스를 거쳐 남쪽으로 부는 바람이다. 이 공기는 압축되어 다시 데워진 후 그곳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린다. 이 바람이 불면 로스앤젤레스 시민들은 종기가 악화되고 혈전증, 출혈, 편두통 등을 앓는다. 전기가 부족해지고 산업생산성이 낮아지며 우유 생산량도 줄어든다. 한 연구에 따르면 산타아나가 부는 날에는 이 지역의 살인이 평균 14% 증가했다. 1965년 때늦은 산타아나가 불었던 6일 동안 살인사건이 47%나 더 일어나기도 했다. <후략>

 

산타아나는 면적 71 ㎢이고, 오렌지 카운티의 자치정부가 이곳에 있다. 해안가로부터 약 16km 정도 떨어져 있으며 산타아나 강(Santa Ana R.) 유역에 있다. 1886년에 정식 도시로 승격되었고, 한때 시민 대부분이 백인이었으나 오늘날에는 히스패닉계 이민자들이 전체 인구의 약 80% 정도를 차지한다. 1970년대에 전체 인구의 25%가량을 차지했던 히스패닉 이민자 수는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65%에 육박하게 되었다. 이렇게 히스패닉 인구가 늘기 시작하면서 산타아나는 일명 화이트 플라이트(white flight)현상이 나타났다. 화이트 플라이트란 백인 중산층이 유색인종의 증가에 따른 범죄율 증가와 인종 융합 등을 피해 도심에서 교외로 빠져나가는 현상으로, 오늘날에는 백인뿐만 아니라 히스패닉 또는 아시아계의 중산층 이민자들도 높아진 범죄율 탓에 점차 주변 지역으로 주거지를 옮기는 추세이다.

산타아나에는 1932년에 세계 최초로 일렉트릭 기타를 만들기 시작했으며 미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일렉트릭·베이스 기타 제조사로 유명한 리켄배커(Rickenbacker)가 있고, 세계에서 가장 큰 IT 유통 업체인 잉그램 마이크로사(Ingram Micro)도 있다.

 

[참고-1] 경향신문, 2012/2/20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2201041111&code=930201

[참고-2] <<기록과 보존>>, Vol. 08, 2011. www.hismory.com

[참고-3] 라디오코리아, 2006/10/19, 김혜정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4&oid=146&aid=0000007144

[참고-4] 동아일보, 2004/2/6, 김형찬 기자, khc@donga.com

<<길들여지지 않는 날씨>>, 존 린치 지음/이강웅 김맹기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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