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9__ '래디쉬' 이승윤, 카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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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보강사 이기성

 

 

 

309__ '래디쉬' 이승윤, 카카오

 

 

페북에 페친 [Jey Choi]님이 실화 같은 슬픈 미국 이야기를 재미있게 올려주셨다. 완전, 등단 작가 뺨치는 글 솜씨. 제목은 뉴욕 브루크린 다리의 아픈 추억이라고 붙였다. 브루크린 다리는 뉴욕 이스트 강 동쪽 브루클린과 맨해튼 최남단을 연결하는 뉴욕의 상징적 다리(현수교). 미국에 온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아들 S가 미국 맨해튼 집에서 뉴욕필름스쿨을 다닐 때 이야기. S가 친구와 같이(20대 초반 시퍼런 것들) 세 명이 술집(bar: barroom, lounge bar, minibar, public bar, saloon bar)에서 술을 마셨다. 재수가 없었는지 왜 째려보냐며, 한 흑인 주먹 형아가 내 친구 한 놈을 좀 보자고 했다. 나간 친구 놈이 안 돌아왔다. 모두 취해 있었고, S가 흑인과 나간 친구를 찾아 나와서, 어둔 골목길 한켠에서 피 흘리고 쓰러진 친구를 발견했다. 그러나 S는 친구를 일으키지 못했다. 흑인 형아가 찾아나간 S를 보기 좋게 두들겨 팬거다. S가 눈을 떠보니 병원 응급실이었고, 링겔 주사가 팔에 꽂혀있었다. 미국에서는 응급실 비용이 어마아마하단 말을 들은 기억이 나서 정신이 퍼떡 났다. 아무리 아파도 병원 정문은 응급침대에 누워서 들어가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어지러운 몸을 일으켜 신체의 일부 같은 카메라를 찾았다. 잘 때도 움켜쥐고 자고, 화장실조차 가지고 들어가던 가장 소중한 카메라가 없다. ... 그러나 카메라를 찾을 수는 없다. 병원에서 몰래 도망가야 하니까. 다리가 풀어져서 비틀거렸다. 그래도 뛰었다. 집에 돌아가려 지하철을 타려고 지하로 내려왔다. ! 그런데 지갑이 없다. 주머니를 털어도 동전도 안 나온다. 다시 지상으로 올라와 걸었다. 기다란 다리가 앞에 보인다. 때는 한겨울이었고, 맨발에 신은 신발 안에서 얼음처럼 발은 얼어갔다. 귀도 얼굴도 감각이 없었다. 왜 그럴까? 나중에 안 일이지만, 코뼈가 부러졌고 눈은 부어서 앞이 안 보였다. 그렇게 다리를 건너서, 집이 있는 맨해튼으로 걸어왔다.

 

그 미친 다리, 잔인한 다리. 혼돈의 다리를 십 여 년이 흐른 후, S의 엄마가 건넌다. 브루크린 다리. 누군가는 영화의 한 장면을, 또 누군가는 멜로드라마에서 본 멋진 영상을 기억하겠지. 그러나 난 그동안 보아왔던 수많은 영화는 다 깡그리 잊고서, 비참한 몰골로 아들이 걸어서 건넜을 그 브루크린 다리를 건넌다. 아프고 추웠다. Brooklyn bridge X.

 

 

 

이승윤 래디쉬 대표

 

뚱보강사 칼럼 ‘#294__ 전자책 플랫폼 왓패드 래디쉬에 나온 그 래디쉬의 대표 이승윤 씨 이야기. 영문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Radish)1만개 이상의 오리지널 콘텐츠 IP를 확보했고, 2020년 매출은 전년 대비 10배 이상 성장했으며, 이 중 오리지널 IP 매출이 90%를 차지한다. 래디쉬는 한국의 카카오페이지(웹툰/웹소설/영화/방송/)나 네이버 시리즈(장르소설/만화/e/영화/방송)와 비슷하다. 지난해 7월 카카오페이지와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이 760억 원을 투자하면서 국내에서도 래디쉬의 인지도가 높아졌다. 래디쉬픽션 창업가는 대원외고를 졸업하고, 20109월 영국 옥스퍼드대에 입학한 한국인 이승윤 씨다. 래디쉬는 20215월말 5000억 원에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인수됐다.

