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_ 몽블랑과 스승의 날

 139_ 몽블랑과 스승의날


뚱보강사 계원예술대학교 명예교수 이기성


아빠, 나 교수가 될래”. “?” “고등학교 선생님이 되려고 했는데 교수는 스승의 날 선물을 많이 받잖아”. 초등학교 때는 동물치료사가 된다더니 중학교 들어와서는 신문 기자’, 2 때는 만화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3 때는 교사’. 여고 일학년이 되더니 교수로 목표 변경.

 

교수가 되려는 이유가 만년필 때문이다. 스승의 날 선물로 파카 만년필을 받았는데 이걸 보더니 몇 십만 원 짜리란다. 인터넷에서 찾아서 50만 원에서 400만 원까지 기격이 매겨져 있다고 보여준다. 돋보기를 안 썼으니 보이진 않고. “, 무슨 만년필이 50만 원이냐. 5만 원이지. 가격표 다시 봐” “아빠, 분명히 50만 원이야. 이거 봐”. 자기네 반 애가 60만 원짜리 만년필을 엄마가 사줬다고 막 자랑질을 하고 다닌다고. 돋보기를 쓰고 잘 찾아보니 정말 60만 원 이상이 대부분이다. 다행히도 뚱보강사가 이번에 선물 받은 만년필 규격은 11만 원짜리 저가 상품.

 

지난 20년 간 교수 생활하면서 받은 만년필이 여러 개라 혹시나 하고 꺼내 보았다. 딸애가 그중 한 개를 집더니 난리가 났다. “아빠, 아빠, 이거 나 줘. 이거 몽블랑이야”. 파카보다도 워터맨보다도 몽블랑 만년필이 더 명품이란다. 네이버에서 몽블랑 만년필로 검색해서 같은 규격을 찾아보니 73만 원이다. 이런, 이런. 7~8년 전에 73만 원 짜리 만년필을 받고도 3~4만 원 정도라고 생각하고 건성으로 감사 표시를 했다니. 상대방이 얼마나 화가 났었을까. 누가 준 건지 준 사람이 생각이 안 난다. 이거 미안해서 어쩌나. 그러고 보니 뚱보강사도 고딩 때 고급 만년필을 갖고 싶었었다. 당시는 쉐파, 라미, 파카 정도가 고급 상표. 아빠가 못 가져 보았으니 딸아이는 갖게 해주어야지.

 

정초에는 제자들이 뚱보강사네로 몰려온다. 마눌님이나 서방님에게는 교수댁에 인사하러 간다고 모여서 떡국 먹고, 2차로 자기네끼리 술판이 벌어진다. 집에서 1. 집을 나서서 방배동 먹자골목에서 2. 술을 못 먹는 뚱보강사는 깡맥주 정도나 준비하는 게 고작인데, 취기가 오르기 시작한 제자들은 소주를 달라고 한다. 소주가 없으니 선물로 들어온 양주를 주었다. 외국 출장 갔다 온 제자들이 양주를 사다주면 몇 년씩 뚱보강사네 책장에 꽂혀 있기 마련. 양주 한 병을 순식간에 비우더니 또 없냐고. 다시 한 병을 꺼내 주었다. 2차 간다고 일어서더니 반밖에 안 남은 양주병을 가져 가겠단다. 나중에 제자 한 명이 교수님 그 양주가 얼마짜린지 알고 준거냐고 묻는다. “돈 십만 원 하겠지랬더니, 그거요 로얄살루트라고 60만 원 짜리란다. 그 술 옆에 있던 양주들이 스카치니 글랜피딕이라고 일이십만 원이고요. 우리 주신 것은 최고 비싼 거였습니다. 그 비싼 걸 두 병씩이나. 뚱보강사가 양주값을 모른다는 소문이 난 후부터 비싼 양주는 선물로 들어오질 않는다.

몽블랑만년필-가격--.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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