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위에 고사리가 푸르른 이유

눈 위에 고사리가 푸르른 이유

 

석간내일신문 2016 1 25일자 게재

 

땅속에서 애벌레로 5년 이상 지내다가 정작 땅위로 나와서는 한 달밖에 살지 못하는 매미의 일생을 두고 불쌍하다던가 측은하다고 하는 것은 인간의 자의적 관점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요. 땅 속의 생활은 어둡고 괴로울 것이라는 생각은 편견에 불과하며 오히려 땅속은 새나 다람쥐 심지어 말벌 같은 천적들로부터도 안전하고 먹을 것도 풍부하다고 합니다. 우리는 단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땅 속의 세상에 대해 너무나 무관심합니다.

 

한 겨울의 제주도의 곶자왈. 눈 덮인 땅 위에 고사리가 푸른 빛으로 자라고 있는 것을 봅니다. 땅속의 따듯한 공기 덕분입니다. 여름철 아주 무더운 날 곶자왈 숲에 들어서면 냉장고 문을 열 때와 같이 시원한 기운이 느껴지곤 합니다. 그것은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듯한 땅속의 공기가 곶자왈의 바위 층을 통해 지상으로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곶자왈지대를 제주도의 숨골이라고도 부릅니다.

 

그런데 곶자왈은 공기뿐 아니라 물도 품고 있습니다. 제주도는 연평균 강수량이 전국평균에 비해 월등하게 높고 특히 성판악 이상의 고지대는 연간 4천 밀리미터가 넘는 강수량을 기록합니다. 곶자왈은 그 빗물을 지하로 빨아들이는 주된 창구가 됩니다.

 

제주도의 먹는 샘물 삼다수를 높은 산속의 약수 물로 잘못 알고 계신 분들이 간혹 있습니다. 삼다수 공장이 위치한 조천읍 교래리의 고도는 해발 400미터가 넘지만 그곳에서 파이프를 통해 끌어 올리는 삼다수의 수원은 해발 20 미터에서 70 미터 사이의 매우 낮은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자연환경보호를 위해 동식물의 생태 또는 눈에 보이는 경관 이외에도 수자원 보호 측면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통기성(通氣性)뿐 아니라 투수성(透水性)이 높은 곶자왈은 수자원 보호를 위해서는 치명적인 곳입니다.

 

제주도의 선조들은 곶자왈을 수()라는 명칭으로 고지도에 표시했습니다. 용암이 부서져 바위 층을 이루고 있는 곳이 한라산 높은 곳에는 없을 리가 만무하지만 중산간에서 해안에 걸쳐 사람 사는 마을 가까이에 있는 것만을 굳이 수()라는 이름을 붙여 구별하였습니다. 멀리 산속에 있는 곶자왈은 그저 산() 또는 림()일 뿐입니다. 마을 가까이에 있어 장래에 훼손될 가능성이 큰 숲과 산속 깊은 곳에 있어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숲을 구분하였던 선조들의 지혜를 엿보게 됩니다.

 

지하비밀 간직한 곶자왈 잘 지켜야

 

곶자왈은 2012년 제주도에서 개최된 세계자연보전총회(WCC)를 계기로 전세계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어(wikipedia)에서 ‘”곶자왈(Gotjawal”)을 검색하면 여러 페이지에 걸쳐 곶자왈의 특성과 가치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오는 또는 오늘) 125일은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제주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약칭 제주특별법) 5차 개정안이 작년 7월 공포된 지 6개월이 지나 법률로 시행되는 날입니다. 신설된 제354(곶자왈의 보전)에는 국가 또는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주도 화산활동 중 분출한 용암류가 만들어낸 불규칙한 암괴지대로서 숲과 덤불 등 다양한 식생을 이루는 곳(이하 "곶자왈"이라 한다)의 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법률에 처음으로 곶자왈의 정의와 국가의 보전 필요성이 언급되는 뜻 깊은 날인 것입니다.

 

프랑스가 세계에 내놓고 있는 에비앙생수 병에는 “1826년부터 생산하여 왔다는 문구가 자랑스럽게 인쇄되어 있습니다. 제주도 삼다수의 역사는 20년에 불과한데 앞으로 2백 년 후까지 그 물맛이 변함없어야 한다는 과제가 만만치 않게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우리라는 말에는 제주도민뿐 아니라 제주도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포함될 것입니다.

 

곶자왈 숲은 체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바위투성이의 숲이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땅 속에 보이지 않는 세상이 있기 때문입니다. 눈에 보이는 곶자왈은 사시사철 이토록 아름다운데 눈에 보이지 않는 땅 속까지 아름답게 보전하려면 휴지 한 조각, 쓰레기 한 줌도 함부로 버릴 수 없는 곳이 제주도라고 할 것입니다. 섬에서 물은 곧 생명이기 때문입니다.

 

김국주

곶자왈공유화재단(www.jejutrust.net) 이사장

 

(지난 2월13일 토요일, LA 코리아타운 만리장성.

지나는 길에 들린 옛친구를 환영해준 박계남 회장을 비롯한 동창들,

그리고 그날 라이드를 준 이명호, 오찬 비용을 전액스폰서해준 김충직에게

이 자리를 빌어 특별히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다음에 한국 올때는 꼭 제주도에도 들려서 신세 갚을 기회를 주세요~~ 

010-5440-9998)

    김국주군 수고많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한마디로 제주의 생명을 보호, 보존하는 일을 하고 계시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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