 

2021517[조선일보] 임경업 기자가 “*스타트업* ‘웹소설의 넷플릭스, 이승윤 래디쉬 대표를 보도했다. <웹소설의 넷플릭스 꿈, 래디쉬>입니다. “재웅님, 정주님을 원망했죠. 왜 이렇게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일을 추천했을까요.” 2018년 여름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의 전환사채는 26. 사채마다 적게는 2.5~3만 달러(3000만 원) 나중에는 10만 달러가 넘는 것들도 있었습니다. ‘사채 돌려막기를 했던 것이죠. 이미 개인 빚만 20만 달러가 넘게 있었던 이승윤(31) 대표는 IR을 위해 실리콘밸리를 뛰어다니고 있었습니다. IR(investor relations)은 기업이 자본시장에서 정당한 평가를 얻기 위하여 주식 및 사채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홍보활동으로, 투자자관계·기업 설명활동. PR(public relations:홍보)은 일반 사람들을 대상으로 기업 활동 전반에 대하여 홍보를 하는데, IR은 주식시장에서 기업의 우량성을 확보해 나가기 위해서 투자자들만을 대상으로 기업의 경영활동 및 이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는 홍보활동을 한다. IR은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하고 회사의 장점뿐 아니라 단점까지도 전달한다.

 

이승윤 대표의 원망 대상은 창업을 추천했던두 명이었다. 다음의 창업자 이재웅’, 넥슨의 창업자 김정주였다. 그랬던 래디쉬가 지난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인수됐다. 인수대금 5000억 원. 올해 한국인이 세운 스타트업 엑싯 중 세 번째(1위 하이퍼커넥트, 2위 지그재그)로 큰 규모이다. 엑싯은 출구 전략 (出口戰略, exit strategy). 이승윤 대표의 전환사채 이야기는 그런 그의 진심 한 조각이다. 이재웅 창업자도 ‘(래디쉬는) 아마 지난 7년여 세월동안 모든 스타트업이 20년 동안 겪을 문제를 압축적으로 경험했다고 페북에 썼다고 한다.

 

이재웅, 김정주가 추천한 창업. 해보니 어라?’ 창업자에 대한 모든 기사마다 옥스퍼드 유니언 회장꼬리표가 붙던데요. 옥스퍼드 유니언이 그렇게 대단해요? 옥스포드에서 학생회장 같은 명망 있는 자리죠. 지금까지 영연방 총리만 10명 넘게 배출한 동아리 회장이니까요. 그런데 그건 밖의 시선이고요. 개인적으론 자신감이 생겼어요. 마이너리티로 콧대 높은 영국 사회에서 인정받은 거예요. 옥스퍼드에는 돈 많고 유명한 집 자제들을 넘쳐나요. 중국 공산당의 실세 중 하나였던 보시라이 전 충칭시 서기 아들 보과과도 직전 옥스포드 유니언 선거에서 떨어졌어요. 리콴유 싱가포르 전 총리의 손자도 토론 멤버였어요. 회장을 하고 나니 글로벌 금수저들 사이에서도 내가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죠. 물론 옥스퍼드 출신이라는 것 덕분에 대단한 사람들을 좀 더 쉽게 만나고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승윤 대표가 창업자가 아닌, 정치인의 삶을 생각했을 법도 한데요? 옥스퍼드 유니언 회장을 하고 나서 잃은 것도 있죠. 우선 친구가 없어져요. 동아리 회장 선거라지만, 별도로 본인의 선거 캠프를 조직해야하고, 진짜 선거하듯이 경쟁해요. 예컨대 회장 선거를 준비하고, 회장을 하고 나서도 하루에 9끼를 먹었어요. 아침 세끼, 점심 세끼, 저녁 세끼요. 저는 목적 지향적인 사람이에요. 목적이 있으면 달성해야 해요. 최대한 많은 사람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 그랬던 것이죠. 아마 대부분 정치인이 비슷하지 않을까 싶은데그사이 진정한 친구들이 사라지더군요.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죠. 내 자신을 위한 삶이 아닌, 남을 위해서 사는 느낌이었어요. 사업은 나를 위해서, 아니면 소수가 그 가치를 인정해도 굴러가요. 하지만 다수의 지지를 얻어야 하는 정치는 달랐어요. 성격에 안 맞고 외로웠어요.

