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너희가 기획을 아느냐

    뚱보강사    32. 너희가 기획을 아느냐

 

랜덤하우스 출판사에서는 출판디자인의 성공 여부를 출판물의 판매 부수로 계산한다. 독자를 위해 디자인한 것이므로 독자가 구매한 부수를 계산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디자인은 예술 작품을 제작하는 것과는 다르다. 예술 작품이 예술가 자신을 만족시키는 것이라면 출판디자인은 디자이너를 만족시키는 것이 아니고 독자를 만족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스펜서 존슨이 쓴 <<선물>> 책이 3개월 만에 40만 부가 팔렸다. 중앙일보사 계열의 중앙엠앤비 출판사의 단행본 파트와 미국 랜덤하우스가 합작하여 세운 랜덤하우스중앙 출판사에서 베스트셀러를 터뜨린 것이다.

 

베스트셀러를 디자인한 출판디자이너의 본문디자인과 표지디자인은 의외로, 아주 한국적이다. 시원시원한 행간에 비교적 커다란 한글 활자를 사용하고 있다. 표지도 알록달록하지 않고 점잖다. 그런데 어떻게 한국 독자에게 선택받을 수 있었는가?

 

사진기만큼 정밀하게 그림을 그린다고 그가 훌륭한 디자이너일까? 아주 정확하게 그린다고 그가 실력 있는 디자이너일까? 무지개처럼 아름다운 색을 썼다고 훌륭한 디자인일까?

 

외국의 대학에서 한국의 학생에게 불합격을 통보한 편지를 소개한다.

“당신의 그림은 아주 완벽합니다. 오랫동안 그림을 그려온 저도 그려내지 못할 만큼 너무나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만의 색깔은 없는 것 같습니다. 거칠고 투박하더라도 당신만의 생각이 분명하게 나타나는 그림을 그리십시오.”

 

출판 분야는 그래픽디자인만 잘 한다고 해서 훌륭한 출판디자이너가 되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출판 지식과 폭넓은 사고를 통해 인생을 보는 눈을 가져야 훌륭한 출판디자이너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서울 음대를 나온 어머니의 딸이 중학생 때부터 바이올린 콩쿠르 대회에서 입상하곤 했다. 고등학교 때 미국으로 유학을 보냈다. 그런데 딸은 음대가 아닌 공대에 진학했다. 당연히 부모와 마찰이 생겼다. 그러나 딸은 더 현명했다.

“나는 다른 애들보다 바이올린 켜는 기술은 더 좋아. 그렇지만 다른 애들은 작곡가의 곡을 이해하고 자기의 음악으로 소화해서 연주할 줄 알아. 나는 암만해도 내 음악으로 만들 수가 없었어. 난 공대 생활이 맘이 편해.”

 

출판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는 그래픽디자인에서 요구하는 미적디자인 이외에 지적디자인에 관한 지식과 노력이 추가로 필요하다. 그래픽디자인을 잘하면 출판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기초 단계에서는 남보다 유리하다. 그러나 많은 책을 읽은 지적디자이너나 편집자의 단계로 도약하려면 ‘자기의 감정이 녹아 있는 디자인’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상품은 기획력이 경쟁력이다. 독자를 만족시키는 출판디자인은 기획력에 따라 성공 여부가 결정된다고도 말한다. 특히 책이라는 문화상품은 소비자의 요구를 얼마나 적절히 파악하느냐가 중요하다. 기획, 편집, 제작, 마케팅 단계의 4단계에서 항상 독자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출판디자이너는 자기만의 철학을 표현할 수 있는 독창성을 보유함은 물론, 독자를 위해 철저한 준비와 배려를 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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