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출판물과 예술품-화장실과 화장실조각

     뚱보강사    34. 출판물과 예술품-화장실과 화장실조각 

 

출판물을 전시하는 도서전시회에 다녀온 뚱보강사가 화를 낸다. 책을 펼쳐볼 수 없는 전시였다는 것이다. 귀중품도 아니고 희귀본도 아닌데, 전시대 윗면이 투명 유리로 되어 있고, 책은 그 안에 자물쇠로 잠겨져 있었다는 것이다. 앞표지(표1)만 볼 수 있고 책의 본문을 볼 수 없었단다.

 

앞표지가 책인가? 본문이 책인가? 둘 다가 책인가? 나중에 들으니, 아니나 다를까 그 전시 책임자는 해고당했다고 한다. 책과 크리스마스 카드를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출판 관련업계에서 일할 수 있겠는가?

 

아트북과 책을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은 북아트와 북디자인을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아트 화장실은 순금으로 만든 화장실이거나 화장실 모양의 조각품을 말한다. 반면에 아트 화장실이 아닌 보통 화장실 디자인은 화장실 실내를 어떻게 디자인해야 실용적이고, 미적으로 아름다워질 것인가를 추구한다.

 

순금으로 만든 작품인 아트 화장실이나 화장실 모양으로 조각한 나무는 보기에 아름다울 수는 있어도, 실제로 소변이나 큰 것을 볼 수는 없다. 아트 화장실 디자인은 말마따나 예술 작품을 만드는 디자인을 말하고, 일반 화장실의 디자인은 화장실이라는 상품의 가치를 올려주는 작업이다.

 

얼마 전에 아파트 분양 견본 주택에서 엄마가 청약 서류를 작성하는 사이에, 데리고 간 아이가 모형으로 만든 화장실의 변기에다 용변을 보았다고 건축 회사 직원이 애를 때려서 논란이 되었던 적도 있었다.

 

아트북의 정의는 ‘책이기를 포기한 책’이라고 우선 정의하고, ‘책의 형태를 빌어서 제작한 예술품’이라고 말한다. 반면에 북디자인은 ‘책’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출판디자이너가 디자인할 때는 절대로 책의 본분을 포기하면 안 된다

(내용이 없으면 책이 아니라 공책이다).

 

책이라면 저자의 지식, 정보를 다수의 독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주된 사명인데, 책의 본문은 없고 표지만 있다면 이는 책이 아닌 것이다. 아트북만큼 아름다운 책을 디자인한다면 모를까 아트북을 제작한다면 그는 출판디자이너가 아니고 조각가인 것이다.

 

제작하는 수량에 따라서 출판물과 예술품이 쉽게 구별된다. 10부 이내의 소량을 제작한다면 예술품이고, 1000부 이상을 제작한다면 이는 출판물이다. 대부분 손수 제작하는 수가공 형태는 책의 모양을 빌린 예술품이기 쉽고, 인쇄 과정과 제책 과정에서 기계의 힘을 빌려서 수천 부 이상을 제작한다면 출판물이다.

 

책은 도서전시관, 도서관, 박물관 등에서 볼 수 있고, 예술 작품인 아트북은 미술관에서 볼 수 있다. 그런데 도서전시장과 미술관을 구별 못하는 사람이 출판물 전시 책임자였다니 해고당하는 것이 당연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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