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9__ ‘한국 원자력의 아버지’ 장인순. 지상파 방송의 몰락
- 뚱보강사
- 2026.01.05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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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9__ ‘한국 원자력의 아버지’ 장인순. 지상파 방송의 몰락
‘한국 원자력의 아버지’ 장인순 전 한국원자력연구소장... [동아일보] 허문명 기자가 ‘사람이야기’ 칼럼에 보도한 내용입니다(2011년 4월 4일). 한국 원자력 개발의 산증인인 장인순 박사. 평생 원자력과 함께 살아온 노과학자는 “한국은 후쿠시마 원전과는 다른 안전한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며, “방사성 물질 누출도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이 지구상에서 가장 적다”고 말했다.
장인순 전 한국원자력연구소장(1940~)은 ‘한국 원자력의 아버지’로 불린다. 미국에서 공부하다, 핵 전공 과학자 유치 프로젝트에 따라 스카우트돼, 1979년 원자력연구소에 들어왔다. 2005년 소장으로 퇴임할 때까지, 핵연료 제조 공정 국산화, 한국표준형 원자로 개발,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 개발 등 한국 원자력 기술 개발을 이끈 원자력계의 산증인이다.
평생 원자력과 살아온 과학자인 그를 2011년 4월 1일 서울에서 만났다. 정부대책회의에 참석하고 대전 집으로 내려가는 길이었다. ‘원전 불안감이 팽배해 있다’고 하자, 그는 대뜸 “한국은 정말 억세게 운 좋은 나라”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번 후쿠시마 원자로 모델과 우리 모델이 안전도 면에서 완전히 다른 모델이라는 설명이었다. “원전 모델은 크게 체르노빌 사고를 냈던 ‘①흑연감속로’와 이번에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난 ‘②비등경수로(BWR·Boiling Water Reactor)’, 우리가 쓰는 ‘③가압경수로(PWR·Pressurized Water Reactor)’ 등, 세 개로 나뉜다.
①체르노빌은 감속재(핵연료인 우라늄이 중성자와 반응을 잘하도록 도와주는 것. 보통 흑연이나 물을 쓴다)로 흑연을 썼는데, 고온에서 노심(爐心·reactor core)이 녹으면서 흑연에 불이 붙어 화재와 함께 폭발해 최악의 사고를 냈다. 당시에는 원자로를 보호하는 격납고도 없었다. 현재 지구상의 흑연감속로는 거의 폐쇄됐다.”
설명이 이어졌다. “비등형과 가압형은 감속재로 흑연이 아닌 물을 쓴다.
그래서 대형폭발 우려가 적다.
‘②비등형’은 원자로로 끓인 물을 바로 증기로 만들어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지만,
‘③가압형’은 원자로로 끓인 물(1차 계통)과 터빈을 돌리는 물(2차 계통)이 다르다. 원자로로 끓인 물에 거대한 압력을 가해 바로 증기화하지 않고, 열(熱)만 다른 물로 옮긴 뒤(열전달) 그 물을 증기화해 터빈을 돌린다. 원자로로 끓인 물과 전기를 내는 데 쓰이는 물이 완전히 다른 물인 데다, 서로 넘나들 수 없게 분리되어 있어 원자로 내 핵연료가 손상되더라도 방사성 물질이 유출될 수 없다.
일본은 51기 원자로 중 30기가 ‘②비등형’이다. 후쿠시마 원자로 사건은 2011년 3월 11일 도호쿠 대지진과 쓰나미로 원자로 1~3호기 노심이 용융되고, 수소폭발이 발생해 방사능이 대기와 해양으로 유출된 INES 7등급 대사고였다.
우리나라는 중수(heavy water)를 쓰는 월성 1∼4호기를 포함해, 21기 모두가 ‘③가압형’이다.” 일본은 왜 ‘②비등형’을 썼나? “후쿠시마 원전을 지을 당시인 1970년대만 해도 차이가 별로 없다고 알려졌다. 그러다 1990년대 들어오면서 안전이나 효율 면에서 가압형이 낫다는 게 확인되면서, 비등형 비율은 현저히 떨어졌다.
