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__뚱보강사의 컴퓨터 입문기
- 뚱보강사
- 2015.10.21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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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_뚱보강사의 컴퓨터 입문기
뚱보강사 이기성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육상에서 망원경 같이 생긴 것으로 거리를 측량하고, 평판에 연필로 그려 지도를 제작하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컴퓨터라는 것이 지도를 그려준다』는 교수님의 말씀. 51년 전인 1964년 봄의 종로 5가 서울대 문리대 강의실에서 있었던 일이다. 당시 불암산 밑에 있던 공대에 가서 ‘컴퓨터 개론’ 과목을 몰래 훔쳐들은 것이 「뚱보강사」가 컴퓨터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였다.
『전자계산 일반(EDPS)』책을 들고 다니면 걸그룹 같은 예쁜 아가씨들이 『뉴스위크』나 『타임』잡지책을 들고 다니는 것보다 더 우러러(?)보던 시절이었다. 1958년 중학생 때 청계천에는 진짜로 물이 흘렀다. 청계천변에 세운상가가 있었다. 뚱보강사는 버스값과 전차값을 아껴 군대에서 흘러나온 진공관, 스피커, 콘덴서를 사러 이곳에 자주 갔었다. 3구 진공관 라디오를 조립하고 5구 라디오를 만들고 그러다 보니 나중에는 송신기를 더 좋아하게 돼 무허가 방송을 시작했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오니 대문 앞에 피 같은 진공관이 무참히 깨져 딩굴고 있었다. 방첩대인가 어딘가 간첩 잡는 데서 나와 모조리 부수고 갔다는 거였다. 아까운 모든 것이 대문 밖 쓰레기통 신세가 된 날 뚱보강사는 밤새도록 울었다. 당시는 집 대문 앞에 자가용 쓰레기통을 놓고 살았다. 보통사람은 시멘트로 쓰레기통을 만들었고, 부자는 쓰레기통을 철근콘크리트로 큼지막하게 만들었다.
군인 아저씨들이 옷장까지 수색해서 조립 라디오와 조립 전축, 조립 송신기를 찾아냈지만, 뚱보강사의 비밀창고인 천장 속은 뒤져보질 않았다. 다행히 군대용 미니추어 진공관으로 만든 고급라디오 수신기가 남아 있었다. 배터리가 대중화되지 않았던 당시지만 군대에서는 배낭만한 배터리를 등에 지고 이동하면서 무전으로 송신과 수신을 하였다. 그 군대용 무전기를 남대문 시장에서 구입해서 민간용 진공관의 절반만한 크기인 손가락 같은 미니진공관을 꺼내서 고급라디오 수신기를 만들었고, 별도로 807진공관을 사용해서 조립한 송신기를 연결하면 훌륭한 휴대용 송수신기 역할을 했다(요새는 807을 출력관으로 많이 씀). 또다시 무허가 전파를 송신하면 중학생 뚱보강사를 잡아가는 것은 물론, 아버지 출판사까지 없앤다고 군인들이 그랬다면서 집에서는 절대로 라디오 조립을 못하게 한다. 청강수를 바르고 납땜인두를 달구어 진공관 소켓과 저항, 콘덴서를 납땜으로 연결하는 즐거움이 원천봉쇄된 것이다.
휴대형 고급 라디오수신기를 집에다 계속 감추어 놓을 수가 없어 친구에게 주기로 했다. 뚱보강사는 중학교 때 떡메 이호종 선생님의 소년단과 홍성오 선생님의 생물반에 가입했다. 초등학생 때부터 합창반원이었던 뚱보강사가 소년단 캠핑을 가서 장기인 높은 보이소프라노로 ‘오 대니 보이’를 부르다 고음을 이탈했다. 하필 이날 변성기가 시작된 것. 쪽팔려서 그다음부터는 소년단 캠핑에 가서 절대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2급 기능장을 몇 개씩 따서 상 받을 때도 노래는 부르질 않았다. 물리반 학생들이 리디오와 송신기를 잘 알거라 생각하고 내가 조립한 휴대형 라디오수신기 이야기를 했는데 의외로 송수신기에 관심이 적다. 그런데 방송반인 금나라가 라디오에 대해 고수였다. 당근, 최신 휴대형 조립 라디오수신기는 톱 연주도 잘하는 금나라에게 갔다.
1968년 ROTC 통역장교로 육군 본부에 발령받고 보니 말로만 듣던 컴퓨터가 있었다. 드디어 대형컴퓨터가 육군 소위의 개인용컴퓨터(PC)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이 커다란 물건으로 촌스러운 짓은 다해보는 행운을 만끽하다 1981년 일제와 미제 PC를 만나면서 대전환을 맞았다. 예쁜 사과가 그려진 애플II 컴퓨터를 가까이 하다 IBM PC로, 하드디스크가 달린 XT가 나오고 AT, 386, 486, 펜티엄으로 이어지는 IBM호환기종으로 발전했다. 뚱보강사가 PC를 배우면서 느낀 점은 「대형컴퓨터를 배운 나도 이렇게 PC배우기가 힘든데 컴퓨터에 기초가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컴퓨터를 배울까?」하는 거였다. 그래서 1991년에 컴퓨터에 대한 공포증을 없애주기 위해 『컴퓨터는 깡통이다』라는 책까지 쓰게 된 것이다. 뚱보강사는 집에서 출판사를 해서 그런지 ‘전자출판’을 전공하는 교수로 정년퇴임을 했다.
[참고] <나의 컴퓨터 입문기>, 이기성, 중앙일보, 1995년 5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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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이화여자 D대학생 P팬티 S색갈 이라고했었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