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_ 한국 출판계와 인쇄계의 IT화 50년

 

143_한국 출판계와 인쇄계의 IT50

 

뚱보강사 이기성

 

10월은 한글날이 있는 달. 특히 서기 2015(단기 4338) 10월은 한글 활자 연구에 기념비적인 업적을 남긴 책 <<한글 활자의 탄생>>이 쓰꾸바대학교 류현국 교수의 12년에 걸친 연구 결과로 탄생한 의미 있는 달이다. 한글에 관한 연구는 여러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지만 인쇄와 출판 산업 입장에서 한글 활자 연구를 과학적으로 접근한 류현국 교수의 저서는 한글 활자 연구의 마중물이라 할 수 있다. 수도 시설이 널리 갖추어지기 전에 사용하던 우물물과, 땅에 파이프를 꽂고 왼손으로 손잡이 앞을 잡고 오른손으로 손잡이 끝을 잡고서 위로, 아래로 흔드는 펌프질을 해서 지하수를 끌어올려 물을 먹던 시절. 펌프질을 할 때 맨처음에는 빈 펌프통 안에 물을 한 바가지 퍼서 넣고 펌프질을 해야 물이 나오던 기억. 맨처음 한 바가지의 물이 바로 마중물. 한글 활자 연구 황무지에서 이루어낸 류현국 교수의 책이야말로 본격적인 한글 활자 연구의 시작이며 마중물이다.

 

지난 50년간의 우리나라 출판/인쇄 산업계를 훑어보면 납활자와 사진식자 활자로부터 디지털 활자로 변화해왔다. 활판인쇄기와 오프셋인쇄기가 유일하던 시대에서 컴퓨터, 컴퓨터통신, 모바일, 유비쿼터스 등 새로운 컴퓨터혁명과 IT혁명에 대응해온 실적은 합격점을 줄 수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의 출판계와 인쇄계는 1970년대까지는 금속활자 시대였다. 1975년까지는 아직 개인용컴퓨터(PC)가 발명되기 이전이므로 컴퓨터라면 대형, 중형컴퓨터를 지칭했다. 컴퓨터 운영체제는 컴퓨터 제조회사별로 자체 OS(Operating System)를 사용했고, 코드는 EBCDIC code1968년에 미국에서 제정된 ASCII code를 사용했다. 한글을 구현하려면 그림문자 상태로 표현할 수밖에 없었고 N-byte 한글체제를 사용했다.

 

1980년대에 납활자 조판을 주로 하던 우리나라에도 인화지에 조판된 결과를 출력하는 사진식자기가 등장했다. 사진식자기는 금속활자 대신 필름 문자판과 렌즈를 사용하기 때문에 글자의 확대/축소/변형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또한 1980년대는 한국에서 디지털 활자가 사용되는 전자출판이 시작된 시대이기도 하다. 1986년에 STI의 김명의 사장이 캅프로86’ 한글 컴퓨터식자기를 개발했고, 수동사식기를 국내 최초로 개발한 정주기기(김정홍)와 서울시스템(이웅근)IBM PC를 이용한 식자기 개발에 성공했다. 일본 사식기에서 많이 사용하는 CP/M을 사용한 STI와 달리 정주기기와 서울시스템은 MS DOSOS로 사용했다.

 

서설믜학생의 이름이 주민등록증에 나오질 않자 정부는 서설믜더러 설믜이름을 설미로 바꾸라고 하질 않나, 대학에서는 졸업증명서에 설믜이름을 설 므 로 인쇄해서 발급해주었다. 국민들은 불완전한 한글코드로 표준화시키려는 당시 정부와 마찰을 빚고 있었고 이에 출판계, 인쇄계, 국어학계, 대학생들이 단결하여 한글 11172자를 지켜내는데 성공하였다. 한국전자출판연구회(CAPSO)와 컴퓨터통신동아리(엠팔)의 열띤 활동으로 한글폰트, 한글통신 문제도 거의 해결하였다.

1980년대는 개인용컴퓨터용 도깨비한글(최철용), 보석글, 아래아_한글, 카멜레온 한글변환프로그램, 리볼트 통신 프로그램 등이 출현했고, 1987<<알기쉬운 BASIC 프로그램 모음>> 책이 국내 최초로 한글 DTP 방식으로 영진출판사(이문칠 사장)에서 출판되었다. 1988127일 대한출판문화협회 총회날에 범우사(윤형두 사장, 대한출판문화협회 전 회장), 한길사(김언호 사장), 열화당(이기웅 사장), (김병희 사장), 도산문화사(김민영 차장), 한울(김종수 사장, 한국출판연구소 이사장), 장왕사(이기성 상무, 계원예술대학 명예교수), 동보출판사(임요병 사장), 우리출판사(김동금 사장) 모두 9명이 모여서 전자출판 모임의 필요성을 재 강조하였고, 이 모임이 한국전자출판연구회의 창립으로 이어졌다


1989년 평화출판사 허창성 사장 입회하에 호주에서 랩톱컴퓨터로 11172자의 한글 음절 모두를 전화선을 이용하여 서울과 주고받는 PC통신에 성공하였고, PC통신망을 이용한 화면책 ebook 출판은 1989년부터, 인터넷망을 이용하는 화면책 ebook 출판은 1998년부터 정식으로 시작되었다.

