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산제 축문

삼가 아룁니다.

오늘 2024317일 일요일, 단군기원 4357년 갑진년 28, 춘분지절을 앞두고 경기고 60회 친구들이 산에 올라 산 어르신께 새해 새봄 인사를 올리려 모였습니다.

 

2024년 갑진년 올해는

해방 즈음에 태어나서 격동의 세월, 혼란의 세월 그리고 전쟁 등을 거치며 모진 세월을 살아온 저희들이 어느덧 80의 문턱에 들어서는 해이고

저희들이 학창시절을 보낸 경기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화동언덕 교문을 나선 지 60, 한 갑자가 되는 해이고

산을 사랑하고 산을 가까이하던 친구들이 모여 삼구회라는 이름으로 등산모임을 만들어서 첫 산행을 한 지 꼭 30년이 되는 해입니다.

 

우리들 생애의 중요한 고개 마루에 서서, 땀 흘려 올라온 고갯길을 뒤돌아 봅니다.

60여 년 전 화동 언덕에서 만나 함께 배우고 부딪치고 싸우며 서로 동화해가던 젊은 시절의 우리들의 모습이 고개 굽이굽이 새겨져 있습니다.

학교를 떠나 사회생활에 뛰어들어서 덮쳐오는 온갖 풍파에 맞서 꿋꿋하게 버티며 지혜롭게 살아온 우리들의 모습이 파노라마로 밀려옵니다.

오늘 여기에 모인 산을 좋아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우리 친구들은 30여 년간 함께 산을 오르내리며 아름답고 튼튼한 우정을 계속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한 평생 함께 걸어가는 인생의 도반을 만날 수 있음은 바로 산이 우리에게 주신 큰 축복입니다.

 

아직 우리들 마음은 높은 산봉우리들을 넘나들던 시절에 머물러 있지만, 우리들 몸은 이미 세월의 물결에 밀려 발걸음이 점점 무거워지고 있습니다. 젊은 시절 가볍게 오르내리던 산봉우리들이 점점 멀어지고 아득해지고 있습니다.

이제 저희가 평생 짊어지고 온 무거운 짐들을 하나씩 내려놓고 혼탁한 마음을 비울 때입니다.

혹시라도 우리 마음에 애증의 찌꺼기나 노여움이 쌓여 있거든 산에 올라 훌훌 날려버리고 넉넉하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여생을 살아가도록 인도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2024년 새해에도 삼구회 친구들이 내딛는 발길을 가볍고 안전하게 살펴주시고, 우리들이 산을 더욱 가까이 하며 건강을 유지하고, 크고 깊고 의연하게 사는 슬기로움을 잊지 않도록 이끌어주시기를 기원하면서, 어르신께 삼가 맑은 술을 올립니다.

 

갑진년 춘분지절에

삼 구 회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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