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3__ 출판 기자와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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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보강사 이기성

 

 

293__ 출판 기자와 좋은 책

 

[출판N] 20215월호에 경향신문 이혜인 출판 담당 기자가 어떤 책을 소개해야 잘 소개했다는 말을 들을까?”-‘출판 담당 기자의 일상을 소개했다. ‘활자중독’, ‘독서광’, ‘취미는 독서같은 확고한 수식어를 차마 스스로에게 사용하지는 못하겠으나, 책을 좋아한다는 정도까지는 괜찮을 것 같다. 학창 시절 마음이 헛헛하면 도서관에 갔고, 지금은 일주일에 한 번은 오프라인 서점에 간다. 책 안에 담긴 활자보다는 책의 물성 자체를 좋아한다. 그 어떤 신문 헤드라인보다도 강렬하게 눈길을 사로잡는 제목, 손에 쥐는 순간 이미 그 분야 지식인이 된 것처럼 만들어주는 지적 중량감, 각 책의 특성에 맞게끔 잘 골라진 종이 질, 작가의 개성이 담겨 있는 다양한 문체드디어 경향신문의 출판·학술 담당기자가 됐다. 세 달째에 접어드는 지금, 출판 담당 기자의 일상은 기대만큼 즐겁고,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힘들다. 이제 막 적응기를 마친 출판 기자의 일상을 정리했다. 일간지 출판 기자혹은 책 담당 기자는 어떤 일들을 할까?

 

신간 소개다. 경향신문은 매주 토요일 자 신문에 세 개 면을 할애해 책 면(Book)을 만든다. 출판 담당 기자는 신문사로 배송되는 모든 책을 검토해 책 면의 밑그림을 짜고, 필자를 배분하고, 1면의 메인 자리에 들어가는 프런트 기사를 쓴다. 소설··그림책·문학 작가가 쓴 에세이류는 문학 담당 기자가, 비문학으로 분류되는 나머지 책 전부는 출판 담당 기자가 맡는다. 한 주에 100~200권 가량 들어오는 책을 꼼꼼히 검토해 '책 면'을 짜야 한다. 책 소개 기사는 꼭 '책 면'에만 실리는 것이 아니다. 문화면에 실리는 출판계 트렌드 기사로도 신간을 소개한다. ‘대선 시계 빨라지자 정치인 자서전도 많아져’, ‘20대 남성들에게 다시 부는 자기계발서 열풍등이 요즘 눈에 띄는 책 트렌드 기사였다. 서평이 아닌 저자 인터뷰 형태로도 신간을 소개한다. 저자의 설명이 곁들여지면 더 좋은 책일 것 같다거나, 저자가 왜 이런 책을 썼는지 주목해볼 만하거나, 책 면에 자리가 부족한 관계로 미처 실리지 못해 인터뷰 기사로 돌려야 하는 경우 저자 인터뷰로 책 소개 기사를 쓴다.

 

출판계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을 기사로 소화하는 것이다. 도서정가제 논란, 송인서적 공동 인수 등 출판계에서도 여러 가지 사건이 벌어진다. 최근(4월 말 시점)에는 김일성 회고록인 세기와 더불어가 출간됐는데, 국가보안법 위반 여부가 판명 나기 전에 대형서점에서 고객 보호 차 선제적으로 판매를 중단했다는 것이 뉴스가 됐다. 출판계에서 일어나는 일에 의외로 독자들의 관심이 높다. 각 학계에서 나오는 주장이나 논쟁들을 다룬 기사를 쓰는 것도 주요 업무 중 하나다. 경향신문은 출판 담당 기자가 학술도 함께 담당하기 때문에 출판계와 학계에서 벌어지는 일을 모두 챙긴다. 페미니즘, ‘위안부이슈, 역사 왜곡 논란 등은 출판 및 학술 담당 기자가 주로 다루는 주제다.

 

 

좋은 책은 어떻게 고르나?

