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누가 누구를 심판하는가? - 교수 채용

    뚱보강사    35. 누가 누구를 심판하는가? - 교수 채용

 

더운 여름날, 어느 대학에서 출판디자인과 전임교원을 채용하는 면접시험장에서 있었던 상황이다. 갑돌이는 일반대 언론정보대학원 출판학과를 나왔고, 미돌이는 미대 대학원 시각디자인학과를 나왔다.

 

미대 출신 시험관이 묻는다.

“미돌이는 시각디자인학과 석사이니 디자인을 강의할 수 있겠지만, 갑돌이는 출판학과 석사이니 디자인을 어떻게 강의하겠나?”

미대 출신 시험관은 디자인과를 졸업하면 모든 디자인을 잘 할 수 있다는 철학을 가진 원로 교수이다.

 

디자인과를 졸업하면 그래픽디자인, 광고디자인, 가구디자인, 제품디자인, 건축디자인은 물론 자동차디자인, 비행기디자인, 출판디자인도 모두 강의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출판디자인은 미대 대학원이 아니라 언론정보대학원이나 신문방송대학원  출판학과에서 배운다는 것을 모르는 미대 교수이다.

 

출판학과 교수가 묻는다.

“당신은 대학원에서 ‘출판디자인론’ 강좌를 수강했는가?”

“저 갑돌이는 ‘출판디자인론’ 강의를 들었습니다.”

“저 미돌이는 디자인 강좌를 많이 들었습니다.”

 

다시 출판학과 교수가 묻는다.

“미돌이는 출판디자인론 학점을 안 땄는데도, 출판디자인에 대해 강의할 수 있는가?”

“저 미돌이는 할 수 있습니다. 출판디자인론 학점은 안 땄지만, 그래픽디자인론, 광고디자인론, 편집디자인론 등 비슷한 디자인 과목 학점을 많이 땄습니다.”

 

일반인들은 출판디자인과라고 하면 책표지의 디자인을 연구하는 곳으로 생각한다. 물론 책표지도 디자인하지만, 책 전체에 대한 디자인을 연구한다. 책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내용(콘텐츠)을 담는 본문의 본문디자인이 첫째이고, 그 다음에 책의 부속물인 면지, 속표지, 겉표지, 띠지를 디자인하는 것이 다음이다.

 

출판물에는 종이책과 전자책이 있다. 전자책에는 멀티미디어를 담는 디스크책과 인터넷을 이용하는 화면책이 있다. 출판디자인학과에서는 종이책출판디자인과 디스크책출판디자인, 화면책출판디자인의 3가지를 전부 공부한다.

 

출판물의 마지막 형태가 종이이건, 디스크이건, 통신망화면(인터넷화면)이건 그 내용과 성격에 따라서 출판물은 단행본, 교과서, 잡지, 신문으로 구분된다.

출판디자인학과에서는 단행본디자인, 교과서디자인, 잡지디자인, 신문디자인을 모두 연구한다.

 

건축디자인과 교수를 선발하는데 ‘건축디자인’에 디자인이란 단어가 들어 있다고 건축학을 전공하고 건축디자인 실무 경험이 있는 사람보다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한 사람이 더 건축디자인과 교수로 적합하다고 하면 이상할 것이다. 디자인이란 단어가 들어간 것은 무조건 미대 디자인과 나온 사람이 맡아야 한다는 신념을 갖은 미대 출신 교수가 의외로 많다.

 

건축학과와 토목학과가 비슷하다고 하여, 토목학과 학점을 딴 사람보다 건축학과 학점을 딴 사람이 토목학과 교수에 적합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광고디자인이나 그래픽디자인이 출판디자인과 비슷하다고 하여 출판디자인과에 광고나 그래픽을 전공한 사람을 교수로 선발하는 것은 적당치 않다.

 

출판디자인과 교수는 출판디자인론을 강의하고 있는 언론정보대학원이나 신문방송대학원을  수료한 출판학과 출신이 적합할 것이다.

 

[참고] 출판디자인과 그래픽디자인의 차이

 

1. 출판디자인은 책(본문 48page 이상)을 디자인한다. 간단한 디자인 컨셉(concept)이 아니다. 책(출판물)은 내용(콘텐츠)이 있고 이 내용이 정보이건 학습교재이건 오락물이건 여론 형성용이건 대량의 독자에게 전달된다.

책은 본문디자인(body text design, context design)이 가장 중요하다. 이 본문내용을 요약하여 잘 나타낸 표지디자인이나 면지, 속표지, 속그림의 디자인은 책의 부속물의 디자인으로 가치가 있다.

 

그래픽디자인은 출판물의 일부인 소책자출판물(small printed matters)을 주로 디자인한다. 카드, 팸플릿, 간판, 로고, 명함, 카탈로그 등이 소책자출판물이다. 이들은 일반 책과 달리 본문과 부속물로 나누지 않고, 표지와 내지 또는 겉지와 속지로 나눈다. 크리스마스 카드는 표지가 더 중요하지 내지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책은 본문 내용이 책의 생명이다.

 

2. 출판디자인은 저작권이 중요하여 독창성, 실용성, 미려도의 순서로 강조하지만, 그래픽디자인은 미려도가 우선이다. 출판디자인은 기획, 편집 단계에서부터 참여하지만, 그래픽디자인은 기획이나 편집에서 정해 준 컨셉을 받아 디자인한다.

 

출판디자인은 윤문, 정서, 내용의 첨부/삭제, 제목달기, 내용의 비중과 우선 순위 정하기 등 지적디자인과 조판, 타이포그래피(행간/자간, 서체, 글자 크기, 색…) 등 미적디자인의 두 가지를 다 취급하나 그래픽디자인은 미적디자인을 위주로 디자인한다.

 

현재 우리나라 출판계는 출판디자인은 주로 편집자가 맡고 있고, 미적디자인 부분은 편집자가 지정한 컨셉에 따라 그래픽디자이너에게 하청을 주는 경우가 많다.

책표지디자인도 책의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고 이 내용과 저자의 철학을 시각화하여 디자인하는 출판디자이너는 드물고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는 편집자가 컨셉을 지시하여 그래픽디자이너가 표지디자인을 완성하는 경우가 많다.

 

.계원대 출판디자인과 졸업작품전시회.

졸전KW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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