우리는 후발주자로서 더 앞선 신기술을 채택할 수 있었다.” 장인순 박사는 “게다가 ③가압형 격납고는 돔 형태인데, 후쿠시마 사각형 격납고에 비해 무려 5배나 크다. 그만큼 외부충격이나 내부압력에 안전하다”며, “원자로를 닫거나 끌 때 쓰는 제어봉도 후쿠시마 것은 밑에 있어 전기가 끊어지면, 속수무책이지만, 우리 것은 위에 달려서, 전기가 꺼지더라도 수동으로 내리꽂는 형태로 작동시켜 원자로를 정지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번 후쿠시마 사고에서는 냉각수가 공급이 안 되면서, 핵 연료봉을 싸고 있는 튜브가 공기에 노출돼 물과 반응해서 수소가스를 발생시켜 수소폭발이 일어났는데, 우리는 수소가스가 발생하기만 하면, 실시간으로 제거하는 시스템이 있다. 일본은 없었다”고 전했다.
― 중국 원전은 어떤가?
“중국도 모두 ③가압형이다. 이 점도 천만다행이다. 최악의 사고가 나도 원자로만 버리지, 주변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
미국 스리마일 사고가 대표적이다. ③가압형에서 일어난 최악의 사고였지만, 격납고가 커서 원자로를 완전히 보호했고, 방사성 물질도 유출되지 않았다. 주민 20만 명이 대피하고, 원자로는 버렸지만, 사람은 한 명도 안 다쳤다.”
그는 “이번 사고 원인이 원자로 문제가 아니라, 원자로 밖에 있는 비상전원이 지진해일(쓰나미)에 망가지면서, 원자로를 식힐 냉각수 공급이 안 돼 일어났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며, “처음에 사고가 났을 때, 나는 일본인들이 어떻게든 발전기를 끌어와 전력복구부터 할 줄 알았는데, 사고 엿새 후에나 시작하는 것을 보고, 정말 이해가 안 갔다”고 지적했다.
― 왜라고 생각하나?
“후쿠시마 사고 때는, 기당 건설비가 3조∼5조 원에 달하는 원자로를 살려보려고 애쓰다, 시간만 지체하고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간 것 같다. 다행히, 일단 급한 불은 껐다고 본다. 어떻든 원전 선진국인 일본으로서는 국제사회에 치명적인 불신을 줬다.”
― 방사성 물질 누출이 특히 걱정되는데... ...
“이번 사고에 관한 한, 지구상에서 우리가 가장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북극에서 보면, 지구가 시계 반대 방향으로 자전을 하기 때문에, 바람이 한국에서 일본 쪽인 편서풍으로 분다.
한국에 일본의 방사성 물질이 온다면, 북반구에서 가장 마지막에 도착한다. 누출 방사성 물질의 수만분의 1밖에 안 남는다. 여기에 수증기로 확산되는 것들은 오래 못 날아간다. 설사 몸 안에 들어왔다 해도, 요오드나 크세논(제논)은 반감기(half life·원자 수가 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 짧을수록 방사능을 빨리 잃는다)가 매우 짧아 기하급수적으로 줄고, 세슘은 물에 녹아 대부분 소변으로 배출된다. 방사성 물질은 마스크만 하고 다녀도 막을 수 있고, 채소에 묻은 것은 물로 충분히 씻으면 된다.”
― 최악의 맹독물질로 알려진, 플루토늄도 나왔다고 하는데... ...
“원자로에서 핵연료를 다 쓰고, 꺼내 분석해보면 플루토늄은 항상 1% 정도가 생긴다. 나오는 게 하나도 이상할 게 없다. 이번에 나온 것도 극히 적은 양이다. 몸에 들어가면 물론 좋지 않지만, 지금 우리 몸에 바로 들어갈 확률은 제로다.