 

이렇게 많은 책이 세상에 나오는지 잘 몰랐다. 매체에서 소개할 법하다고 판단하는 것들만 출판사에서 신문사로 보내는 것 같은데도 한 주에 받게 되는 책의 양이 꽤 많다. 비성수기 시즌인 여름철을 제외하면 대략 100~200권의 책이 매주 신문사로 온다. 문학 담당이 아닌 출판·학술 담당 기자에게 오는 책의 양만 이렇다. 매일 아침 출근하면 두툼한 소포 용지에 포장된 책들이 책상 옆에 쌓여 있다 포장지를 벗은 매끈한 책이 쌓일 때마다 이걸 다 언제 분류하나 싶어 압박감도 조금씩 쌓인다.

 

포장을 다 뜯으면 이제 분류 시작이다. '1' 프런트 자리에 원고지 20매 분량으로 소개하는 메인 기사 후보군 4~5권과 박스 기사로 소개할 책들(4~5)의 후보군 10여 권을 추려야 한다. 거대한 책 탑의 높이를 조금이라도 낮추기 위해 빠르게 초벌 분류를 시작한다. 재출간·개정 증보판은 특별한 사건이 있거나 책의 많은 부분이 새로 쓰인 경우에만 신간으로 소개한다.

 

그다음부터는 여러 개의 기준을 머릿속에서 끄집어내 펼쳐 놓고 책을 살핀다. 전임자에게, 부장에게, 동료 기자들에게 어떤 기준으로 책을 선정해야 하는지 묻고, 나의 가치관을 더해 몇 개의 기준을 만들었다. 최대한 공정하고 품위 있고 독자 친화적인 기준을 만들려고 노력했으나, 사실 매우 주관적인 기준에 따라 책을 고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내가 책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깊이시의성이다. 책을 손에 들고서 독자에게 지적인 깨달음이나 유희를 줄 만큼 깊이가 있는 책인지 생각해본다. 책의 난이도와 깊이는 별개다. 저명한 저자나 해외 베스트셀러 여부는 고려할 수밖에 없는 책 선정 기준이다. 해외에서 화제가 되면 국내에서도 출간을 기다리는 독자들이 많다. ‘뉴욕타임즈 올해의 책 선정등의 설명이 있는 책은 해외에서 실제로 얼마나 화제가 됐었는지 검색해본다. 아마존 사이트에 들어가서 평점을 얼마나 많이, 높게 받았는지 확인하고 해외 유수 언론들의 서평도 찾아본다.

 

맨 마지막 점검 기준은 나의 책 취향이 너무 강하게 반영되지 않았는가?’이다. 고백하자면 나는 과학책을 압도적으로 편애하고, 경제학책을 선호하며, 역사책에는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과학 및 경제 분야 책에는 더 깐깐해지려고 하고, 역사와 철학책에는 관대해지려고 한다. 치열한 나와의 토론을 거쳐 고른 책들은 책 회의에 올려진다. 경향신문은 매주 화요일 오후 5시쯤 문화부원 전원이 모여 책 지면에 들어갈 책을 결정한다. 선정한 책 목록과 간단한 개요, 선정 이유를 담은 짧은 발제문을 프린트해서 부원들과 공유한다. 날 선 질문과 의견 교환이 오고 간다.

 

그간 문화부를 여러 차례 경험했기에 출판 담당이 아닐 때도 책 회의에 참석해 왔다. 그 시기 구성원들의 성향에 따라 책 회의 분위기와 선정 도서가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현재의 경향신문 문화부 책 회의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은 균형이다. 이왕이면 한 면에 각기 다른 주제와 분야의 책이 소개되는 것이 좋다고 여긴다. 지난주에 프런트로 과학책을 선정했다면, 이번 주에는 웬만하면 과학책이 아닌 다른 분야의 책을 선정하려 하는 식이다. 한 출판사의 책이 여러 권 소개되는 것도 지양한다. 해외와 국내 저자의 책 비율도 적절히 안배하려 한다. 한 시간가량의 책 회의를 통해 '책 면'이 확정된다.