 

대단한 스펙이면 억대 연봉 취업도 가능했겠네요. 그런데 왜 창업을? 창업으로 연결한 세 분이 있어요. 첫 번째가 집 없는 억만장자로 유명한 니콜라스 베르그루엔(Nicolas Berggruen)’이예요. 옥스퍼드 유니온 회장 때 그를 옥스퍼드로 강연에 초청했어요. 니콜라스 눈에는 동양인이 옥스퍼드 회장을 하는데 신기했던 거예요. 그 뒤로 친해졌어요. 졸업을 1년 앞둔 시점, 니콜라스가 한국에 가려는데, 한국의 창업가들을 만나고 싶다.’고 하는 거예요. 대학 인맥을 총동원해 이재웅님과 김정주님을 소개했죠. 그렇게 두 분과도 친분이 생겼어요. 본래는 기업가는 자신의 이윤만 극대화하려고 하는 멋없는 자본가라고만 생각했었었요.

 

이재웅 님은 창업은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라면서, 사회적 기업과 미디어 기업 창업을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했어요. 사업을 세상의 문제나 부조리를 푸는 도구로 봤던 것이죠. 첫 투자자기도 하고, 창업을 결정하는 데 많은 영향을 미쳤어요. 김정주 님과는 주고받았던 이메일이 기억에 남는데요. ‘당장 창업은 무섭고, 일단 취직은 어떨까요? ‘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정주님한테 보냈어요. 그랬더니 답장이 왔죠. “첫 직장이 인생을 많이 결정해주는데 말이야. 취업은 다리를 건너거나(돌아오기 아주 어려운), 잘못해서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경우(많은 경우가 그렇지만 너는 아닌 듯)가 많거든.”

 

, 지금 창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아이템도 마땅히 없었지만. 평소 친분이 있던 다니엘 튜더 기자와 창업 아이디어를 주고받았어요. 제가 튜더의 책을 읽고 다짜고짜 이메일로 팬이다. 만나고 싶다'면서 친해졌거든요. 그리고 이재웅님, 튜더, 저 셋이서 아이디어를 발전시킨 아이템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저널리즘. 바이라인이었어요. 그게 2014.

 

저널리즘 스타트업, 그 어려운 걸 왜? 초기 아이디어를 고민할 때, 여행 비즈니스도 후보였어요. 지금의 에어비앤비와 클룩 같은 비즈니스를 합친 거였죠. 재웅님이 사업을 하나 고르면 7년은 해야 하는데,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 비전이나 모티베이션이 없으면 버틸 수가 없다는 거예요. 그래서 저널리즘을 골랐죠. 저와 튜더가 저널리즘에 관심이 많았고, 둘이 이렇게 저널리즘을 바꿔보자는 비전이 있었거든요. 철학, 정치, 역사를 전공했고 공적인 영역에 관심이 많았어요. 글 하나로 세상을 바꾸는 일. 너무 멋있잖아요. 실제 영국에서 기자를 할까도 진지하게 고민했고요.