 

1990년대는 한국전자출판협회(KEPA)가 추가로 탄생하였고 국내 대학에 전자출판 관련학과가 창설되었다. 한국전자출판연구회의 주력 사업은 첫째 컴퓨터에서 모든 한글의 표현(한글코드), 둘째 프린터나 인쇄기에서 모든 한글 글자의 표현(한글 폰트), 셋째 필자, 학자, 출판사, 인쇄소, 조판소, 제판소, 입력기 제작사는 물론 개인용으로 사용하는 모든 컴퓨터에서 쓰이는 한글코드의 표준화 사업이었다. 한국전자출판연구회 제1대 회장 탑출판사의 김병희 사장에 이어, 2대 회장은 평화출판사의 허창성 사장, 3대 회장은 계원예술대학교의 이기성 교수였다. 2003년 한국전자출판학회로 명칭을 변경한 후 제4대 회장은 글로벌사이버대학교의 손애경 교수, 5대 회장은 숙명여자대학교의 임순범 교수, 6대 회장은 세명대학교의 김기태 교수이다.

문체부 임원선 사무관, 김장실 과장, 신현웅 국장과 이어령 장관의 전폭적인 지지 하에 문화체육부는 세종대왕사업기념회를 경유하여 1991년에 문체부 한글 서체 개발 운영위원을 임명하고, 한글 서체 개발 연구진을 구성하였다. 그해 12월 한글 글꼴의 본그림에 대한 공청회를 거쳐 한글 글자본 제정 기준 총칙을 제정하고 교과서 본문용 한글 글꼴(나중에 문화바탕체로 개칭)을 개발하였고, 1992년에 문체부 한글 문화돋움체를 개발했다. 당시 아날로그 활자 소식은 제작 기술 전승이 끊어진지 200여년 만에 세라믹을 이용한 도활자 제작법이 부활된 것이다.

 

200010월에 동아일보 최영록 부장이 ‘ebook과 한글폰트책을 소개한 내용을 보면 전자책(ebook)은 크게 보급형: 글틀(워드프로세서)버전, 중급용: PC버전, 고급용: 전용단말기 버전의 세 종류의 품질로 대별되고, 학술적으론 non-paper book의 일종으로 콘텐츠만 판매하는 소프트웨어 버전과 단말기도 함께 판매하는 하드웨어 버전으로 나누기도 하며, 형태상으로는 디스크책, 화면책으로 구분된다는 것이다. 2000년대는 PC게임이 스마트폰게임으로, 윈도OS에서 안드로이드OS로 변화가 시작된 시대이고, PC SW보다는 앱(application)이 더 인기가 있는 세상이 되었다. 한글코드 표준화는 KS 5601-87, KS 5601-92 코드를 거쳐 유니코드인 KS 5700 코드로 종결되었다. 윈도98부터 11172개의 한글이 표현되기는 하되 가나다라 순서가 맞지 않는 상태에서 드디어 11172개가 모두 표현되고 가나다라 순서까지도 올바른 한글코드가 표준으로 지정된 것이다.

 

이제부터는 우리는 스마트와 클라우드 환경에 적응하고 사물인터넷 환경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한다. 한글 입력방식 문제, 특히 컴퓨터 자판 문제는 하루 속히 해결하고 통일에 대비해야 한다. 20여년 전에 이미 남북한 학자들이 모여서 통일 자판, 자소의 배열 순서, 한글코드 통일안을 제안했으나 지켜지지 않고 있다. 103키 같은 데스크톱이나 노트북용 키보드는 한글 세벌식 자판으로 표준을 바꾸고,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의 자판은 좀 더 입력하기 쉽고, 빠르게 입력할 수 있는 과학적인 자판이 개발될 수 있도록 꾸준히 연구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인쇄업계는 활자를 선택하고(채자), 문장을 짜고(식자), 판을 짜는(페이지를 만드는) 조판작업의 연장인 서체 연구, 워드프로세서와 자판 관련 모든 작업과 디자인 작업, ebook 제작 분야에까지 좀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서설믜의 졸업증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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