 

책 분류보다 더 압박스러운 것은 원고지 20매짜리 프런트 기사 마감이다. 토요일 자 지면이지만 사전제작을 해야 하기 때문에, 수요일 하루 동안 책 한 권을 읽고 목요일 오후 2시쯤까지는 마감을 해야 한다(하지만 보통 3~4시 사이에 넘긴다). 아침부터 책을 붙잡고 앉긴 하는데 다른 일들을 처리하다 보면 결국 수요일 늦은 오후가 돼서야 책을 제대로 읽기 시작한다. 프런트 감으로 선정되는 책은 아무래도 내용이 다소 어려울 수밖에 없다. 기본이 400쪽 분량, 600~700쪽 분량의 책도 종종 선정된다. 부원들이 이 책은 어쩔 수 없이 발췌독 해야겠네라고 말하더라도, 그것은 나에게 불가능한 일이다. 이건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다.

 

발췌독을 하면 자신감이 떨어져서 도저히 개요를 세울 수가 없다. 눈에 띄는 문장에 밑줄을 쳐가면서 정석대로 완독 한 번, 개요를 세울 때 밑줄 쳐놓은 부분을 다시 읽는 탐독 한 번을 거치고서야 서평을 쓴다. 하루 반나절 되는 시간 동안 한 권의 책을 정독하고 20매의 글을 쓰는 것은 정말이지 너무나 고통스럽고 압박스럽지만 동시에 매우 소중하고 보람찬 경험이다. 20매를 마감하고 탈진 상태가 된 목요일 저녁, 집에 돌아가서는 보상심리에 힘입어 고칼로리 음식을 밀어 넣는다. 진정한 마감은 다른 신문이 책 면에 어떤 책들을 선정했는가?’ 확인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대부분의 신문사는 금요일 자 신문에 책 면을 두고 있다. 금요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핸드폰을 집어 들고 다른 신문의 책 면을 허겁지겁 체크한다. 내가 선택한 책들을 대부분 크게 썼다면 역시 다들 좋은 책은 알아보는구나하면서 안도한다.

 

 

프리미엄콘텐츠플랫폼

 

뚱보강사가 2016~2017년 제2대 출판진흥원장을 할 때 독서, 유통, 저작권 등 기본적인 문제는 물론이지만 특별히 문체부, 기재부, 국회예결위에 폰트’, ‘전자출판편집기’, ‘플랫폼에 대해 중점을 두고 이해시키고 설득시키면서 사업을 추진했다. 특히 플랫폼 사업은 구글이나 애플 같은 외국 회사에 선점당하면 우리 출판계와 국민에게 막대한 손실을 줄 수 있기에, 5개년 계획에 꼭 집어넣으려고 애썼다. 이번에 다행히도 네이버에서 유료 콘텐츠 플랫폼 서비스를 시작하려 한다. 물론 출판계와 저자, 독자, 서점을 위하여 출판진흥원이 시도하던 플랫폼과 똑같지는 않지만, 국내 최대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가 구독기반의 유료화 모델을 선보이는 것이어서, 콘텐츠 창작자는 물론 언론계와 출판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미디어오늘] 2021513일자에 정철운 기자가 보도했다. 네이버는 13"창작자 누구나 쉽게 콘텐츠를 제작하고, 유료로 판매할 수 있도록 콘텐츠 제작, 결제, 데이터 분석 등 고도화된 기술들이 적용된 프리미엄콘텐츠 플랫폼의 CBT(시범 서비스) 버전을 오픈했다"고 밝혔다. 현재 네이버에서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를 검색하면 "콘텐츠가 올바른 가치로 평가되고 공유되는 곳"이라는 설명과 함께 홈페이지가 등장한다. 시범 서비스 기간에는 네이버가 미리 섭외한 25개 채널로 운영된다. 현재 중앙일보의 '글로벌머니', 조선일보의 '땅집고'와 한겨레의 '코인데스크 프리미엄' 등이 눈에 띈다. 이용자들은 1개 채널을 한 달간 무료 체험할 수 있다.

