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_ 손바닥에서 손가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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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보강사 이기성

 

187_ 손바닥에서 손가락이


양반 다리를 하고 앉아서 양 팔을 벌리고 손은 손바닥을 하늘로 하고 양 무릎 위 10Cm 정도 띄고 눈은 반쯤 감고 혀는 입속에서 혀끝을 입천장에 대고 입은 약간만 벌리고 생각을 안 하는 상태로 명상을 한다. 생각을 하지 않으려니 온갖 잡념이 떠오른다. 차라리 계속해서 잡생각이 떠오르면 그냥 그걸 따라서 생각하다보면 또 다른 잡생각이 머릿속에 나타난다. 뚱보강사는 생각을 안 하는 무념무상의 상태로 명상을 하라는 사범의 말을 계속해서 잡념을 갖으라라고 고쳐 듣는다.

 

실제로 계속 잡생각을 하다보면 어느 순간부터 무념의 상태에 들어간다. 하늘로 향한 두 손바닥에 집증을 하면 손바닥 가운데(장심)에 간질간질하고 부드럽고 뜨듯한 약솜 같은 기운(에너지)이 느껴진다. 이 느낌을 기를 느끼는 기감(氣感)이라 한다. 기감을 느끼는 것은 기공수련이나 복식호흡, 단전호흡에서 기초 단계이다. ()수련이 어느 단계에 이르면 기감을 느끼게 되는데, 기감은 사물이 지니고 있는 고유한 생기나 각종의 에너지 파장을 느끼는 것이다. 양자물리학적으로 말하면 모든 우주와 사물은 하나의 양자장으로 연결되어 있고 그 연결망을 통하여 양자 정보를 서로 교류하고 있다는 것.

손바닥에 집중을 계속하면 기운이 손바닥 가운데에 모여서 약간 뭉글뭉글한 것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 기운을 손바닥에서 손목으로, 손목에서 팔굼치로, 양쪽 팔굼치에서 양쪽 어깨로, 어깨에서 가슴으로, 가슴에서 배꼽으로, 배꼽에서 배꼽 아래 10Cm에 있는 단전까지 끌어온다. 기운을 배꼽 밑 단전에다 남겨놓고, 다시 손바닥으로 와서 장심에 모여진 기운을 또 단전으로 가져다 놓는다. 또는 단전을 지나 양다리 허벅지로 내려갔다가 무릎을 지나 종아리, 종아리에서 발바닥으로 내려와 공기 속으로 내보낸다.

 

손바닥에서 배꼽까지나 발바닥까지 기운을 끈을 매서 직접 끌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눈을 반만 감고 머릿속으로 손바닥에 받아놓은 기운덩어리를 팔굼치로 끌어올린다고 생각을 하면 그 생각대로 기운이 움직이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의식이 가는 곳에 기가 따라간다는 의념(意念)이라 한다. 기공 훈련(靜功)에서는 1차로, 복식(단전) 호흡시 의식을 배꼽 단전이나 허리 뒤 명문 같은 곳에 기울이면서 그곳의 감각을 발달시킨다. 2차로, 점차 배쪽 임맥과 등쪽 독맥으로 이동시키는 훈련을 한다.

 

뚱보강사가 우연히 진귀한 보이차를 먹어서 10년의 내공이 생겨서 그런지 복식호흡, 단전호흡, 파룬궁호흡, 기운동 등이 너무 재미있어서 새벽이나 낮이나 한가한 시간이 생기면 양반다리로 앉아서 눈은 게슴츠레 뜨고 손바닥을 하늘로 향해 공기 중에 있는 기(에너지)를 받아서 배꼽 밑에다 저축을 해놓고 있었다. 처음에는 사범이 시키는 대로 몸풀기 같은 준비운동도 꼭 하고 기를 받았으나 임독양맥이 뚫리고 기운동 좀 한다는 소리를 듣게 되자 손바닥으로 기를 받다가 정리 운동도 안하고 바로 일어나서 다른 일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사범 말을 안 들어서 손바닥에 혹이 생겼나 보다.

