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라디오 방송은 엽서로 신청곡을 받았다. 그런데 컴퓨터와 방송을 잘 아는 sbs 라디오 김국은 차장과 뚱보강사가 세계 최초로 생방송으로 방송 시간 중에 컴퓨터를 켜고 천리안, 하이텔, 한컴 등에 채팅방을 만들어서 신청곡도 받고 채팅을 하면서 방송을 진행하는 ‘SBSPC 통신’ 프로그램을 만든 것이다. 최신 방송 기술에 기획 내용도 좋아서 1995년 말 방송대상을 획득했다. 그러나 뚱보강사가 1995년에 계원예술대학교 전자출판과의 정교수로 발령이 나는 바람에 안타깝게도 1년밖에 진행을 못하고 후임에게 MC 자리를 인계했다.

신청곡도 틀어주고 컴퓨터 관련 뉴스도 읽어주고, 손님도 초대하고, 화제의 인물도 모시면서 진행을 한다. 밤 12시 56분쯤 잔잔한 음악이 배경으로 깔리기 시작하면 뚱보강사가 마이크에 대고 말을 하기 시작한다. “네, 오늘의 끝 곡은 김지연씨의 신청곡입니다. 비틀즈의 ‘헤이 쥬드’. 이곡 들려드리면서 오늘은 이만 작별인사를 드려야겠네요”. “저는 내일 밤 12시 5분에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편한 밤 되세요~”.

요일별로 특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토요일 ‘토요스페셜’ 프로그램에는 유명 가수를 초대하여 자신의 노래를 듣는다. 가수 이주엽, 노래 ‘너나 잘해’. 조규찬, ‘아담과 이브는 사과를 깨물었다. 말해 줄께’. 강수지, ‘6집. 날 보내지 않아. 어쩔 수 없는 연인’. 윤종신, ‘부디. 내사랑 못난이’. 윤비수, ‘도망자. 20살 에세이’. R.ef(박철우/이성욱/성대현), ‘고요 속의 외침. 이별 공식’. 솔리드(이준/김도한/정재윤), ‘이밤의 끝을 잡고. 나만의 친구’. 박영미, ‘그대를 잊는다는 건. 너에게 하고픈 얘기’. 이밖에도 가수 서태지, 이화수, 모자이크(박문수/김준범/백경수), 최수민, 잉크, 젬마(허진호/배병렬), 체크(오창훈/이정관), 박종이, 뱅크(정시로/설처용), 팜팜(김혜영/이수연/윤승일), 박정운, 베이시스, 유훈, Crazy Kids 등이 출연했다.

“지난 달부터는 매달 저희 프로그램을 아껴주시고 또 여러 방면에서 열심히 활동해주신 네 분을 선정해서 한글과 컴퓨터에서 제공하는 ‘아래한글 3.0’을 선물로 드리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참여로 꾸며지는 ‘sbspc’ 통신 계속해서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리고요. 오늘은 여기서 작별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김혜미씨가 신청하신 곡입니다. 노이즈의 ‘체념’ 띄워 드릴께요~ 아직도 삼풍 붕괴현장에 갇혀서 생사를 모르는 분들이 있는데 살아서 돌아오시길 간절히 기원하면서 오늘밤, 이만 작별 인사를 드립니다. 안녕히 계세요~.

25년 전 뚱보강사가 방송한 1995년 7월 12일자 ‘제작 진행표’를 소개한다.

프로그램명: SBS PC 통신.

MC: 이기성 교수. 담당 PD: 김국은 차장. 방송일시: 7/12 (수)

12시 03분: 구분(1): 시그널 + 오프닝

구분(M1): ‘프로와 아마츄어’, 룰라. 박성인씨 신청곡

구분(2): CM(120")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sbspc통신은 해태제과, 대우전자, 한국타이어, 고려원, 한일합섬, ... 공동 제공입니다.