또 물에 잘 녹기 때문에, 바다를 통해 온다 해도, 수백만 배 희석된 상태다. 걱정 안 해도 된다.”
― 바다로 오는 것은... ...
“다행히 태평양이라는 큰 바다가 있어서, 거의 모두 가라앉아 소멸된다.”
장 박사는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나는 대한민국에서 핵물질을 가장 많이 만진 사람이다. 연구실에서 핵물질이 엎질러져 온몸에 묻고, 호흡기로도 들어간 적이 있다. 코를 푸니까, 시커먼 우라늄이 나왔다. 전신 스캐닝으로 확인했는데, 며칠 후 다 빠지고 없더라.
평생 방사성 물질에 노출되어 살아온 내가, 70이 넘어도 이렇게 건강하지 않은가?” 비전문가인 기자로서는 “괜찮다” “걱정 말라”는 그의 말에 반박할 지식이나 자료가 없다 보니, 선뜻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 이런 마음을 읽은 듯 그의 말이 이어졌다.
“일반인은 1년에 방사선 피폭 허용치가 1000μSv(마이크로시버트)로, 가슴 X선을 20번 찍을 때 맞는 양이다. 나 같은 종사자는 5만, 후쿠시마처럼 사고 발전소 종사자들은 25만으로 규정되어 있다.
엄밀히 따지면, 일반인도 5만까지는 괜찮다는 의미인데, 일반인들의 수치를 확 낮춰놓은 것은 그만큼 엄격하게 보호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목숨은 누구나 하나밖에 없다. 과학자도 마찬가지다. 핵 물질을 다루는 핵 과학자들이야말로 안전에 제일 민감하다. 그런 과학자들 말을 안 믿으면 누구 말을 믿겠다는 것인가.” 그는 반핵을 주장하는 환경단체 사람들에게도 할말이 많았다.
“원전 반대를 주장하면서, 시도 때도 없이 연구소에 와서 시위를 벌이는데, 그때마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당신들은 넥타이 매고 안전, 안전 하지만, 나는 작업복 입고 이 안에 있는 3000명의 목숨을 책임지고 있다.
우리도 다 자식 있는 사람들이고, 목숨이 하나뿐인 당신들과 똑같은 사람들이다. 그리고 전문가들이다. 게다가 위험도로 따지면, 원전이 아니라, 핵무기가 더하다. 북한 핵실험에는 침묵하는 사람들이, 반원전을 외칠 자격이 있는가?”
― 최근 독일은 원전 반대 여론이 정치권까지 흔들었다.
“정치문화가 다르다. 국경 하나 맞대고 있는 프랑스는 세계 제1의 원자력국가다. 독일 과학자들 만나 보면, ‘정치놀음으로 원자력이 다 죽었다’고 한탄하는 사람이 많다. 프랑스는 현재 세계에서 두 번째로 원자로가 많다. 모델도 거의 ③가압형이다. 전력의 80%를 원자로로 해결하고 있고, 전력수출이 총수출의 8%나 된다. 사고 난 데만 보지 말고 잘하는 곳도 들여다보자.
‘일본도 사고를 냈는데, 하물며 우리는…’이란 말은 좀 안 했으면 좋겠다. 우리가 얼마나 원전 선진국인지 잘 몰라서 하는 이야기다.” 그는 10년만 지나면, 한국이 세계 원자력계를 이끌어 갈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번 일로, 결국 세계 원자력시장에서 한국과 프랑스가 경쟁할 것이다. 원자력은 무려 200만 개의 부품이 필요한 산업이다. 연관되지 않은 과학이 없을 정도인 종합과학이다.
이번 아랍에미리트 수출은, 우리 과학 수준을 세계적으로 알린 중요한 계기였다. 일본은 한국이 자기들보다 먼저 원자력 수출을 했다고, 내심 기가 꺾였는데 이번 사고로 더 꺾였다.”
