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어사 신어언(敏於事 愼於言) 치과임상 5월호
- 화동
- 2018.04.20 00:51
- 조회 198
- 추천 0
민어사 신어언(敏於事 愼於言) ----김평일
18세기 김천택 선생의 시조집 청구영언(靑丘永言)에 말에 대한 시조가 있다.
--말하기 좋다하고 남의 말 말을 것이/ 남의 말 내하면 남도 내 말 하는 것이/말로써 말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
세상이 말이 많아지면 갑론을박하다가 갑을로 편을 가른다. 흑백을 논하다가 흑백으로 나뉘고 이도 저도 아니 사람은 회색분자로 몰아 왕따, 밀땅하다 제 편으로 만든다. 이렇게 말로 시작한 싸움이 몸싸움 무기 싸움이 되어 사람이 죽기까지 혼란스러워지면 이런 세상이 난세다.
요즘 페북((FaceBook)에 또 카톡에 구름처럼 피어오르는 문구를 보면, ‘아니면 말고’식 증거 근거도 없는 말이 난무한다. 곧 통일이 오려나 아니면 전쟁이 나려나 각종 유언비어로, 나라가 큰 혼란에 빠지는 모습이 과거 꼭 6.25 동란 직전을 점점 닮아 간다. 전쟁 전 그 때 나이어린 나였지만 신문마다 유언비어가 넘쳐 “신문을 반대로 읽어야 한다”는 어른들 말씀이 생각난다. 38선에서는 불안한 교전이 늘 있었고, 그 때마다 신문은 전쟁이 나면 아침은 서울, 점심은 평양, 저녁은 신의주 가서 먹는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나 막상 전면전이 벌어지니, 어른들 말 하나 틀리지 않았다. 우리 정부는 서울 백성들이 모두 잠든 한밤, 야반도주하고, 더구나 새벽엔 하나밖에 없는 한강 다리를 폭격으로 끊어, 서울시민들은 아무도 피난하지 못했다. 당연하게 우리 가족도 피난을 못갔다. 그리고 그 때 겪은 김일성 치하 공포 100일은 어린 나에게까지 철저한 반공의식을 심어 주었으니, 정부가 야반도주한 그 일은 최선의 반공 체험교육 기회가 되었고, 이 때 놀란 마음은 강북보다 강남으로 가야 산다고 하는 인식이 배겨 오늘날 강남에 부동산 열기의 시초가 되었다.
9월 15일 유엔군 인천상륙으로 북진, 압록강 혜산진까지 수복 하였으나, 중공군 참전으로 우리 정부는 51년 1월4일 다시 부산으로 후퇴, 서울을 중공군에게 내어 준다. 당시 중공군 사령관 팽덕회는 개, 닭 한 마리 없이 텅 빈 서울에 입성하여 김일성에게 “당신은 지난 100일간 서울서 무얼 했길래, 모든 백성이 이리 피난을 갔소? 우리가 물고기라면, 인민은 물이요, 물고기가 물을 잃었으니, 이 전쟁은 지는 전쟁이요”
우리 국민들은 정부를 따라 하는지 늘 말이 앞선다. 전쟁이 나면 아침은 서울, 점심은 평양, 저녁은 신의주가서 먹는다고 호들갑이 딱 우리식 말이다. 우리말엔 과장도 심하지만 위장은 더 심하다. 잘난 척, 모른 척, 빠쁜 척, 착한 척, 무서운 척, 아픈 척, 슬픈 척, 힘든 척, -- 이 모든 척척박사의 모습에서 우리는 얼마나 거짓을 두르고 사는지 알 수 있다. 거짓을 두르고 합리성까지 꾸미면 전 국민이 소설가다. 오죽하면 속담에 ‘말로 천냥 빚을 갚는다.’ 했을까. 이런 립 서비스가 진화하여 요즘은 문자 서비스로 발전, 거짓 문자로 알리고, 선동하고, 음해하고, 고발하여 이를 저장, 복사, 퍼나르기 까지 하니, 개개인이 방송국을 차린 듯하다.
말이 행동보다 빠르면 길이 아니다. 예로부터 민어사신어언(敏於事愼於言--일은 부지런히 말은 신중하게)이라 했다. 일일삼성(一日三省--하루 필수 3번 반성)은 일언삼성(一言三省 말하기 전에 3번 생각)이 되어야 한다. “아니면 말고”-- 얼마나 경박 천박한 언행인가? 70年 전이나 지금이나 언론의 도덕성이 눈에 보이는 방정맞은 모습이다.
생각 없이 퍼나르는 글은 큰 오해도 만든다. --"오늘밤 8시 고영태 사기극 전모 특집" ☆주위에 알려 주십시요. 빛의 속도로 알려주시고 선후배 친구 지인들에게 널리 알려주십시오. 생각 없이 시키는 대로 퍼 날렀고, 호기심에 시청해보니, 기대한 특종 뉴스 대신 세월호 4주기 추모 뉴스만 근 30분 방송 되었다. 덕분에 세월호 추모는 거하게 했으나, 그러나 그 글은 반년 이나 지난 글을 전달 받은 것이었으니, 아! 창피,--“아니면 말고.”--나도 똑 같은 인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