 

창업을 추천한 니콜라스(베르그루엔 홀딩스), 이재웅(다음), 김정주(넥슨), 세 분이 첫 투자자인가요? 이재웅 님이 첫 투자자였고요. 2014년 창업을 결정하고, 무작정 샌프란시스코에 갔어요. ‘창업은 역시 실리콘밸리에서!’라는 마인드였는데, 월세가 진짜 비싸요. 월세 200만 원짜리 방을 찾고 잭팟인 줄 알았더니 텐덜로인이라고, 샌프란시스코에서 총기 사건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곳이었어요. 길거리를 걷다가 피 흘리는 사람도 여럿 봤죠. 너무 힘들어서 런던으로 돌아왔죠. 그때 미국에서 니콜라스와 김정주 님에게 피칭(투자설명회)했어요. 니콜라스가 김정주 님에게 투자할 거냐고?” 묻더군요. 그랬더니 김정주 님이 안 할 겁니다. 망할 것 같아요라는 거예요. 순간 사업의 길로 떠민 김정주 님을 원망했죠. ~ 사업은 냉정하구나. 피칭(Pitching)은 창업자나 작가들이 편성, 투자 유치, 공동 제작, 선판매 등을 목적으로 제작사, 투자사, 바이어 앞에서 기획 개발 단계의 프로젝트를 공개하고 설명하는 일종의 투자 설명회. 좋은 콘텐츠와 역량을 거래할 수 있는 일종의 직거래 장터이다.

[참고] 201561, [SBS 뉴스]에서 임찬종 기자가 미디어 스타트업 바이라인 byline.com’의 창업자 이승윤 대표를 소개했다. 사무실은 피자 가게가 있는 런던 쇼디치 (shoreditch)에 있다. 25살 한국인 청년이 영국 언론사의 사주가 된 셈이다. 사무실은 자기 집이고, 직원은 5명뿐인 스타트업이지만.

 

집 없이 호텔서 생활하는 억만장자 니콜라스는 투자를 했어요. ‘저널리즘이 망가졌고, 누군가는 이걸 고쳐야 하기 때문에 투자하겠다고요. 정말 제 비즈니스가 잘 될 것 같아서 했는지는 모르겠어요. 엑싯 소식을 알려줬고, 어제 니콜라스에게서 문자가 왔어요. ‘승윤, 널 믿었다고요.

 

개인 빚 3, 전환사채 26...바닥에서 길고긴 3. 저널리즘 창업했다가 1년 만에 웹소설 래디쉬(Radish)로 피벗했죠. 저널리즘 바이라인(byline.com) 회사는 스케일 업에 실패했어요. 돈을 벌 수 없었죠. 틈새(니치) 마켓을 공략해서, 1명의 기자가 1000명의 유료 구독자를 모으면 사업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이상은 좋았는데, 돈이 안 들어오는 거예요. 지금은 프리랜서 기자들이 뉴스레터를 쓰고, 서브스택 같은 플랫폼도 나와 가능성이 보이지만, 그때는 정말 힘들었거든요. 니치(niche)는 틈새, 빈틈이라는 뜻이고, 니치상품은 일반 상품군의 구분을 세밀하게 연령층, 성별, 직업별, 특정 상황에 맞춰 소비자를 특화시켜 이들에게 가장 적합한 것을 개발하여 만들어낸 상품을 의미함.

 

너무 힘들어서 이재웅 님에게 여러 번 메일을 보냈어요. 그랬더니 아이디어는 남에게 조언받고 베껴서 얻는 게 아니다. 혁신은 너 자신만이 하는 것이다. 자문 쇼핑을 다니지 말라는 답이 오더군요. 역시 사업은 냉정하구나. 멘붕 상황에서 다니엘 튜더 기자의 옛 동료인 이코노미스트 부편집장을 만났어요. 그랬더니 돈을 벌려면 저널리즘 말고, 소설로 크라우드 펀딩을 받으라는 거예요. 딸이 하루 종일 웹소설인지 뭔지를 본다고요. 지금은 네이버에 인수된 왓패드(전 캐나다 웹소설 플랫폼)를 들어가 봤어요. 신세계인거예요. , 이거라면 돈은 벌 수 있겠다. 피벗에 착수했죠.