그는 현역 시절, 휴일도 없이 오전 7시에 출근해서, 오후 11시에 퇴근한 날이 부지기수였다. 그를 밀어붙인 동력은, 원자력이 바로 후손을 위한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고 한다. “자원 하나 없는 우리가, 오로지 의존할 것은 사람의 두뇌밖에 없는데, 원자력이 바로 ‘두뇌 에너지’다.
석유나 석탄은 언젠가 바닥난다. 태양열 에너지는 지금 전기값보다 20배나 비싸다. 앞으로 에너지강국이 세계강국이 된다는 점에서, 원자력을 지배하는 나라가 세계를 지배할 거다.” 그렇다고 원자력만이 유일하다고 말하지 않았다.
“지상에 인공태양을 만들어, 전기를 공급하는 핵융합의 시대가 올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원자력 수준처럼 되려면, 100년은 걸린다. 그때까지는 원자력이 최선이다.” 어떤 최악의 상황도 보는 사람에 따라, 180도 바뀐다. 그런 점에서 그는 과학의 발전을 믿는 낙관주의자였다.
“인간이 하는 일을 좋아서 하는 일, 할 수 있는 일, 반드시 해야 하는 일로 나눈다면 원자력은 마지막에 속한다. 교통사고 때문에, 자동차 운전을 금지시킬 수 있나? 중고차라도 제대로 정비하고, 모범운전자가 핸들을 잡으면 사고가 안 난다. 체르노빌 사고가 그랬듯, 이번 사고로 원전에 대한 긍정 여론이 주춤할 수는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안전 시스템은 더 강화될 것이고, 기술력도 발전할 것이다.”
그의 오른팔은 온통 화상흉터가 덮고 있다. 왼쪽 허벅지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유학 시절 핵연료 제조 과정에 필수적인, 불소 실험을 하던 중 사고를 당한 것. 그는 장기간 피부이식수술을 받으며, 결국 박사논문을 마쳤다.
그는 “포기하면, 평생 실험실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았다. 공포는 맞닥뜨려 이겨내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잡았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이런 질문을 던졌다.
― 원자력을 쓰지 말고, 전기를 좀 아껴 쓰면 안 될까?
“그것은 계획정전밖에 없다. 아무리 아낀다고 해도, 국민들이 컴퓨터나 TV를 끌 수 있겠는가.
전기 사용을 줄이려면 값을 올리는 수밖에 없다.
지난 30년 동안 소비자 물가가 220% 오르는 동안 전기값은 5.6%밖에 안 올랐다.
서민경제를 위해서도 원자력이 경쟁력이다. 원자력이 없으면 지금 전기 값의 두세 배를 내야 한다.
우리나라 전기의 질은 세계에서 최고다.
1년에 18분 정전된다. 미국만 해도 100분이 넘는다. 세계에서 가장 값싸고, 질 좋은 전기를 쓸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원자력 덕분이다.”
― 1940년 출생, ― 1964년 고려대 화학과 졸업(66년 동 대학 석사),
― 1976년 캐나다 웨스턴온타리오대 이학박사, ― 1977년 미국 아이오와대 화학과 박사 후 연구원, ― 1979년 한국원자력연구소 핵화공연구실장 및 화공재료연구부장, ― 1999∼2005년 한국원자력연구소 소장, 국제원자력기구(IAEA) 원자력에너지 자문위원, 원자력국제협력재단 이사장, ― 2005∼2009년 한국원자력연구소 고문, ― 2011년 현재 대덕원자력포럼 회장.
▲1985년 국민훈장 목련장, ▲2005년 과학기술부, 한국과학문화재단 선정 ‘가장 닮고 싶고 되고 싶은 과학기술 인 10인’, 과학기술최고훈장 창조장 수상.
지상파 방송의 몰락
팔로워 1.1만 명 • 팔로잉 1.3천 명 조선규 사업가 님의 글 “지상파 방송의 몰락, 시청률은 0%대”를 페북에서 가져왔습니다(2025년 12월 8일).
