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발명과 냉장고의 발명 --치과임상 10월호 시론

 

돈의 발명과 냉장고의 발명---------------- 김평일

돈도 시장도 없던 1만 년 전, 우리 조상들은 사냥으로, 나무 열매 채취로 먹고 살았다. 굶주림과 먹을거리 부족이 다반사 이었으나 어쩌다가 노루 한 마리를 잡으면 그 많은 고기를 혼자 먹지 못하니, 가족은 물론 이웃까지 초대해 배부르게 나눠 먹었다. 이렇게 최초의 경제학은 나눔이다. 그리고 이를 상형화한 글자가 ‘가난할 빈(貧)’, 바로 나눌 分밑에 조개 패(貝)로 잡은 노루(조개)를 나눠 먹는다는 상형이다.

인지가 발달 하면서, 물물교환으로 자신의 소유물을 교환 한다. 고기나 조개가 남으면 장마당에서 바꿔 쓰게 되어, 잉여 소유물을 필요 소유물로 교환을 도모하니, 시장경제가 시작 된다. 그 이후 자신 소유를 나누지 않고 소유권에 집착하여 재화, 소유를 명령하는, 조개 패(貝)에 명령할 령(令)을 붙여 ‘욕심낼 탐(貪)’자가 만들어졌다. 나눔보다 소유, 축재(蓄財)가 우선하는 탐욕의 시작이다.

경제역사가 발전 하면서, 화폐경제가 시작 된다. 물물 교환의 가치 표준을 확실하게 하고자 고안된, 그것이 돈이다. 돈은 썩지도 않고 가치 변동도 거의 일정해서, 그 편의성은 점차 극대화 되어갔지만, 재화의 나눔은 점차 줄어 갔다. 돈은 결코 허투로 나누지 않고, 저축하고, 꾸어주고 이자를 받고, 지불 약속의 어음을 발행하고, 이 어음이 발전해서 수표가 나오고, 돈을 보관하는 은행도 생겨, 은행 통장도 생기고, 통장을 근거로 이체 업무, 대출 업무, 등으로 무궁한 조화를 이루더니, 신용카드까지 발전 하면서, 단 한 톨의 재화도 아껴, 나누려 들지 않게 되었다.

개미와 베짱이 우화에서 개미는 ‘저축하는 상징이기에’ 의로움의 상징이고 죄 없는 베짱이는 저축 없이 날라리 건달로 묘사된다. 개미는 의로운 벌레, 충(虫)변에 오를 의(義)를 합성하여 의(蟻)로 표기한다. 돈 좋아 하는 인간의 이상형 모델이다. 개미처럼 벌어들여 개미처럼 저축하는 삶이 성실의 표상이 되면서 돈을 모아두면 자신도 후손도 번영한다고 믿게 되었다. 그러나 돈을 모아 두어 자손이 편안해 지는 일은 드물고 예로부터 왕자(王者), 부자가 죽고 나면 소위 “왕자(王子)의 난”이 일어나는 것은 동서고금 한 모습이며, 돈은 사회 병리적 모습으로 죄악을 불러들여 인간을 타락 시켰다.

꼭 같은 일이 우리 몸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 냉장고가 없던 1950년대 이전 사람들은 모두 날씬했다. 진주만 포격이 배경인 영화 ‘지상에서 영원으로’를 보면 지금의 식량난을 겪는 평양시민처럼 날씬하다. 부패하지 않을 만큼의 적당량의 식량을 먹던, 냉장고 없던 70년 전엔 상하지 않을 만큼의 식재료를 구입 적게 먹었기 때문에 살찔 일이 없었다.

그러나 냉장고가 보급 되면서 인간의 몸은 점점 비만해 졌다. 그것도 냉장고 크기에 비례하면서― 키가 3자 미만이 소형 냉장고 시대엔 크게 사람들이 뚱뚱해지지 않았지만 점차 커지기 시작한 냉장고는 이제 코끼리 고기도 보관 할 수 있을 만큼 커졌다. 당초엔 부엌 한구석에 자리 했던 냉장고는 식탁보다 더 멋지고 운동 선에 접근하기 좋은, 집의 중앙에 자리하며, 24시간 맛을 무한 제공 한다.-이번 추석에 찐 살을 어찌할 것인가? 인터넷에는 살 빼는 갖가지 방법이 소개 된다. 바로 명절 음식 후유증이다. 남는 음식을 보관도 잘 되니 어려운 이웃과 나누자는 운동도 생길만 한데 두고두고 혼자 먹겠다는 심보다.

상속될 재화와 권력이 넘치면 왕자의 난이 일어나듯 우리 몸에 축적된 영양분이 넘치면 넘칠수록 우리 몸속은 왕자의 난처럼 질병의 난이 일어난다. 엄청난 뱃살은 은행 권력 정치 권력의 모습이어서 각종 대란, 성인병의 씨가 된다. 당뇨 고혈압 증상의 시작으로, 신부전, 심부전, 지방간, 통풍, 관절이상 척추이상, 등. 성인병은 모두 입이 즐거운 식탐 때문이다. 다시 1만 년 전 “나눔 경제”로 가야 한다. 나눔은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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