 

웹소설과 찰스 디킨스의 1페니 소설, 그게 래디쉬의 본질? 왓패드 작가들에게 메일을 쐈어요. ‘소설 써도 돈 못 벌지 않느냐? 유료 웹소설 플랫폼을 만들건데 들어올래?’라고 했더니 금방 200명이 지원 의사를 밝혔어요. 래디쉬 앱도 안 만든 상태에서 피벗을 선언한 셈이죠. 영국 ITV 회장이자 엔터 업계 대부 피터 바잘제트(Peter Bazalgette)에게 래디쉬 모델을 처음 피칭했어요. 찰스 디킨스 이야기를 했어요. 찰스 디킨스가 150년 전에 책을 챕터 별로 팔았어요. 당시에도 책은 비쌌고, 중산층의 사치재에 가까웠거든요. 대중들도 재밌는 이야기를 원했는데, 그들을 위해 책 한권을 챕터별 연재 방식으로 1페니에 판 거죠. 래디쉬도 모바일에서 페니 소설을 팔겠다고 설득했어요.

 

 

늑대인간 소설래디쉬 첫 히트작

 

피터 바잘제트 경이 투자를 결정했고, 투자사 2곳을 더 소개해주겠대요. 그리고는 엔터테인먼트는 한 방이다. 크게 뜨는 작품이 있어야 하고, 그때까지 잘 버텨보라고 하더군요. 그렇게 20~30억 원을 투자받아 2016년 실리콘밸리에서 래디쉬를 출시했죠. ‘피벗했더니 승승장구했다라는 스토리는 어떤 창업자에게도 별로 없죠. 늑대인간 소설인 ‘Tom Between Alphas’가 래디쉬의 첫 히트작이었으니 거의 3년 정도 걸렸네요. 처음 1년 반~2년 정도는 피벗을 위한 팀 세팅에 공을 들였어요. 수 존슨 ABC 부사장, 2018년 여름에는 카카오페이지 C 레벨들도 데려왔고요. 2018년 상반기쯤 이 정도면 올스타라는 확신이 섰죠.

 

그런데 돈이 부족했어요. 팀을 잘 만들면 투자가 들어올 줄 알았는데, 투자가 안 들어오더군요. 10개월 동안 26개 전환사채 돌려막기를 했어요. 개인 빚 한도까지 차서, 나중에는 팀원이 돈을 빌려줬죠. 15년 지기 친구인데, 지금도 래디쉬에서 일해요. 그 친구가 2억 원을 사채업자에게 빌려서 줬죠. 3주 뒤에 28000만 원이 되어 있더군요. 겨우 투자 받아서 그 돈을 막았어요. 지금도 미국 사채업자들 문자가 와요. ‘헤이 승윤, 돈 필요하지 않느냐?’면서요. 그때 바닥이란 걸 알았어요. 그동안 너무 쉽게 좋은 사람들을 만나 사업이 풀려서 벌을 내리나보다는 생각도요. 빚은 산더미고, 1주일 단위로 사채를 돌려막고, 팀원들은 지쳐갔죠. 당시에 취업을 택한 대학 친구들은 다들 잘 나가고 있었거든요. 상대적 박탈감까지. 원형탈모까지 생겼죠.