 

네이버는 이번 '프리미엄콘텐츠' 플랫폼을 가리켜 "SME(중소상공인)들이 활동하고 있는 스마트스토어와 구조가 비슷하다. 네이버가 콘텐츠 편집, 결제, 정산 관리, 데이터 분석, 프로모션 운영 등 콘텐츠 판매에 필요한 고도화된 툴과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제공한다"고 밝혔으며 "기술을 손에 쥔 창작자는 콘텐츠 주제와 내용, 형식뿐 아니라 상품 구성이나 가격 정책 등을 모두 직접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콘텐츠는 단건 판매 월간 구독 최대 100명까지 이용 가능한 그룹 이용권 등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이용자들은 네이버 포스트, 네이버TV, 언론사 홈 중 창작자가 원하는 채널에 신설한 '프리미엄 탭''프리미엄콘텐츠' 플랫폼 페이지를 통해 콘텐츠를 볼 수 있다. 콘텐츠 가격은 창작자가 결정하고, 수익 배분은 9(창작자):1(네이버), 네이버는 결제 수수료를 가져간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에서 좋은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만으로 네이버에 이익"이라고 밝혔다.

 

 

인터넷서점

 

박태근 인터넷서점 알라딘 도서팀장이 2021514[한겨레21]출판 생태계에서 인터넷서점이 차지하는 자리에 대해 글을 올렸다. 인터넷서점은 출간되는 거의 모든 도서를 팔고’, ‘가능한 한 최대 다수의 출판사와 직접 거래하고’, ‘해당 출판사의 담당자들이 찾아오고’, (예스24·교보문고·알라딘 기준) 서점마다 1천만 명 넘는 회원이 책을 보고 사는 공간으로 활용한다. 그러니 책과 관련한 소식, 책을 둘러싼 풍경을 가장 빠르고 크고 다채롭게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출판사는 왜 자사의 책이 화면에서 주목도 높은 자리에 배치되지 않았는지?” 묻는 일이 당연할 수 있겠지만, 왜 다른 출판사의 그 책이 그 자리에 놓였는지?” 해명을 요구하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설명해야 할지, 무엇보다 결국 납득되지 않을 이야기를 언제까지 나눠야 할지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거래처 사이의 이야기 외에 공적 대화도 인터넷서점을 중심으로 확인되고 이해된다. 도서정가제나 사은품 혜택 기준 등 제도와 규정이 달라지면 인터넷서점 담당자에게 원칙과 적용을 묻는 출판사의 연락이 쏟아진다. 이를 판단하고 안내하는 역할은 출판 관련 기관이 맡고, 출판사와 인터넷서점은 모두 이를 따르는 처지임에도 온라인' 공간인 인터넷서점에 먼저 묻는다. 주관 부서나 기관에 확인하기보다, 다른 서점의 의견을 바탕으로 진행하자는 요구가 이어지니, 원칙을 강조하다보면 오해를 사기도 한다.

 

최근 갈등 양상이 커지는 이야기는 독자의 반응과 요청이다. 인터넷서점의 소통 기능을 활용해 본인이 동의하지 않는 방향의 책에 낮은 별점과 악평을 남기는 일이 있는데, 최근에는 페미니즘·젠더 분야의 도서라든지 특정 정치 집단/지향을 지지하는 도서에 집단행동으로 반응을 남겨 판매와 홍보에 영향을 끼치려는 시도가 늘어난다. 저자의 범죄행위나 도서의 혐오 내용을 이유로 정보 게시와 판매를 중지하라는 요청도 과거에 비해 적극적으로 전달된다.

 

[참고]

[출판N] 이혜인 기자, 2021. 5.

http://52.231.51.45:3000/adminDetail/dtdEnw8tau9gMSibq

[참고]

[미디어오늘] 2021.05.13. 정철운 기자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6/0000107900?sid=105&fbclid=IwAR25Cr3ryvD9_UP7ZJ31mE9vm0qOlOBqQSeK8EuNE67DkH1UCgplUmzVq8Y

[참고]

[한겨레21] 박태근, 2021-05-14.

http://h21.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50347.html?fbclid=IwAR12sX0WPpRMt-1f3cxyFD_52AO0HPUef3VkA-XvsSXw7oCen1JsOCJo4H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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