지상파 방송의 몰락, 시청률은 0%대... 대한민국 지상파 방송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수치들은 충격적입니다. 불과 15년 전만 해도, 드라마 '대장금'은 57.8%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전 국민을 TV 앞에 붙들어 놓았고, '무한도전'은 20%를 넘나들며, 국민 예능의 지위를 누렸습니다. 당시 10% 미만의 시청률은 프로그램 폐지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하는 위기 신호였습니다.
그러나 2025년 현재, 상황은 완전히 역전되었습니다. 지상파 3사의 황금시간대 평균 시청률은 2~3%대에 머물고 있으며, 한때 지상파 예능의 절대 강자였던 나영석 PD의 신작마저 0.7%라는 경악스러운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3%만 넘어도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는 단순히 프로그램 몇 개가 부진한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지상파 방송 자체를 더 이상 주목하지 않는다는, 명백한 증거입니다.
시청률 추락은 곧바로 재정 위기로 이어졌습니다. 2012년 지상파 3사의 광고 매출은 2조 1천 억 원에 달했지만, 2023년에는 8천 억 원대로 급감하며 10년 만에 절반 이상 증발했습니다. 한때, 광고주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던 '갑'의 위치에서, 이제는 광고를 받아주길 애원하는 '병정(丙丁)'의 처지로 전락했습니다. KBS는 2023년 기준 약 1,700억 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했고, MBC 역시 수백 억 원대의 적자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몰락은 과연, 단순히 시대적 변화 탓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요? 모든 전통 미디어가 어려움을 겪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 지상파 방송의 추락 속도와 깊이는 유독 가파릅니다. 이는 외부 환경 변화 이상의 구조적이고, 자초한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지상파 방송의 몰락을 결정지은 첫 번째 전략적 실책은 2014년 유튜브 콘텐츠 전면 삭제 사건입니다. 당시 스마트폰 보급률이 급증하고, 유튜브가 새로운 영상 소비의 중심으로 떠오르던 시기, 지상파 3사는 놀랍게도 자사 프로그램을 유튜브에서 모두 삭제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들의 논리는 명확했습니다. "우리 콘텐츠를 보고 싶으면, 우리 플랫폼에 와서 유료로 시청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콘텐츠 독점 공급자로서의 오만에 기반한 판단이었습니다. 방송사들은 자신들이 여전히 시청자들의 유일한 선택지라고 착각했습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냉정했습니다. 시청자들은 방송사 플랫폼으로 이동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TV 시청 자체를 중단했고, 그 빈 공간을 개인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가 채워 넣었습니다. 유튜브 생태계는 지상파의 공백 속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시청자들은 ①언제 ②어디서나 ③원하는 콘텐츠를 ④무료로 즐기는 새로운 문화에 빠르게 적응했습니다.
이 결정의 파괴력은 단순히 유튜브 조회수를 포기한 것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젊은 세대는 지상파 프로그램 자체를 접할 기회를 잃었고, 지상파 방송은 그들의 문화 코드에서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2030세대에게 지상파는 '부모님 세대가 보는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반면, 영리하게 대응한 tvN 같은 케이블(https://tvn.cjenm.com/ko/) 채널들은 유튜브를 적극 활용해 '스타가 탄생했습니다', '유 퀴즈 온 더 블록' 등의 프로그램을 젊은 층에게 각인시키며, 오히려 성장했습니다.