구분(0): 프로그램 안내 + 주제 발표

16분: 구분(코드): 컴퓨터 소식(뉴스)

구분(M2): '부디‘, 윤종신. 김도훈씨 신청곡

23분: 구분(0): 애청자 초대(대구 김한찬) + 채팅

구분(코드): 퀴즈 + 사연 + 정답 발표

46분: 구분(M3): ‘기억 속의 멜로디’, 오태호. 박진석 병장 신청곡

50분: 구분(코드): 뚱보강사와 함께

구분(0): go top + 상담 등 ...

12시 56분: 구분(M4): ‘너의 뒤에서’, 박진영 + 클로징 멘트

1990년대 삼보컴퓨터, 삼성컴퓨터, LG컴퓨터, 대우컴퓨터, 현대컴퓨터, 세운상가컴퓨터 등 아이비엠 호환용 컴퓨터는 도스(디스크 운영 체제; disk operating system)라는 시스템 운영 프로그램을 사용했다. 컴퓨터 전원 스위치를 켜면 모니터 화면에 하양색으로 꺾쇠 모양이나 정사각형 모양이나 밑줄 모양이 껌뻑껌뻑하고 있었다. 그 옆에다 키보드로 무어라고 써주면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지금은 키보드로 글자를 써넣는 대신에 마우스로 엄지손톱만한 그림을 누르면 프로그램이 시작되지만. 마우스를 사용하는 것은 ‘도스’가 아니고 ‘윈도’라는 운영체제이다. 윈도3.1, 윈도95, 윈도XT, 윈도7, 윈도10 등등등 ...

모니터 화면에 꺾쇠 모양 2개(‘>>’)가 나오면 키보드로 ‘go sbspc’를 친다. ‘잠시 기다리십시오.’라고 나타나더니 “매일밤 24:05_01:00 방송되는 'SBS PC 통신' 'AM_792Khz'에서 만나요.”라는 메시지가 나오고 다음 줄에 ‘[ENTER]를 누르십시오.’라고 화면에 안내문이 나타난다. [Enter] 키를 누른다.

다음 줄에 11개의 보기가 나타난다.

1. 가입신청/회원정보, 2. 읽어보세요(방송 내용),

3. 이기성, PD께(신청곡, 사연, 기타),

4. 대화실(방송시간에 OPEN됩니다.). 5. 자료실,

6. 자유 게시판, 7. 주제별 사연.

주제별 사연은 다시 3개로 나누어져 있다.

(1) 내가 PD라면.........?(3/28-방송), (2) 이 직업, 이 사람.

(3) 라퓨터 우체통.

8. 내가 추천하는 “식당”. 9. 축하합니다.(가입, 축하사연 등).

10. 웃겨봅시다.

11번은 방송 개편 안내. “SBS PC 통신” 게시판입니다. 라디오와 채팅이 함께 하는 방송입니다. 각 게시판에 올린 사연은 방송에 우선적으로 선정됩니다. 대표 아이디는 “sbspccom"입니다. 많은 사연 보내주세요.

11개의 보기가 다 나오면 그 밑에 ‘번호/명령(H,P,T,GO,HI,Z,X) >>'라는 안내문이 나타난다. 위 11개의 보기 중에서 원하는 번호를 넣으면 된다.

뚱보강사가 1년 13일간을 생방으로 진행하고 MC 자리를 넘겼다. 밤 12시 방송 시작이면 적어도 2시간 전인 10시 이전에 여의도 SBS 사옥에 도착해야 한다. 방송 대본과 컴퓨터 관련 뉴스를 검토하고, 인터넷으로 신청한 음악과 건의 사항도 읽어보고 방송작가와 PD와 함께 회의도 하고. 생방송도 하고, 대학 강의 준비도 하느라 정신없이 1년을 보냈다. 사실 새벽 1시에 끝나서 집에 오면 2시. 씻고 자고 아침 먹고, 08시까지 학교로 출근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3,000명이 넘는 팬의 응원에 신나게 방송을 했다.

