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퀘르튜 자판과 용녀야 내게...

 뚱보강사    52. 퀘르튜 자판과 용녀야 내게...

 

영문 타자기나 컴퓨터의 영문 자판을 보면 자소 배열이 'QWERTYU'로 되어 있다.

이것을 '퀘르튜(qwerty)자판'이라고도 한다.

마치 2벌식 한글 자판이 'ㅂ,ㅈ,ㄷ,ㄱ,ㅅ'으로 되어 있어서

'바지들고서'자판이라고 부르는 것과 같다.

 

사실은 오래 써오던 '퀘르튜 자판'보다 더 좋다는 '드보락 자판'이 개발된지 오래이다.

이것 역시 2벌식 한글자판보다 더욱 우수한 3벌식(일명 공병우식) 한글 자판이 있는 것과

같다. 그러나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자판을 배우기 싫어하는 인간의 습성상 웬만해선

바꾸어 치려고 하지 않는다.

 

영문 자판을 칠 때는 왼쪽의 'a, s, d, f'글쇠(키)에 왼손의 새끼손가락부터 검지손가락까지

 차례로 하나씩 올려 놓는다.

오른손은 'j, k, l, ;' 글쇠에 오른손 검지손가락부터 새끼손가락까지 차례대로 올려 놓는다.

영문자는 소문자 26개만으로 단어를 한 번에 알아보기가 힘들어 대문자라는 것을

추가로 써야 한다. 즉 52개의 알파벳이 필요하다.

 

영문자의 대문자 에이(A)를 치려면 오른손 새씨손가락으로

시프트(Shift) 글쇠를 누르고 있으면서 왼손 새끼손가락으로 에이(a)를 누르면

 'A'가 화면에 나타난다.

 

컴퓨터 자판에는 영문자와 한글, 숫자 이 외에 시프트 글쇠, 콘트롤(Ctrl) 글쇠,

알트(Alt) 글쇠, 에스케이프(Esc) 글쇠가 더 있다. 시프트, 콘트롤, 알트 글쇠는

이 글쇠를 누르고 있으면서 다른 글쇠를 누르는 것이다.

 

'시프트8'을 누르라면 왼손 새끼손가락으로 '시프트' 글쇠를 누르고

 맨 윗줄의 숫자 '8'글쇠를 누르라는 것이다.

그러면 숫자 '8'대신 별표(*)가 화면에 나타난다.

 

아무래도 영문 자판보다는 한글 자판을 더 많이 사용하는 심씨는 한글 쪽에 더 관심이 많다.

"워드프로세서에서 부분 복사는 ‘콘트롤 씨’'입니다"라는 강사의 말에

심 씨는 "아하, Ctrl 글쇠를 누르고 있으면서 C 글쇠를 눌렀다가 떼라는 말이구나"라고

금방 알아들었다.

 

한글 2벌식 자판은 자음이 왼쪽에 몰려 있다고 하고,

그 배열은 '바지들고서'로 되어 있다고 들은 심 씨는 한글 자음 글쇠를 쉽게 외울 수 있었다.

'바지들고서 만나오리호 쿠투치파' 이 한 문장으로 자음을 전부 왼 것이다.

"아니, '바지들고서' 대신에 '빤쯔들고서' 해도 되네."

시프트 키(글쇠)를 누르고 'ㅂ'을 누르면 'ㅃ'이 되는 것을 발견한 심 씨가 중얼거린다.

그럼 빤쯔도 벗고 ‘빤쯔들고서 만나오리오 키타춘풍?’

 

심 씨가 손가락 한 개로 'ㅂ'을 누르는 것을 본 강사가 한마디 한다.

"열 손가락을 다 쓰는 것이 빠르고 정확합니다.

한글 자판을 못 외어서 고생하던 학생들이 '바지들고서 만나오리오 키타춘풍'을 욈으로써

한글의 자음을 전부 알게 되었다면서, 이번에는 한글의 모음을 빨리 외는 방법을

가르쳐 달라고 조른다.

