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만 있고, 미래가 없다면 --열린뜻 10월호
- 화동
- 2016.09.22 12:55
- 조회 124
- 추천 0
현재만 있고, 미래가 없다면 -----------------김평일
모리배(謀利輩)는 사전에서 ‘이익을 추구하는 무리’로 되어 있다. 그러나 관용어적으로 파렴치한 사람을 이르는, 모욕적 단어다. 세상에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 이익추구가 그렇게 창피한 일인가? ―그러나 그렇게 된 내면엔 우리 사회가 겪은 슬픈 체험이 고려되어야 한다.
-불타서 다 깨어진 조국 강산을 겨레여 다시 한 번 바라보아라. 가시밭 헤쳐 가는 민족의 고난 참아라. 견디어라 달게 받아라-(후렴-저축은 우리의 힘 내일의 희망-후략)
1953년 휴전 직후 온 국민이 애창 하던 저축의 노래 일부 이다. 국민 1인 연간 소득이 75 달러이었던 당시 쓸 돈도 없는데 저축이라니! ―말도 안됐다. 없는 가운데에도 모리배들은 돈을 갖고 있었지만, 이익이 많은 고리대금에 눈을 밝혀 은행에 저축하지 않고 서민에 사채업을 하였다. 저축의 노래는 이들 사채업자들에게 은행으로 저축을 유도하기 위한 계몽 노래였다. 그 2절에 그 뜻이 더 명료하다.
― 끊임없는 포연(砲煙) 속 젊은이 피로 산 언덕 강기슭이 물들었는데, 너 홀로 편한 살림 넉넉한 살림, 그리고 그대 양심 편한 하더냐? (이후 후렴)
우리 국민은 ‘도의(道義)를 무시하고 오로지 이익을 추구하는’ 뜻으로 파렴치 모리배를 정의 했다. 일본, 홍콩의 외제 물품을 밀무역 선으로 밀수입하는 통 큰 모리배로부터, 가짜 외제를 만들어 폭리를 취하는 피라미 모리배, 미제 물품으로 이익을 취하는 도깨비시장 소상인들 ―그러나 모리배도 동포며 이웃인지라, 소득이 올라가는 경제개발 계획 실행 이후 악질 모리배들은 서서히 사라져 갔다.
1961년 이후 1980년대 까지 우리 국민은 저축의 노래 1절 ‘가시밭 헤쳐 가는 민족의 고난 참아라. 견디어라 달게 받아라-’를 잊지 않고 나라를 세우려 땀을 흘렸다. 그래서 모리배라는 단어는 점차 사라졌지만, 온 국민은 ‘좋은 뜻의 모리배’가 되었다. 모든 상인은 당연히 모리배였고, 의사 변호사 등 자유업 종사자까지 심지어는 모든 공무원도 국회의원까지 스스로 정당화 시킨 이익을 추구하기 시작한 ‘좋은 뜻의 모리배’로 시작하였다. 그러나 좀 더 많은 이익에 대한 욕심으로 온 국민은 점차 악질 모리배로 변해 왔다.
온 국민이 모리배가 되어 버린 지금, 특히 정치인들은 장기 집권을 위한 표를 노리는 표 모리배의 극을 달린다. 아르헨티나를 망하게 한 인기영합주의는 표를 얻어 장기 집권한 페론의 포퓰리즘 때문 전후 직후 세계 2위 경제대국이 바닥으로 망해 버렸다.
1975년 일본 월간지 문예춘추(文藝春秋)에 ‘일본의 자살(自殺)’ 이라는 논설이 실렸다. 그 논설은 일본 망국인자로 이기주의와 포퓰리즘을 거론 했다. 최강의 로마제국은 ‘무료 빵과 '콜로세움 서커스 검투사 경기’등 변태적 복지정책으로 자멸 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빵은 무상복지, 서커스는 포퓰리즘을 상징한다. 요즘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청년 수당은 망국의 수순으로 들어가는 포퓰리즘의 첫 발자국이라고 본다.
문예춘추(文藝春秋)의 또 하나 망국인자 집단 이기주의는 국회부터 나타난다. 국회의원은 보좌관까지 세비를 과도 하게 올림 입법을 하고 세비 외 활동비 해외 연수비 등 등 스스로 표결 통과시키니 윗물이 이렇게 썩으니, 아랫물, 지방자치 단체까지 그 물이 넘친다. 실상 국회의원을 자비 부담으로 봉사하는 나라도 있다.
한강의 기적은 가시밭 헤쳐 가는 민족의 고난을 참고 견딘 한강기적 세대의 의지로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 현재 우리는 재계 정계 위로부터 이익만 도모하는 파렴치 모리배가 되었다. 돈 되면 뭐든 다 하는 국민들, 표 되면 과잉 복지도 포퓰리즘도 마다않는 정치인들로 구성된 나라는 미래가 없고, 현재만 있다. - 조국을 겨레여 다시 한 번 바라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