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파이와 휴대전화가 통일까지-------------------김평일

서울 도성을 보면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 5덕을 상징하는 조형물이 5방위에 세워져 있다. 동쪽은 흥인지문, 서쪽은 돈의문 남쪽은 숭례문 북쪽은 소지문 그리고 정중앙에 오늘 이야기해야 할 신(信), 보신각이 위치한다. 그러면 음양오행설에서 신(信)은 왜 중앙이라는 중대한 방위에 위치할까? 신(信)은 人에 言을 합성한 상형문자, "사람의 말씀"이란 뜻으로 한 사회나 국가를 하나로 통일 시키는 의사소통의 덕목인 까닭이다.

어떤 집단이든 집단을 통일시키려면 그 집단의 공론이 통일 되어야 한다. 타 민족에 끌려 다니거나 이용당하는 약소민족들은 그들이 사용하는 문자나 언어가 없거나 통신수단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비근한 예로 중국 변방 소수민족 중에 결코 소수가 아닌 위글 족은 백인종이며, 회교도들이어서 중국내 56개 다중 민족 사이에 개성이 매우 뚜렷하지만, 몽매하게 깨어나지 못한 까닭은 위글 지역인 서북방 변경에 전화 케이블을 금세기까지 깔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따라서 위글 족의 통신 수단은 500 년 전 우리 조선 시대와 별로 다르지 않았다

이런 일은 위글 족을 견제하기 위한 중국 공권력의 고의성이 있던 것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어렵지만 확실한 것은 전화선과 관계없는 휴대전화가 본격적으로 보급된 금세기에 이르러 위글 족은 급속히 변화 한다는 사실이다. 21세기 이동전화 위성동신 시대에 휴대 전화는 위글 족, 내부에 획기적인 통신 변화를 주고 있어서, 이제는 위글 족이 티베트 족 버금가도록 분리 독립을 염려해야 하는 집단으로 깨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들 위글 족보다 더 깊은 잠에 빠진 국가 집단이 있으니 남이 아닌 우리 동족 북한이다. 북한은 인터넷 대신 인트라넷을 구축하여 국가 사이 정보 흐름을 차단했고, 모든 라디오 채널을 조선 중앙방송에 고정시키는 방법을 써 왔으나, 외부 세계를 향한 북한 주민의 궁금함은 공권력이 가하는 감시와 압제를 교묘히 벗어나 이미 상당수준의 외부 세계와 소통이 가능해지면서 북한은 점점 변화 할 듯하다.

외부와 연결이 되기 시작된 것은 DVD 시스템부터다. 영상과 음향을 제아무리 차단되더라도 사람의 손으로 직접 전달 되는 것을 막을 길 없기에 외부 세계, 특히 남한의 방송 DVD는 여과 없이 전파 되어, 북한 당국은 DVD 화면 영상을 재생중인 의심 가옥의 전원을 불시에 차단하고 가옥 검문을 하면, 전원이 꺼진 상태에서 증거 DVD를 재생장치에서 제거 할 수 없어 발각되곤 했다는데, 인민들은 재생장치를 수동으로 분해하여 DVD를 재 빨리 제거하는 대책을 마련했고, 이런 수법의 해법으로 이번엔 수신기기의 발열 상태를 검사하여 따듯하면 현행범으로 단속 했다는 것이다. 이후 인민들은 DVD를 늘 비워두는 비어 있는 검사용 재생장치를 따로 비치했다고 하니, 단속과 적발에 대비한 숨바꼭질이 북한의 한 풍속도였다는 정보가 MBN 방송"아궁이"라는 텔레비전 프로에 소개 된 바 있었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도 이제는 고전이다. 요즘은 이동전화가 고도로 발달하니 앞으로는 탈북동포와 북한 주민 사이에 직접 교신하는 사례가 점점 증가 한다는 소문도 있다. 그리고 그 큰 채널은 바로 연변지구와 개성지구라는 한다. 실제로 모 탈북인사의 말을 빌리면 개성공단은 "통일의 문"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 한다고 확신하기도 한다.

남한을 바라보는 북한 주민들의 향수를 우리는 초코파이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개성공단에서 근로자에게 식사 대신 우리 기업들이 제공하는 초코파이 간식이 그 핵심 화제다. 근로자들은 “초코파이 계”를 만들어 여러 명이 한사람에게 초코파이를 몰아주고, 이를 암시장에 팔면 엄청난 고소득이란다. 초코파이가 맛이 아니라 가지 못하는 남한의 그리움이 고가의 초코파이를 만든다. 그리움이 자라 소통이 된다면 그것이 통일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