 

맘이 약한 뚱보 강사가, "이것은 조금 야하니까, 미성년자는 귀를 막고 있으세요." 하면서

이야기 보따리를 푼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밝히던 여자가 누구지요?" "어우동, 반금련, 옹녀, 사방지....."

"아니 반금련은 딴 나라 여자 아닌가요? 네, 정답은 옹녀였습니다."

"그런데 옹녀보다는 더 쎈 용녀가 있었지요." 강의실이 조용해진다.

"변강쇠가 용녀에게 뭘 좀 가져오라고 시킵니다.

 

'용녀야 내게 오너라 니 율무를 먹자'라고 했답니다."

학생들이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는다. "오른쪽 키(글쇠)의 첫줄은 '용녀야내게'이고,

다음 줄은 '오너라니'이고, 마지막은 '율무를 먹자'란 말인데."

 

아하. 오른쪽 반쪽이 'ㅛㅕㅑㅐㅔ'니까 '용녀야내게'구나.

맨 마지막의 'ㅠ ㅜ ㅡ, .'은 율무를 먹자'구나.

마지막 ‘율무를 먹자’를 용녀라니까 용녀의 가슴 우유를 생각하고

‘우유를먹자’라고 하면 틀립니다. ‘ㅠ ㅜ'입니다.

 

그런데 왜 '쉼표와 마침표'를 '먹자'로 했나?

그건 말을 만드느라고 그런거지. 뭘 따져.

'율무를 쉼표 마침표' 이렇게 해봐. 외기가 힘들잖아.

 

"여러분도 한글 자판 외우는 법을 개발해주기를 바랍니다.

저는 '바지들고서 만나오리호 키타춘풍'의 왼쪽 자음과

'용녀야 내게 오너라니 율무를 먹자'의 오른쪽 모음을 외는 법을 생각했는데,

 창의성이 많은 여러분은 좀 더 참신한 것으로 만들어 주세요. 조금 덜 야한 것으로."

 

한글 글쇠 누르는 원칙은 만나오리의 'ㅁ, ㄴ, ㅇ, ㄹ'에 왼손의 새끼손가락부터

검지손가락까지 차례로 올려 놓고, 'ㅓ, ㅏ, ㅣ' 글쇠에다 오른손의 검지부터

새끼손가락까지 차례로 올려놓는 것이 한글 타자의 기본 자세입니다."

 

이 자세로 기다리다가 'ㅂ'을 치려면 왼쪽 새끼손가락만 위로 올려서 'ㅂ'을 누르란다.

그런데 손가락이 오동통한 심 씨는 그게 잘 안된다.

못하겠다고 그러자 강사가 걱정 말라고 한다.

 

나이가 들면, 역시 나이는 못 속여서 손가락 여러 개 쓰기가 힘들다(?).

어쨋거나 손가락 2개나 3개로 치는 경우가 많다

(한손가락으로 치면 외다리 타법, 두손가락으로 치면 독수리 타법).

 

그러나 절대로 부끄러워하지 말라. 꼭 손가락 10개로 치라는 법은 없다.

단지 어려서부터 제대로 배울 때는 손가락 10개를 다 써야 속도도 빠르고 오타도 적다.

나이 먹어서 배우는 것도 서러운데, 손가락 10개를 다 쓴다는 것은 고문이다.

 

"안치고 말지, 어떻게 열 손가락을 다 써!" 이러는 것보다는 낫다.

심 씨가 생각해도 백번 맞는 말이다. 10손가락으로 치든, 2손가락으로 치든, 컴퓨터를

안 쓰는 것보다야 낫지 않는가. 2벌식 한글 자판은 3줄에 걸쳐 30여 개의 글쇠에

한글 자소가 나누어져 있다.

 

근데, 문제는 30개밖에 안 되는 글쇠가 치려고 하면 안 보인다는 사실이다.

분명히 'ㅏ'자가 이쯤에 있었는데, 이번에는 암만 찾아도 안 보인다.

특히 누가 옆에 있으면 더 못 찾는다.

 

이럴 때 ‘용녀야내게 오너라니 율무를’이라고 생각하면

‘ㅏ'가 ’오너라니‘의 세 번째에 있는 것이 눈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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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음---용녀야내게-011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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