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터치(High Touch) 성장모델

 

하이터치(High Touch) 성장모델

 

오늘날 전세계가 안고 있는 큰 고민은 내수 부족입니다. 민간 소비가 늘지 않는 것이지요. 이것을 두고 자본주의의 근본적 결함이라고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생산의 여러 요소 중에서 유독 자본을 중심에 놓고, 자본의 시각에서 사물을 보면 인간의 노동은 일개 비용항목일 뿐입니다. 따라서 인건비는 최대한 줄이는 것이 경영을 잘 하는 것으로 간주됩니다. 이렇게 되면 사회 전체적으로 구매력의 총량이 줄어들게 되는 것을 피할 수 없습니다.

 

내수 부족의 문제를 수출로 해결할 수 있지만 너도 나도 수출에 의존하려 한다면 무역전쟁과 때로는 환율전쟁도 벌어지게 됩니다. 자본주의의 이런 문제에 대해 어떤 대안이 있는지 참으로 풀기 어려운 숙제입니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인간의 노동에 대한 사람들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징후를 포착하여 여기에 희망을 거는 학자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미국 프린스턴 대학에서 국제학과 역사학을 가르치고 있는 헤롤드 제임스도 그 중의 하나입니다.

 

그는 인류의 노동에 대한 수요가 산업혁명 이후, 처음에는 농업분야에서 그 다음에는 제조업에서 꾸준히 감소되어 왔으나 서비스 분야에서는 그 추세가 반전되고 있음을 지적합니다. 가사 도우미의 변천사를 예로 들면서 점차 단순한 가사 일 외에도 자녀 교육, 건강관리, 취미생활 등의 여러 분야에서 사람의 손이 가야 하는 서비스에 대한 욕구가 사회전반에 걸쳐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대 추세(Megatrend)의 저자, 존 나이스 빗도 하이터치(high-touch)라는 용어를 만들어 내면서 유사한 전망을 합니다. 하이터치는 하이테크(high-tech)와 구분되는 개념인데 고도의 기술을 이용하여 편리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하이테크라면 하이터치는 인간의 복잡하고 섬세한 감성을 배려해준다는 점에서 하이테크와 차별된다고 합니다. 인류는 소득 수준이 높아질수록 하이터치 상품과 서비스를 더 욕구하게 될 것이며 그 범위는 서비스 산업에 국한되지 않고 제조업을 포함한 산업 전분야에 걸친다고 그는 예언합니다
.

하이터치 서비스의 예로 국제택배 사업의 선두주자인 페더럴 익스프레스(FedEx)를 듭니다. 그들의 비결은 최첨단 전자 분류장치나 전용 제트기에 있지 않고 고객의 소중한 물건을 사람의 손으로 수취인의 손에 확실히 쥐어준다는 새로운 브랜드 이미지에 있었다고 합니다.

 

네트워킹 하드웨어와 사이버 보안 분야에서 세계적 선두주자 시스코(CISCO)는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고객이 문제가 있어 전화를 걸어 왔을 때 제2, 3의 부서에 전화를 돌리지 않고 첫 응대자가 고객의 문제를 끝까지 해결해 주는 것을 하이터치 테크놀로지, 즉 하이테크와 하이터치의 융합이라고 정의하고 이것이 시스코와 다른 경쟁자들과의 차이라고 직원들을 교육합니다.

 

고용 및 내수 증대를 위해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면서 시행하는 여러 정책들과는 달리 하이터치는 시장 내에서 자연발생적으로 발생하는 중요한 변화입니다. 따라서 이 추세를 누가 먼저 잘 수용하는가는 매우 중요한 과제로 대두할 것입니다.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들은 매년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에게 한라산의 화산암과 동식물들에 대해 설명해주는 자연해설사는 아직 그 이용이 보편화되지 않고 있습니다. 제주의 설화와 역사를 재미있게 설명해 주는 역사문화해설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제주도 해안이나 오름의 경관이 빼어난 곳마다 산뜻한 제복을 입고 관광객들을 안내하는 공원 순찰(park ranger)도 제주도에는 아직 생소합니다.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려도 아무도 만류하지 않습니다.

 

아주 작은 예에 불과하지만 1100도로에서 영실을 연결하는 경사진 구간에 모노레일을 설치하면 성수기의 주차문제, 자동차 배기가스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운전자겸 자연해설사 일자리를 하나 더 창조할 수 있습니다.

 

일자리 만들기의 해답이 여기에 있습니다. 인간의 섬세한 손과 마음이 더해지는 것을 바라는 소비자의 하이터치 욕구에 부응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인간중심적이며 노동집약적인 성장모델입니다. 그 모델을 실현하기에 최적인 곳이 제주도 말고 또 어디겠습니까. 그런 만큼 새 도정에 거는 기대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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