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_ 1962년 고딩 이야기

 163_고딩일기1962—8

 

뚱보강사 이기성

 

1962년 고딩 이야기

 

지금부터 55년 전, 고2. 우리가 한참 인생을 알기 시작할 무렵 이야기, 유치하지만, 55년 전에 일기에 적었던 실제 기록이기에 조금만 공개하려고 한다. 세복형, 형국형, 철식이형, 하늘에 있는 일기형, 그리고 문규형 ... 용서해 주겠지? 고딩 때 에버그린 문예클럽을 만들어서 ‘상록(에버그린)’이라는 문예지를 발간했다. 한 달에 한번 나오는 주간경기 신문은 민중서관 인쇄 공장에서 금속활자 조판으로 발행했지만, ‘상록’은 등사기를 사용한 인쇄(프린트) 방식으로 인쇄했다. 당시 등사용 원지(초를 입한 종이)와 줄판에 글자를 쓰는 철필 등 재료값은 75원. 프린트는 도서출판 장왕사에 가서 등사기로 밀었다.

 

서기 1962년, 단기 4295년 임인년(호랑이해). 8월 여름방학 기간... 뚱보강사가 경기고등학교 2학년 학생 때. 기계체조부와 신문반에 들고 있었다. 상록(EVERGREEN)이라는 문예클럽 소속. 라디오 시절. 서울 시내에 전차가 다니던 시절. 상록 클럽 회원은 형국이, 일기, 세복이, 문규, 뚱보강사. 사실 여부는 경기 60회의 천재 김평일 박사의 감정을 받으면 확인될 것이다.

8월 22일(수) 날씨: 맑음

일기를 쓰는 이 노트는 형국이와 세복이가 일기와 같이 사온 생일 선물 중 하나. 어제부터 났던 잔디, 오늘은 훨씬 더 커졌다. 닷새 전(8월 15일 비옴)에 뿌린 잔디가 벌써 이렇게 커지다니. 일기가 오늘 왔었다. 장기두었다. 밤 10시에 집에 가다.

 

[그림 1] 1962(4295)년 8월 22일

 일기경기고2--1962--1.jpg


 8월 24일(금)

왕십리 갔다 와서 등사용 줄판 가져옴. 내돈 100원으로 원지 15장(4원 x 5= 20, 3원 x 10= 30)과 철필을 샀다. 또 지우는 약 20원 모두 95원어치. 원지를 반이나 긁었다.

 

8월 25일(토) 소낙비

상록 잡지의 원지를 긁다. 일기가 안 와서 따분해 죽겠다. 마침 이때 형국이가 왔다. 형국이가 원지 긁어줬다. 나는 그림 그리고. 시험지 8절 1000장 190원, 싸인지(노랑) 50장 15원 샀다. 또 원지 5장(4 x 5 = 20), 20원도 샀다. 밤 12시까지 모든 걸 다 긁었다.

 

8월 26일(일) 비오다

왕십리 새벽 5시30분에 나가니 전차도 없어서 Bus로 서울역 가서 다시 전차 타고 갔다. 갔다 와서 아침 먹고 회사(도서출판 장왕사)로 가니 8시 10분. 9시 1분에 아버지가 오셨다. 형국인 9시에 왔다. 둘이서 등사하는데 12시에 일기가 왔다. 대단히 고마웠다. 후기 써서 인쇄했다. 50부 찍으려 했더니 44부 찍혔다. 두君(장왕사 직원) 1권 주니 43부. 일기 3부. 철식 1부. 형국 5부. 홍범 1부. 지금 33부. 내꺼 다섯. 28. 영고 1, 세복 5, 女大生 4年 1, 달원 1. 20부 남았다. 그중 5부가 見本이고 나머지 15부밖에 없다.

 

9시 시작해서 밤 6시에야 다 끝났다. 시험지 50장 10원, 마분지 52장 50원, 끈(@10개) 5개, 원지 2장 8원. 원지 22장 @4 88원, 시험지 1050장 200원, 마분지 52장 50원, 싸인지 50장 15원, 끈 50개 10원, 지우는 약 10원, 철필 25원 (합계) 408원.

또 지구당서 파는 원지 긁는 것 三本에 250원이라 한다. 사고 싶다.

 

[그림 2] 1962(4295)년 8월 26일

일기-경기고2--1962--2.jpg


 8월 28일(화)

제4회 아시아경기대회.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개최. 금메달은 사격의 남상완, 복싱의 정신조·김득봉·김덕팔 획득. 한국의 남선수 사격에서 금메달 획득. 최초의 금메달이라 한다. 애국가 소리를 듣고 태극기가 오르는 걸 본 남선수 눈에는 눈물이 소리 없이 주루룩. 우승 국가의 애국가만을 들려주는 이때 조국에 있는 부모님에게 보내는 KBS 마이크를 통해서의 들린 “조국의 여러분, 부모님 감사합니다”라는 짧은 文句. 또한 애국가가 우렁차게 연주되는 소리를 자카르타에서의 라디오 실황 중계로 듣는 나도 눈물이 글썽글썽. TV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9월 1일(토) 개학식

공부 4시간 後 體育館에 가서 泰熹 만나다. 손은 그새 다 나았다. 아직 완전히 힘을 쓸 순 없다고. 운동 후 일기네 갔다. 장기 150원 주고 하나 사서 종이에 판을 그려 일기네서 점심(울면) 먹고 장기 두었다. 일기 동생 형기, 봉천이도 함께.

 

9월 9일(일)

아침 9시에 일기와 태희 오다. 철봉하고 12시 반에 집에서 나가다. 기차요금 12원(서울역-용산-노량진-영등포-시흥-군포-안양-오류동-소사). 1시 55분 소사 철식이네 과수원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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