 

3년 만에 히트작의 등장, 운이 좋았네요. 그 작가분에게 감사 인사해야겠네요. 그 히트작, 저희가 상당부분 만든 거예요. 래디쉬는 헐리우드 영화나 TV 드라마처럼 집단창작 체제’, 그러니까 한 소설을 위한 팀이 구성되고 하루에도 4~5편을 찍어낼 수 있는 양산 체계예요. 일종의 웹소설 프로덕션인 셈이죠. 한 소설에만 5명 이상 팀원이 붙어요. 줄거리만 짜는 PD, 메인 집필 작가, 보조 작가, 요약만 쓰는 작가 이렇게 역할을 세분화하죠. PD는 그 챕터의 핵심 내용 3~4줄을 쓰고, 메인 작가가 살을 붙이고, 보조 작가가 대화 디테일을 손보는 방식이죠. 미국 할리우드 프로덕션이 쓰는 방식이고, ABC 부사장 출신인 수 존슨이 이 문화를 래디쉬에 이식했죠.

 

왜냐하면 웹소설은 대부분 아마추어 작가들이 처음 시작해요. 아쉽게도 그들 상당수는 계속 플롯을 끌고 갈 힘과 체력이 부족하죠. 그렇다보니 내일부터 휴가야, 방학이야라는 이유로 휴재해요. 래디쉬는 플롯을 사와서, 양산형 소설을 만드는 거예요. 일주일에 한 편 나오는 소설을 하루 3회가 나오도록 하고, 기다리면 무료로 하거나, 일찍 읽고 싶다면 200~300원씩 받는 것이죠. 이 아이디어는 카카오페이지에서 영감을 얻었어요. 카카오페이지 웹소설 달빛조각사가 성공했는데, 일일연재를 해서 사람들을 확 끌어 모은 거예요. 웹소설의 핵심은 콘텐츠 공급 속도에 있다는 걸 알았죠. 카카오페이지의 연재 방식, 할리우드의 스피디한 탑다운 제작 시스템을 보면서 이걸 래디쉬에 이식시켜야겠다 했죠.

 

첫 히트작인 늑대인간 소설도 원래는 경쟁사 왓패드의 연재 소설이었어요. 2019년 투자유치도 성공했고, 팀도 다 갖춰졌어요. 돈 탓, 남 탓 할 수 없으니 200% 해보자고 달려들었죠. 아무리 전략, 제품, 기획이 다 있어도 결국 CEO가 움직여야 모든 박자가 맞더군요. 온종일 데이터 보고, 경쟁 플랫폼을 염탐했어요. 데이터를 보니 늑대인간 소재 소설 반응이 좋더군요. 왓패드에서 소설을 쓰는 아마추어 작가에게 소설 IP를 래디쉬에 팔라고 제안했어요. 그리고 처음부터 소설을 다시 쓰자고 했죠. 시작부터 강렬하게, 모바일과 웹소설 트렌드를 저격해서요. 6개월 만에 2000편 챕터를 썼죠. 하루에 5 챕터 이상을 썼으니까요. 그 작품이 히트하고 나서, 숨통이 트였죠.

 

가장 힙한 웹소설 스타트업이 실은 올드한 ABC방송사의 방식을 따라했다고요? 많은 테크 창업자들이 플랫폼, 플랫폼을 외치면서 매몰돼요. 콘텐츠 플랫폼의 핵심은 퀄리티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에요. 넷플릭스가 정말 테크로만 성장했을까요? 넷플릭스는 데이터로 시청자들의 취향을 세밀하게 파악한 다음,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라는 퀄리티 콘텐츠를 만든 회사예요. 넷플릭스가 성장한 배경에는 데이터 기반 제작 스튜디오 기능이 가장 핵심이었다고 봐요. 래디쉬도 마찬가지죠. 탑다운 방식으로 이걸 만들어야해라고 밀고 나가는 구조죠. 콘텐츠의 99%는 돈 못 벌어요. 1%만 돈을 벌더군요. 1%에만 최대한 리소스를 집중하는 제작은 오히려 이 방식이 적합해요.