두 번째 실책은,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글로벌 OTT 플랫폼에 대한 대응 실패였습니다. 넷플릭스는 한국 시장에 진출하며, 한국 창작자들에게 매혹적인 제안을 했습니다. 제작비는 충분히 지원하겠습니다. 간섭은 하지 않겠습니다. 당신들이 만들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만드세요. 이는 제작비 삭감 압박과 광고주 눈치, PPL 강요, 방송 심의라는 족쇄에 시달리던 한국 제작진들에게는, 해방 선언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결과는 명확했습니다. 황동혁 감독의 오징어 게임은 전 세계 1억 가구가 시청하며, 넷플릭스 역사상 최고의 흥행작이 되었고, 더 글로리, D.P, 지옥 등 한국 최고 수준의 콘텐츠들이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로 퍼져 나갔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창작자들이 만든 최고의 작품들이, 한국 플랫폼이 아닌 미국 플랫폼을 통해 세계로 진출한 것입니다. 지상파는 인재를 잃었고, 영광도 잃었으며, 수익 기회까지 넘겨주었습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이러한 변화 앞에서, 근본적인 혁신 대신 기득권 지키기에만 급급했습니다. 정부에 넷플릭스 규제를 요청하고, 케이블과 종편의 성장을 견제하는 데, 에너지를 쏟았습니다.
정작 자신들의 콘텐츠 경쟁력을 높이고, 시청자 중심으로 체질을 개선하는 근본적 변화에는 실패했습니다. 제작비는 줄어들었지만 인건비는 여전히 높았고, 경직된 조직 문화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시청률 하락과 재정난은 외부 환경 변화에 따른 결과로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의 몰락을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만든 결정타는 바로 신뢰의 붕괴였습니다. 이는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방송사 스스로 자초한 문제였습니다.
공영방송을 표방하는 KBS와 MBC는 공정성과 객관성이라는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보다, 특정 정파의 이익을 대변하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여왔습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주요 앵커진이 교체되고, 보도 논조가 180도 달라지는 광경은, 이제 놀랍지도 않은 일상이 되었습니다. 같은 사안에 대해 정권에 따라, 정반대의 프레임으로 보도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방송은 진실을 전하는 기관이 아니라, 권력의 나팔수"라는 냉소를 심어주었습니다.
특히 선택적 편집과 자막 조작, 인터뷰 맥락 왜곡 등 이른바 '악마의 편집'이 반복적으로 논란이 되었습니다. 인터뷰 대상자가 실제로 한 말과 방송에 나간 내용이 정반대의 의미로 해석되는 사례들이,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폭로되면서, 시청자들은 방송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팩트 체크 부실, 오보 후 제대로 된 정정보도 없이 넘어가는 관행도, 신뢰를 무너뜨렸습니다.
이러한 신뢰 붕괴가 폭발한 사건이, 바로 KBS 수신료 분리 징수 논란이었습니다. KBS는 1981년부터 약 40년간 전기요금에 수신료를 끼워 팔아, 매년 약 7천억 원을 강제로 징수해 왔습니다.
TV를 보든 안 보든, KBS를 시청하든 안 하든, 전기를 쓰는 모든 가구는 의무적으로 월 2,500원의 수신료를 내야 했습니다. 이는 공영방송의 공적 역할을 위해 국민이 부담하는 일종의 사회적 계약이었습니다.
그러나 KBS는 이 막대한 공적 자금을 어디에 사용했을까요? 2023년 기준 KBS 직원 평균 연봉은 9천만 원을 넘었고, 무보직 임원과 고위직 직원들이 억대 연봉을 받으며, 사실상 일하지 않는 구조가 만연했습니다. 새로운 콘텐츠 개발이나 제작 인프라 투자는 부족했지만, 내부 인건비 잔치는 계속되었습니다. 동시에 앞서 언급한 편파 보도 논란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2024년 정부는 전기요금에서 수신료를 분리하여, 별도 고지하고, 시청자가 선택적으로 납부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시행했습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수신료를 자발적으로 납부하겠다는 비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KBS의 수신료 수입은 7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할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돈을 아끼려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KBS는 더 이상 내 돈을 받을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냉정한 심판이었습니다.
신뢰를 잃은 조직의 말로는 참혹합니다. 강제성을 부여받은 공영방송이 공정성과 책임이라는 대가를 저버렸을 때, 국민은 지갑을 닫는 것으로 응답했습니다. 이는 비단 KBS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MBC 역시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지배구조 논란과 편파 보도 의혹으로, 광고주들의 외면을 받았고, SBS도 상업방송으로서의 정체성 혼란 속에서, 시청자 신뢰를 지키는 데 실패했습니다.
