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보강사    33. 언제나 출판과 유출판

“‘유비쿼터스 출판’을 우리말로는 어떻게 부르나요?”

한글을 사랑하는 연합뉴스의 함보현 기자가 한국전자출판학회에다 전화를 건다.

“아, 네. ‘언제나 출판’이라고 부릅니다.”

“‘언제나 출판’이란 말은 처음 듣는데요?”

“그러면 ‘유출판’이라고 불러도 되긴 됩니다.”

현재는 지식 산업시대인 정보시대 중에서도 개인용컴퓨터 시대를 지나온 유비쿼터스 컴퓨팅 시대이다. 유비쿼터스(ubiquitous)란 '언제나, 어디서나, 어느 매체나, 어느 기기나'를 의미하는 단어이다. 이 네 가지 ‘어느’를 한 가지로 줄인다면 ‘언제나’가 가장 적합할 것이다.

어디서나, 어느 매체나, 어느 기기나 가능하다는 것은 항상 가능하다는 것이고 항상은 결국 ‘언제나’와 상통하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이 주 독자인 한글 신문에다 오염된 단어인 외국어나 로만 알파벳 문자를 섞어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흔적이 보이는 신문이 <계원학보>와 <한겨레신문>이다.

여기는 서울 강남 지하철역 근처 사무실. 예쁜 아가씨가 명함을 준다. 대양이앤씨 임OO란다. 영어로는 DAEYANG E&C라고. 옆의 총각 명함은 대양이앤씨 영업본부 아이티팀이라 써 있다. 보통은 IT팀이라 쓸 텐데. 앞쪽에는 한글로만, 뒷면에는 영문자로만 인쇄되어 있다.

2003년 12월달 일간신문에서 몇 개의 단어를 뽑아 보았다. <한겨레신문>이나 <계원학보>의 표기는 한글 위주였다.

‘엘지전자, 지이캐피털, 케이씨씨, 케이티에프, 엔에치엔, 에스케이, 아이티, 엘시디, 삼성에스디아이, 엘지필립스엘시디, 피디피, 에스비에스, 케이비에스, 쓰레기 메일, 최고경영자, 티지삼보, 인수합병, 코트라, 미국프로골프 투어, 한국농구연맹, 제이리그, 비조, 페에스베, 티브이장학회, 유럽축구연맹, 어디서든 화상회의, 튄공잡기, 문지기, 예비실적 발표기간.’

그러나 대부분의 일간신문은 로만 알파벳을 그대로 표기하고 있었다.

‘LG전자, GE캐피털, KCC, NHN, SK, IT, LCD, 삼성SDI, LG필립스LCD, PDP, SBS, KBS, SPAM메일, CEO, TG삼보, M&A, KOTRA, PGA 투어, KBL, J리그, B조, PSV, TV장학회, UEFA, 원격 화상회의, 리바운드, 골키퍼, 프리어닝 시즌.'

<계원학보>의 발간 목표는 4개이다. 1) 한국 문화를 계승 발전시킨다. 2) 계원 학우들의 대변인이 된다. 3) 아름다운 한글을 사용한다(외국문자는 불가피한 경우 괄호 표기). 4) 본문에 한글 문화바탕체를 사용한다.

한국 대학생을 주 독자로 발행하는 신문에서 문자 표기만 한글로 하는 것이 아니고, 글자꼴도 ‘한국민을 사랑하는 철학이 들어 있는 글자꼴’이며, 인쇄용 한글 활자의 표준안을 따라서 만든 ‘문화바탕체’를 사용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단말기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주고받으며 상품을 구입하고 공부를 할 수 있는 장밋빛 미래가 ‘언제나 시대’이다. ‘언제나 시대’ 대신에 ‘유비쿼터스 시대’나 ‘유시대’라고 하면 한국인에게 확 감정이 다가오지 않는다. ‘해와 달’이 우리에게 빨리 이해가 되는가, ‘썬앤문’이 빨리 이해가 되는가?

유비쿼터스 출판 시대보다는 언제나 출판 시대라고 부르는 것이 한국인에게 더 빨리 이해가 될 것이다.

2011년 지금은 구름책 시대이다. 영어로는 Cloud Computing 시대이다. 구름이나 cloud나 같은 뜻이지만 구름책 시대라고 안 부르고 클라우드북 시대라고 부르는 약간 맛이 간 출판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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