1996년 3월 30일에 미리, 방송 시간에 일일이 팬들을 만나서 하지 못할 작별 인사를, 메일로 썼다. “뚱보강사는 1995년 3월 20일 밤에 시작된 SBSPC통신 프로그램을 1996년 4월 1일 날까지 377회를 마치고 대학으로 돌아갑니다”. “1996년 3월 30일 토요일 새벽 1시 통계로 3,085명이라는 경이적인 회원가입을 기록했습니다”. 하이텔에서 가입한 SBSPC 회원만 집계한 것이 3,085명이고, 한컴언라인의 SBSPC 회원을 합치면 훨씬 더 많습니다.

그간 밤늦도록 방송을 애청해주시느라, 채팅에 참가하시느라, 메일을 보내시느라고 고생하신 우리 SBSPC 회원 여러분, 저 뚱보강사 이기성이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씀 올립니다. 직접 찾아 뵙고 감사의 인사를 드리는 것이 도리인줄 압니다만, 이렇게 메일로 인사드리게 된 것을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우리 한민족이 정보사회에서 지국의 인류를 평화롭게 발전시키고 이끌어갈 수 있도록, 정보사회의 선각자인 우리 SBSPC 회원 여러분! 계속 노력하여 우리의 후배와 함께 우리나라의 발전은 물론, 인류의 발전에 큰 힘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여러분은 할 수 있습니다. 창의력 있는 우리 민족은 정보사회에서 살기에 가장 적합한 문화민족입니다. 자긍심을 가지고 살아가세요... 단기 4329년(서기 1996년) 3월 30일 이른 10시 40분(오전 10시 40분) 경기도 의왕시 계원조형예술대학 본관 2층 이기성 교수실에서 뚱보강사 이기성 올림.

덧붙임: 생방송 오디오를 담당해주신 엔지니어 여러분, 아르바이트 서혜원님, 시솝 김준석님, 미녀 작가 정동주님을 비롯한 스텝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끝으로 SBSPC통신을 기획하시고 실제로 생방 프로그램으로 탄생시킨 김국은 차장님께 다시 한 번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행복이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안녕... 뿅... 구름과 함께 멋지게 사라지는, 배가 뚱뚱한 뚱강 올림..

[참고] 1995년 3월 서울=聯合뉴스. ‘국내 최초의 라퓨터방송’ 프로그램 소개. ‘SBS라디오는 1995년 3월 20일부터 봄철 프로그램 개편을 시행한다. 컴퓨터 매니어들을 위한 「SBS PC통신」(매일 밤 0시5분)을 비롯해...’. 계원대 이기성 교수가 진행하는 「SBS PC통신」 프로그램 방송 시간에는 천리안, 하이텔, 한글과컴퓨터의 대화방을 열어놓고 청취자와 실시간으로 의사 교환을 하면서 생방송으로 대화 내용을 소개해서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라디오와 컴퓨터의 결합 프로그램인 「SBS PC통신」을 기획한 김국은 PD는 1995년 방송대상을 수상했다.

[참고] ‘AM에서 컬트 방송을 추구한다. SBS PC 통신’, <<PC 월드>>, 1995.3. ‘뚱보강사 이기성 교수의 1인 2역’, 진행을 맡은 이기성(계원조형예술대학 전자출판과) 교수는 ‘컴퓨터 뉴스’를 말하고 잠깐 대화실(chatting)에 가서 분위기를 전달한 후 또 퀴즈도 진행하는 등 말 그대로 1인 2역을 맡고 있는 셈이다. 잠깐 참여를 해 보았지만(이정순 기자)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 읽고 말하고 진행하는 것은 생각만큼 쉬워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 지난 해 고소영의 FM데이트에서 일년 간 대화와 방송을 접목해 이미 ‘뚱컴팬(뚱보강사 컴퓨터 팬의 약자)’을 확보한 만큼 전혀 안 떨린다고. AM 792KHz 매일 밤 12시에서 1시까지. -통신 중계석-.

 

[그림] 이기성의 SBS PC 통신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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