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소프트한 소프트 파워
- 김국주
- 2016.09.16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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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국주의 글로벌경제] 미국의 소프트한 소프트 파워
2016-09-13 10:41:38 게재대선 정국에 들어있는 미국은 동시에 연준의 금리인상 결정과 남중국해 및 시리아에서의 중국 및 러시아와의 외교 군사적 대립 등 여러 중대사에 봉착해 있다. 이 세가지를 차례로 살펴본다. 노동경제학자 기안 맥키는 미국이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을 체결한 이후 새로 약 3000만명의 일자리가 생겼다고 추정한다. 그러나 멕시코 등에서 싸고 좋은 상품들이 수입되면서 약 68만명의 미국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었던 것도 사실이다.
자유무역이 가져오는 상호간의 이익은 입증된 바 오래지만 일단 문호가 개방되면 경쟁력이 떨어지는 회사들은 불가피하게 문을 닫아야 한다. 자유무역이 가져오는 전반적 이익보다는 자유무역으로 인해 퇴출되는 부문의 피해가 더 크게 눈에 들어오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트럼프와 클린턴 양 후보들이 자유무역에 대한 폄훼를 서슴지 않고 있다.
트럼프 후보의 경우는 자기가 대통령이 되면 멕시코와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상품에 대해 각각 35% 및 45%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호언한다. 국제간 조약을 발동할 때는 국회 비준이 필요하지만 기존의 조약을 파기하는 데는 따로 승인이 필요 없으니 마음만 먹으면 그럴 수도 있다. 클린턴 후보의 경우도 그가 국무장관을 지냈던 때부터 추진한 환태평양동반자협정에 대해 부정적 입장으로 선회하고 있다.
1980년 영국에서 마가렛 대처 수상이 재집권을 위해 유세할 때 일본차 수입을 막아달라는 자동차 업계의 압박에 대항하며 "지구를 반 바퀴 돌아 들어오는 일본차가 더 값이 싸고 성능도 좋다면 문제는 그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에게 있는 것이다"라고 일갈했던 것과 대비된다.
교역 상대국 폄훼하는 대선 후보들
미국 금리 인상을 결정하는 기구인 미국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는 미국 연방준비은행 12개 중 5개의 은행장들이 순번으로 참가하는데 그 중 하나인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의 에릭 로젠그린 은행장이 이제까지의 입장을 선회해 금리 인상을 주장할만한 때가 되었다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피력했다.
2008년 12월에 0%대로 내려간 지 7년 만인 작년 12월에 0.25% 대로 인상되었지만 이는 미국 역사상 가장 오랜 저금리 시행이다. 미국 연준은 그와 동시에 국채와 장기 주택채권들을 시장에서 사들임으로써 통화증발에 기여했다. 이것이 주식과 채권, 부동산 가격의 거품을 낳고 있는 것으로 의심되고 있다. 거품이란 실력 이상으로 값이 오른 것을 말한다.
금리 인상 시도는 여러 번 있었으나 그때마다 시장에서 먼저 크게 사전반응했다. 시장의 무기는 주가 폭락이다. 작은 금리인상도 경제 회복에 찬물을 끼얹는 것임을 경고하는 몸짓을 시장은 주가 폭락으로 표시해왔고 그때마다 연준은 금리인상의 용기를 접어야 했다. 주가는 곧 반등했고 역대 최고가 기록을 번번히 경신하며 이제까지 상승을 이어왔다.
그러나 가장 영향력 있는 투자전문가이자 경제평론가 중의 한 사람인 모하메드 엘 이라이언은 이번엔 다를 수 있다는 의견이다.
첫째 IMF 등 전문기관들의 공통된 전망대로 세계경제의 펀더멘탈이 좋지 않고, 둘째 미국의 대선이 혼전일 뿐 아니라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등도 각기 나름대로의 국내문제들과 씨름 중이며, 셋째 유럽중앙은행이 채권매입기간 연장을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발표했다. 따라서 이번에는 종전처럼 시장이 연준을 압박하는 데 성공할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금리인상이 연기될까?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외무장관이 시리아에서의 군사행동을 일주일 동안 중단하기로 합의 했다. 이 휴전 협정이 성공하면 그 때 IS의 거점인 알 누스라를 양국이 합동타격하자는 약속이다. 번번히 러시아에게 속아왔던 미국이다.
그에 앞서 이달 초 중국 항저우에서의 G-20 정상회담을 앞두고서는 "남중국해 문제에 군사적 해법은 없다"는 케리 국무장관의 선언이 있었다. 헤이그 국제사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중국을 압박할 수 있는 위치에 있던 미국이 뜻밖에도 소프트 파워를 들고 나온 것이다.
포퓰리스트 냄새를 풍기는 대선 후보들, 경제에 직접 뛰어 들지 않고 통화정책 수단 만으로 경기회복을 기대하는 정부, 하드 파워가 있음에도 소프트 파워에 최대한 의존하려는 미국의 변화를 전체적으로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물과 바람과 햇볕이 씨앗을 키우듯 자유와 평화가 최선의 해법을 찾아줄 수 있을지, 기대 반 걱정 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