 

1%의 가능성, 말은 쉽지만 어떻게 찾나요? 데이터, 그리고 헐리우드의 제작 방식을 응용했죠. 미드를 보면 파일럿, 시즌-1이 성공하면 쭉 달려가잖아요. 저희는 초반 10개 대사, 처음 10초에 승부를 보려고 해요. 로맨스 소설은 처음부터 키스신, 추리 소설은 처음부터 살인 장면이 나오는 것이죠. 제목, 표지, 챕터 모든 것을 AB 테스트해요. 그리고 독자 반응을 보죠. 처음 10회 독자 반응이 오면 수많은 작가들이 그 소설에만 달라붙어요. 그리고 1000회까지 쭉 달리는 것이죠. A/B testing은 디지털 마케팅에서 두 가지 이상의 시안 중에서 최적안을 선정하기 위해 시험하는 방법.

 

밸류 5000? “앞으로 수조 원 밸류가 된다작년 매출은 230억 원, 그런데 5000억 원 밸류요? 소설이 모든 콘텐츠의 원천이니까요. 그 잠재력이 반영된 밸류죠. 요새는 웹툰만 하더라도 원작에 얼마나 충실했는가를 독자들이 따져요. 하지만 소설은 그보다 상상력이 훨씬 풍부하게 작용하는 콘텐츠의 기본 소스죠. 반지의 제왕, 왕좌의 게임, 해리포터. 모두 소설 기반의 콘텐츠들이죠. 래디쉬에 올라오는 콘텐츠 100% IP를 회사가 소유하고 있어요. 이 스토리가 잘 됐고, 영화 드라마 게임으로 나왔을 때 올릴 수익은 지금과 차원이 다를 거예요. 중국 텐센트는 2015년 샨다소설이라는 웹소설 플랫폼을 9000억 원에 인수했어요. 이 기업 가치는 12조 원이 넘어요. 텐센트의 히트 콘텐츠가 여기 올라오는 소설에 기반을 두고 있거든요.

 

래디쉬가 카카오의 안으로 들어왔으니, 한국에서 성공한 웹소설을 미국 시장에 론칭, 미국에서 성공한 웹소설을 한국 시장에 가져와보려고 해요. 예컨대 카카오엔터의 웹소설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번역해 래디쉬에서 선보이고, 래디쉬 히트 소설을 북미에서 웹툰화하는 작업을 고민하고 있어요.

 

 

왓패드는 유튜브, 래디쉬는 넷플릭스

 

네이버가 6500억 원을 주고 산 왓패드와 카카오가 인수한 래디쉬는 뭐가 다른가요? 왓패드는 유튜브, 래디쉬는 넷플릭스라고 보면 돼요. 왓패드는 아마추어 작가들이 자유롭게 글을 올리는 플랫폼이고, 래디쉬는 직접 제작 인력을 들여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죠. 유저는 왓패드가 MAU 9000, 래디쉬가 100만이죠. 그치만 왓패드는 저작권이 각각의 작가에게 있고, 래디쉬는 1만 개의 소설 IP를 소유하죠. MAU(Monthly Active Users)는 한 달 동안 해당 서비스를 이용한 순수한 이용자의 수.

 

[참고]

뚱보강사 칼럼 ‘#294__ 전자책 플랫폼 왓패드 래디쉬’.

https://kg60.kr/cmnt/2342/boardInfo.do?bidx=769269

[참고]

[Jey Choi] 페친

https://www.facebook.com/profile.php?id=100014954321382

[참고]

[조선일보] 임경업 기자, 2021.05.17.

https://www.chosun.com/economy/smb-venture/2021/05/17/KUKHYAGDEZFZDEODE3GGEZZNNI/?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fbclid=IwAR0ncVfHts9vVtJ8wBZgUeVEwyuFFWxBUYxWch0Y9Fk2tpTpAAlamYBO7Hc

[참고]

출처 : SBS 뉴스, 임찬종 기자, 2015.06.01.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3001926&plink=COPYPASTE&cooper=SBSNEWS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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