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_ 이소룡과 보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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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보강사 이기성

 

186_ 이소룡과 보이차

 

한 잔에 50만 원짜리 따끈한 보이차를 마시니까 몸에 땀이 나기 시작하더니 똥고에서 무언가가 등줄기를 타고 올라와서 어깨를 넘어 머리끝 정수리에 멈춘다. 1~2초 정지하더니 얼굴로 내려와 코를 지나서 가슴 쪽으로 내려간다. 목줄기 속이 뿌듯한 게 뭐가 꽉 찬 느낌. 이내 명치끝으로 오더니 바로 배꼽으로 내려온다. 배꼽 아래가 따뜻해진다. “뭐 느껴지십니까?” 보이차를 끓여주는 주인이 또 묻는다. 뚱보강사가 주위를 둘러보니 아무도 대답이 없다. 나를 쳐다본다. 내가 등에서부터 머리를 거쳐 앞가슴까지 무언가가 통과한 것을 알아챈 시선이다. 여섯 일곱 명이 둘러 앉아 주인이 간장종지만한 찻잔에 따라주는 붉은 색의 뜨거운 차를 마시고 있다.

 

여기는 평창동 으리으리한 저택 지하 2. 샘물을 받는 통에 손바닥 크기의 순금 두꺼비가 들어 있고, 통 아래쪽에 수도꼭지가 달려 있다. 이 물을 끓여서 1억 원짜리 보이차 덩어리에서 한 큰 술만큼 뜯어낸 차를 도자기주전자(다관)에 집어넣고 100도의 뜨거운 물을 붓고 헹군다. 보이차를 숙성시킬 때 사용한 진흙이 묻어 있거나 먼지 같은 불순물을 걸러낸다. 이게 세차다. 자동차의 차가 아니라 먹는 차의 차(). 손님들 찻잔 역시 뜨거운 물을 부었다 버리면 찻잔이 따뜻해진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보는 보이차는 원반 모양이거나 벽돌 모양으로 비싸야 1, 2십 만원이지만, 아주 비싼 이것은 공모양이다.

 

1966년부터 1976년까지 중국 본토에서는 모택동이 주도한 극좌 사회주의운동(문화대혁명)이 일어났다. 이 운동은 유교 문화를 타파하고 계급투쟁을 강조하는 대중운동으로 확산되고, 양반을 살해함은 물론 양반들의 고급 저택도 모조리 파괴하였다. 1억 원 호가하는 보이차 크기는 송구공 만하다. 중국 황실에 바치던 이 고급차는 원래 천 만원 정도였으나 본토의 문화혁명 때 보이차는 양반이 마시는 것이라 하여 모조리 불태울 때 홍콩, 대만의 일부 부자들이 이를 몰래 사들인 것. 살아남게 된 보이차는 값이 10배 이상 올랐다.

 

보이차를 대접하는 주인은 정치에 뜻이 있어 매일 야당 당수를 따라 다녔다. 매주 일요일 등산을 하다가 당수가 대통령이 되자 좋은 자리를 하나 임명받았다. 원래 돈이 많았고 높은 공직도 맡아보았으니, 세상 부러운 게 없게 되었는데 나이가 들자 언제부터인가 배가 몹시 아프더니 죽을 병에 걸렸다는 진단서가 나왔다. 병원에서도 치료약이 없다고 해서 삶을 포기하려했는데 뱀을 먹으면 낳는다고 해서 산속 민속건강원에 가서 칠점사, 까치살모사, 백사 같은 좋다는 뱀을 탕으로 먹더니 드디어 완쾌되었다. 그런데 몇 달 안 가 온 몸이 가렵고 좁살 같은 게 돋는 뱀탕의 부작용이 나타났다. 항히스타민제(antihistamines)는 며칠만 효과가 있고. 모든 현대 피부약이 듣지를 않는다. 이번에는 뱀독 중독으로 죽게 생겼다.

 

뱀독 중독은 너무나 지독해서 해독약이 없다는 것. 인생을 포기하고 산천을 유랑하다 어떤 스님을 만났는데 뱀독은 솔잎수증기와 녹차로 나을 수가 있다는 이야기. 절 근처에 묵으면서 드럼통을 반으로 자르고 솔잎을 가득 채우고 밑에서 물을 끓여 솔잎향으로 사우나를 여러 달 계속하고 때때로 녹차를 마시면서 명상을 하니 과연 뱀독이 풀렸다. 하산하여 녹차를 마시며 인생을 즐기던 중 스님이 보이차를 권하더라는 것. 보이차를 몇 번 마시다가 보이차 매니아가 되었고, 죽을 고비를 몇 번 넘기고 나더니 먹는 것이 남는 것이다라는 철학을 갖게 된 그 주인. 갖은 게 돈이니 좋다는 보이차는 값을 안 가리고 최고급을 구입하다가 한 잔만 마시면 이소룡처럼 무술의 고수가 되는 임맥과 독맥 양맥이 합쳐지는 단계에 이른다는 1억 원짜리 보이차도 구입할 수 있었다.

 

임맥(任脈)은 몸의 앞쪽 정중선에 분포된 경맥. 똥고(會陰)에서 시작하여 뱃속을 지나 몸의 앞 중앙선을 따라 곧바로 목구멍에까지 가서 입술, , 눈 속으로 들어간다. 독맥(督脈)은 몸의 뒤쪽 똥고(尾椎骨)에서 시작하여 척추 속을 따라 올라가다가 뇌 속으로 들어가서 정수리로 나온다. 기운동을 몇 십년 해야 겨우 임맥과 독맥이 뚫린다는데 50만 원짜리 보이차 한 잔에 등 뒤 척추와 몸 앞부분으로 이어지는 경락이 소통되고, 몸속의 물(찬 것)은 위로 가고 불(더운 것)은 아래로 가는 수승화강의 경지가 된다니 과연 신통한 보이차이다.

 

기는 온 세상에 퍼져있는 에너지이고, 이런 기를 몸에 모아 내가 쓸 수 있는 힘을 내공이라 한다. 임맥과 독맥이 뚫리면 기(내공)가 지나갈 수 있는 길이 1차선에서 8차선으로 넓어지는 것이다. 배꼽 밑에 있는 단전은 복식호흡이나 기 운동을 할 때 기를 쉽게 모을 수 있고, 기가 움직이는 길(경락)의 중심이 되는 자리이다. 한의학이나 기훈련, 단전호흡에서 기를 얘기하는데 아직까지 현대 과학으로 확실한 실체를 증명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침이나 뜸으로 신경과 경혈에 자극을 주어 병을 치료하는 정도는 입증된 사례들이 있어 서양에서도 인정하고 있다. 임독 양맥이 뚫리면 이소룡 같은 천하무적 고수가 된다는데 과연 당신은 50만 원을 내고 보이차를 사먹을 수 있을까?

 

유명한 검사 출신 모씨가 교도소에서 복역 중에 무협 소설을 읽고 독학으로 기훈련을 하다가 장이 똥고 바깥으로 나오는 탈장이 되어 고생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기가 똥고에서 등쪽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대신 대장이 바깥으로 탈출해버린 것이다. 기가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기훈련을 사범 없이 혼자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다음 번에는 뚱보강사가 혼자서 기운동하다 혼난 경험을 소개하려고 한다.

  

임맥(배), 독맥(등)

임맥(앞).jpg

독맥(등)

 

독맥(등)--.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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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화 형님, 계남 형님, 감사합니다.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뚱강 올림
    뚱강 형아의 내공도 대단하신줄 아뢰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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