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 박지성과 강호동

 뚱보강사    58. 박지성과 강호동

 

모대학 교무처에서 교수회의가 열리고 있다.

무용학과의 교수를 선정하는 회의인데, 교수의 자격 문제로 시끄러운 것이다.

학칙에는 '박사 학위 소지자로서 강의 능력이 있는 자'라고 되어 있는데,

한국 전통 무용에는 박사 학위 소지자가 없는 것이다.

 

박사 학위라는 것이 우리나라의 고유문화에 전통을 둔 것이 아니고 서양의 교육 형태인데,

한국 무용을 강의하는 교수를 뽑는데 서양의 대학제도를 본 따서 만든 학칙대로

서양식 박사 학위 소지자를 구한다는 것은 정말 웃기는 일인 것이다.

 

한의학이나 한국 고전 무용뿐 아니라 서양식 학문에서도

박사 학위 소지자와 전문가는 구별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서양에서 학문을 한 서양식 학자들이 서양의 학위 소지자는 무조건

전문가인 양 착각하는 데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하는 것이다.

 

서양 미술에서 피카소나 밀레가 박사 학위 소지자는 아닌 것이다.

박사 학위 소지자가 피카소나 밀레보다 그림을 잘 그린단 말인가?

이론은 알지언정 실제로 그릴 능력은 부족한 경우가 많은 것이다.

 

도서출판 장왕사(주)의 베스트셀러 저자로 서울대에서 오랫동안 강의를 하신

이태녕 교수는 '서양식 박사 학위란 혼자서 학문을 연구할 자격을 주는 것에

불과한 것이므로, 박사 학위를 받고 나서부터 열심히 연구를 해야 실력이 생길 터인데,

박사 학위를 따면 마치 자기가 그 분야의 전문가나 대가가 된 양

공부를 안 하여서 큰일이다'라면서 걱정을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실력있는 서당 선생님이나 학자들은 서양식으로 한다면

박사를 10개도 넘게 갖고 있을 것이다"라는 이야기 역시 공감이 간다.

그런데 우리는 서양식 대학 교육 방식을 채택하여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몸은 한국인이지만 생각은 서양식으로 하는 기형아가 되어 버렸다.

 

예를 들어 인명사전이나 연감을 보면 '박사 학위 소지자, 석사 학위 소지자' 등의

명단이 있다.

실제로 실력이 있는 전문가는 학위가 없는 한 사전이나 연감에 나올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 연감을 보고 각 분야의 전문가를 골라서 정부나 관련 기관에서 연구를 맡기거나

공청회를 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실정이고 보면, 실제로 실력이 있는 전문가는 연구팀이나

공청회에 자문위원으로 들어갈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림을 연구하는 연구팀에 박사들만이 연구비를 받고, 피카소나 밀레는 제외되는 것이다.

아니 제외가 아니고 철저히 무시되는 것이다.

혹시 피카소가 그런 연구팀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내 의견은 이렇다."고 말한다면

"비전문가인 네가 무얼 아느냐?"고 쫓겨나는 격이 되는 것이다.

 

삼국시대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교수(敎授)의 임무를 맡거나 전문 기술에 종사하는 사람에게

 주던 벼슬이 박사였다. 고구려의 태학, 신라의 국학, 고려의 국자감, 조선의 성균관ㆍ

홍문관ㆍ규장각ㆍ승문원 등에 박사 벼슬이 있었다.

 

1990년대에 21세기 마을 주최로 '한글 코드 및 자판 문제'에 관한 토론회가 열렸었다.

여기에서 모 박사는 한글 코드의 피카소와 자판 연구의 밀레격인 전문가들에게

"비전문가들과는 답답해서 토론을 못 하겠다"는 발언을 했다.

 

이러한 사고방식이, 실제로 실무에서 PC를 사용하는 컴퓨터 실력가들을 무식한 비전문가로

 몰아붙이는 결과를 가져왔고, 이 결과가 바로 '5공비리 한글'이니,

'5공 반글'이라고 불리는 잘못된 한글 코드를 KS한글 코드로 지정하게 된 것이다.

 

3공 때부터 지금까지 말썽이 일고 있는 한글 자판 배열 문제도,

바로 자판 전문가들을 자판의 비전문가로 제쳐 놓고, 비슷한 분야의 박사나 석사 학위를

갖고 있는 학자들이 자판 배열의 KS 규격을 지정한 데서 문제점이 연유한다고 보겠다.

 

한글 자판에 관한 한 미국이나 일본의 어느 학자도

우리나라의 자판 전문가만한 실력이 없다고 단언하는데,

바로 그 미국이나 일본의 학자에게서 한글 자판이 아닌 영문 자판에 관한 연구 또는

자판과는 관련이 없는 분야로 학위를 취득하고 돌아온 박사들이 겁도 없이

용감하게 한글자판에 대해 마치 자기네들이 우리나라의 최고 권위자인 양 착각하여

KS 한글자판 규격을 제정한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3공, 5공 때 자판 규격을 지정할 때 참가한 박사들이 가짜 박사나

실력이 없는 무능 박사라는 것이 아니다.

단지 한글 자판을 전공하지 않았으므로 KS 한글 자판의 규격을 제정할 자격이

안 된다는 말이다.

 

박지성 선수는 축구의 박사감이지만

야구나 씨름이라면 이승엽이나 이만기 선수가 더 잘할 것 아닌가?

박지성 선수가 야구를 잘 못한다고 해서,

어느 누가 박지성 선수를 무능하다고 하겠는가?

물론 강호동 선수처럼 씨름도 잘하고 연기도 잘하는 코미디언이 있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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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동3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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