지상파 방송의 몰락은 한국 미디어 산업만의 특수한 사례가 아닙니다. 이는 모든 전통 산업, 모든 기득권 조직이 새겨야 할 보편적 교훈을 담고 있습니다. 아무리 견고한 시장 지배력을 가진 1등 기업이라도, 시대 변화를 읽지 못하고, 고객을 가르치려 들며, 도덕적 신뢰를 저버리면, 한순간에 무너진다는 냉혹한 진리입니다.
그렇다면 지상파 방송이 생존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요? 두 가지 근본적인 방향이 있습니다.
① 첫 번째는 공영성으로의 완전한 회귀입니다.
영국 BBC나 일본 NHK처럼 시청률 경쟁을 과감히 포기하고, 상업적 성공이 아닌 공적 가치 실현을 최우선 목표로 삼는 것입니다. 심층 탐사보도, 고품격 다큐멘터리, 문화예술 프로그램, 교육 콘텐츠 등 상업 방송이 외면하는 영역에 집중하며, 절대적으로 공정한 뉴스 보도로 국민의 신뢰를 되찾아야 합니다.
BBC는 시청률이 낮아도 영국 국민의 70% 이상이 수신료 납부에 동의하는 이유가 바로 이 신뢰 때문입니다. NHK 역시 재난 보도와 교육 프로그램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품질로 존재 가치를 증명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뼈를 깎는 내부 개혁이 필수적입니다. 정치적 중립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지배구조 개선, 무보직 고위 인력 정리와 인건비 거품 제거, 제작비 투자 확대, 그리고 무엇보다 저널리즘 윤리 회복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현재처럼 내부 인건비 잔치를 계속한다면 어떤 생존 전략도 무의미합니다.
② 두 번째는 플랫폼 포기와 콘텐츠 제작사로의 전환입니다.
지상파 방송사가 더 이상 유통 플랫폼으로서 경쟁력을 회복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과거의 영광을 내려놓고, 넷플릭스, 디즈니, 유튜브 등 글로벌 플랫폼에 최고 품질의 콘텐츠를 납품하는 제작사로 완전히 탈바꿈해야 합니다. 실제로 CJ ENM의 스튜디오 드래곤은 이러한 전략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고 있습니다.
이는 자존심을 버리는 고통스러운 선택이지만, 생존을 위해서는 불가피합니다. 방송국이 보유한 최고 수준의 제작 인력과 노하우, 기술 장비는 여전히 경쟁력이 있습니다. 다만 유통 수단을 독점하던 과거의 방식을 포기하고, 콘텐츠의 본질적 가치로 승부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경직된 조직 문화를 해체하고, 창작자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며, 실패를 용인하는 혁신적 제작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지상파 방송의 위기는 단순히 미디어 산업의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 전반에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권력과 자본, 기득권에 안주하며 고객과 사회의 신뢰를 저버린 조직은 결국 도태된다는 자본주의 시장 경제의 냉정한 법칙을 보여줍니다. 동시에 외부 환경 변화를 탓하기 전에 내부의 부패와 무능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조직 생존의 원칙을 일깨워줍니다.
지상파 방송이 다시 국민 곁에 신뢰받는 매체로 돌아올 수 있을지는, 결국 그들 스스로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과거의 오만을 내려놓고 공정성을 회복할 것인가, 아니면 기득권을 움켜쥔 채 함께 침몰할 것인가. 역사는 이미 수많은 사례를 통해 답을 보여주었습니다. 변화하지 않는 거인은 결국 쓰러지고, 그 자리를 새로운 주자들이 채운다는 것을. 이제 선택할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참고] [동아일보] 허문명 기자, 2011-04-04.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110404/36128140/1
[참고] 출처: 조선규 사업가, 팔로워 1.1만 명 • 팔로잉 1.3천 명,
2025-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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