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자흥역천자망-------------치과임상7월호
- 화동
- 2014.06.28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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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자흥역천자망(順天者興逆天者亡) ------------ 김평일
우리나라와 러시아가 H조에서 탈락하며 브라질 월드컵 축구는 16강이 확정되어 이제 본격적인 대회로 들어섰다. 그런데 우리나라 모든 언론과 포탈사이트는 마치 브라질 월드컵이 막을 내린 듯한 논조 일색이다. 그 막도 비극의 막을 내린 듯하다. 그리고 일부언론은 홍명보 감독을 박근혜대통령에 견주면서 입방아를 찧어 댄다. 도대체 “너 때문이야”를 언제까지 해야 죽은자가 살아오고 16강에 다시오를 것인지 개탄스럽다.
한세대 두세대전 우리는 불행을 우리의, 나의 운명이라고 치부 했던 시절이 있었다. 스탈린의 남하정책 때문에 생긴 남북분단도, 가난으로 일가족 비관 자살이 다반사였던 50년대엔 가난도 자신의 우리의 운명이라며 자책과 체념의 세월을 보냈었다. 그렇게 초라했던 우리가, 언제부턴가 운명으로 치부 하던 일을 모조리 책임전가로 바꾸기 시작했다. 남북 분단은 미군 때문, 가난은 재벌 때문, 세월호 비극은 박근혜 대통령 때문, 월드컵은 홍명보 감독 때문, 온 국민이 손가락 질을 찍어가며 “너 때문”을 외친다.
온 국민이 불행을 팔자소관으로 여기는 운명론자 였을 때는 남의 탓보다는 내 팔자 탓을 했다. 그러던 것이 먹고 살기가 좋아진 1970년대부터 “너 때문이야” 로 바뀌었다. 대중가요 “바로 너 때문이야”가 국민가요로 애송되기도 했고 새 속담 “잘되면 내 탓 못되면 조상 탓”이라는 망국적 어록이 생겼다. 팔자소관이라고 자신의 불운을 삭히던 옛 모습이 그립다.
서양에서의 운명은 소위 “예정론” 이라는 명제로 일원화되어 운명은 빼도 박도 못하는 것으로 전혀 융통성이 없다. 그러나 동양에서의 운명론은 천지인(天地人) 3요소가 순열 조합 방식으로 영향을 주어 운명은 예정 된 것이 아니다. 먼저 천(天)은 때를 뜻한다. 때가 되어야 사물 얻거나 과업을 성취 할 수 있다. 씨 뿌릴 때, 추수 할 때, 태어날 때, 죽을 때, 공부할 때, 결혼 할 때, 모든 때가 제 때를 갖는다. 죽을 때 결혼해서는 안 되고, 씨 부릴 때 추수하기를 바라서도 안 된다. 2번째 운명 요소 지(地)는 신식 말로 백그라운드다. 천운이 있어 일을 도모함에 백 그라운드의 조건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왕실에 태어난 왕세자는 리더쉽이 뛰어나다면 지운(地運)은 당연한 차기 임금이 되겠지만 평범한 필부는 그만한 리더쉽으로 닭을 치는 양계장 주인이 된다. 심지어는 암흑가의 보스도 제 각각 제왕의 지운이 있다고 하겠다. 마지막으로 3번째 인(人)은 인간의 의지다. 소위 운명을 극복한다는 표현에서 인간의 의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설명 된다. 그러나 3가지 운이 전혀 상호무관 하지 않으니 이들 천지인(天地人)운은 서로 영향을 주어 모든 운명은 다양하기가 날씨 변화와 다르지 않은 듯하다.
이렇게 보면 금년은 국운이 순탄하지 않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 고성군 총기 탈영사건, 세월호 침몰 참사 등은 모두 몇 달 새 일로 우리나라의 국운이 시련의 “때”가 되어 받는 어려움이 아닌가 생각한다. 시련의 “때”란 말에서 때는 천(天이)라서 천운(天運)이 여의치 않은 것이다.
묵묵히 천운(天運) 시련의 “때”를 받아드리는 겸허함으로 우리는 순천자(順天者)의 모습이 되어, 좋은 운명을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두고 “너 때문이야”를 외쳐도 죽은 사람이 살아오지 못하고, 홍명보 감독을 두고 “너 때문이야”를 외쳐도 축구 16강으로 다시 들어가지 못한다. 병서(兵書)에도 “한번 실수는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전투에 늘있는 일)라 하여 패전에 실망하지 말고 권토중래(捲土重來)하라는 말이 있다. 연속된 실망과 패배의식은 더 큰 패인이 된다. 불평과 불만으로 누구 탓을 하지 말고 불행을 성찰하고 삭히는 “내 탓이요”가 길이다. 걱정과 불평으로 역천자(逆天者)의 길을 가지 말고 다. 순천자(順天者)의 길을 가야 할 것이다. 옛글에 순천자흥역천자망(順天者興逆天者亡)이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