 

어느날 오른쪽 손바닥 가운데가 가려워 자세히 보니 물집이 생겼다. 간질간질한데 살짝 눌러보니 물집이 좌우로 움직이는데 아프지는 않다. 1년이 지나 물집이 제법 커졌는데 더 이상 자라지는 않고 딱딱해지기 시작한다. 물사마귀라는 사람, 티눈이라는 사람, 보는 사람이 전부 의사다. 티눈약을 바르면 낫는다고 해서 국산, 일제 다 발랐는데 효과가 없다. 1년이 지나 2년이 되니 딱딱해진 것이 조금씩 자란다. 비가 와서 우산을 펴니 손바닥의 혹이 우산손잡이와 부딛쳐 아프다. 계단을 오르내릴 때 보조난간 손잡이를 잡아도 손바닥이 아프다. 엎드려뻣쳐를 할 때도 혹이 손바닥보다 먼저 바닥에 닿는다. 불편해서 외과에 갔다. “이거 그냥두면 계속 자랍니다. 손가락이 하나 더 생길 수도 있습니다의사는 농담이지만 뚱보강사는 철렁했다. 손바닥에 6번째 손가락이 난다면... 원인은 유전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보통은 양성 혹(섬유종)이라 떼어내면 해결되지만 혹시 모르니 수술 후 조직검사를 해서 결과를 봐야 된다고. 그나저나 하루라도 빨리 제거해야 손바닥 속 신경을 건드리지 않는다고. 신경이 침범당하면 손가락, 팔굼치까지 운동 불능이 될 수도 있다고 겁을 팍팍 준다.

1. 입원 1일차

키 재고, 체중 재고, 혈압 재고, 혈당 재고, X-ray 찍고, 키크고 예쁜 간호사가 오더니 왼쪽 팔에 주사기를 꼽고 3구멍(3-way) 터미널을 만들어 반찬고로 단단히 고정시킨다. 초전도 현상을 이용한 자기공명 영상장치(MRI)를 찍을 때, 처음엔 그냥 찍고, 다음에는 3구멍 터미널을 통해 조형제 주사를 놓고 또 한 번 찍는단다. 외과 수술 환자들 입원실이라 환자복이 양 팔, 가슴, 등이 단추로 연결된 조각들이다. 근데 배가 나온 뚱보강사에게 나온 옷이 대자인데도 한참 작다. 특대를 주문해서 다시 가져왔다. 윗도리는 그런대로 봐주겠는데 바지는 양 다리는 물론 허리도 2개의 헝겊을 단추로 끼어 입게 되어 있고 허리는 끈으로 적당히 매게 되어 있다. 허벅지 안쪽 단추를 끼고 입었는데 약간 다리를 구부려도 팬츠는 물론 거시기가 노출된다.

 

12시부터 금식인데 물도 못 마신다고. 링게르 병을 3개나 달아놓고 주사를 연결한다.

 

2. 입원 2일차

어제 재간 혈당 수치가 높다고 오늘 수술하려면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한다고. 키가 자그마하고 오동통한 간호사가 오늘 당번. 윗도리를 벌리라 한다. 배에다 주사를 놓는다고. 주사기를 배꼽 근처에 대보더니 바지를 약간 내리라고 한다. 바지를 내리려면 허리끈을 풀어야 하는데. 나는 왼손에 주사줄이 3개가 달려 있으니 허리끈 매듭 풀기가 쉽지 않다. 한 손에 인슐린 주사기를 든 간호사가 허리끈을 자기 앞으로 당겨서 매듭을 풀자 눈치 없는 바지가 순식간에 바닥으로 흘러내린다. 이런, 팬티 노출. 당황한 간호사가 앉아서 바지를 올려주는데 팬티근처에서 성난 거시기와 가슴이 충돌했다. 얼굴이 발개지고 어쩔 줄 모른다. 위에서 보니 키는 작지만 가슴이 엄청 크다.

 

한 손으로 인슐린 주사기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알콜 묻은 솜으로 배꼽 근처를 닦는다. 찬 알콜이 배에 묻으니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났다. 손가락이 길고 부드럽고 예쁜 손 하나는 주사기를 잡은 채 내 배를 잡아당기고, 하나는 내 배를 살살 문지른다. 손바닥이 촉촉하고 따뜻하니까 자꾸만 딴 생각이 난다. 작년에 전립선비대 수술을 하고나서 소변발이 강해지고 걸핏하면 그게 커지는 데. 머리를 숙이고 한 손으로 인슐린 몇십 밀리를 배꼽 옆에 주사하고서 다른 손으로 내 배를 살짝 잡고 있다.

 

머리카락 사이로 내려다보이는 커다란 찌찌. 아이코. 꼭지가 분홍색이다. 아니 주사를 놓았으면 얼른 일콜솜으로 문지르고 일어설 것이지. 브라자를 안 입어서 아까 거시기와 부딪혔을 때 물컹했구나. 점점 딱딱해지고 커진 그놈이 바지 단추 사이로 얼굴을 내밀고 있는 게 내려다보인다. 내 가슴이 콩당콩당 뛴다. “댁에서는 주사 맞고 바로 빼나요?” 간드러진 목소리로 묻는다. 그럼요. “그러면 안 되요. 주사약이 다 들어가도 30초 이상 기다려야 해요”. 30초가 아니라 3분은 지났을 거다. 이번에는 주사기를 옆에 놓고 한 손으로 내 배를 잡고 한 손으로 알콜솜을 살살 문지른다. 살살 문지르니까 선홍색 꼭지도 살살 움직인다. 따뜻하고 아담하고 촉촉한 손에서 이런 기분을 느끼기도 처음. “주사 놓고 그 자리 바로 문지르면 멍드니까 30초 잊지 마세요하면서 웃으며 병실을 나가는데 하늘에 붕 떠있는 기분이다.


저녁 때 남자 간호사가 데리러 왔다. 휠체어에 앉혀서 마취실로 올라간다. 입에다 딱딱한 구멍난 마개 같은 걸 물리고 얼굴을 투명한 뚜껑으로 덮더니 숨 들이 마시란다. 숨을 들이키자 소독약 냄새가 난다. 이게 뭐지? 산소마스크인줄 알았는데. 멀리서 일어나세요하는 소리가 들린다. 소리가 점점 가까워진다. 눈을 떠보니 수술이 끝나고 마취도 다 풀린 거란다. “보호자분 어디 계세요?” 올 때 타고온 휠체어 타고 다시 입원실로.

 

배가 고프다. 어제 밤 12시부터 오늘 저녁 9시까지 물도 못먹는 금식이었으니 당연하다. 물부터 먹고. 병실 배식은 끝났으니 밥 사먹으러 병원 지하실 식당으로 고고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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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남 형님, 안녕하시지요?
    염려덕분에 잘 회복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뚱강 올림
    지금은 퇴원해서 3일에 한 번 병원에 가서 꿰맨 곳에 옥도정기 바르고, 붕대 다시 감아주는  드레싱받고 옵니다.
     뚱강 올림
    성도 형님, 항상 격려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작년에 전립선 비대 수술을 마치고, 천재치과의사 김평일박사님께서 복분자를 먹고 오강 실험을 하라고 했는데 아직 못했습니다. 조만간 숙제를 할 예정입니다만...
    성도 형님과 가족분들께 행운이 항시 함께 하시길...
    뚱강올립니다. 
    응? 뚱강형아 무척 고생했구먼... 아무튼 빠른 회복 기원합니다.
    그리고 기에 대한 글을 읽다보니 요가에서 얘기하는 호흡을 통해 얻을 수있다는 prana(정기?)라는 게 
    생각납니다. 아마도 기운동과 뭔가 통하는지도....

    수술 준비 과정에 대한 후반글을 보니 뚱강 형아는 야동 작가로 전업하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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