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3__ 서점과 도서정가제

..

223__서점과도서정가제-----9

뚱보강사 이기성

 

               223__ 서점과 도서정가제

 

이른 봄부터 8개월간 사무실건물을 헐고 새로 짓느라고 거의 매일 30여명 아저씨들이 새참시간에 드실 음식과 음료를 준비해서 현장에 출근했다. 여름엔 음료수와 막걸리를 전날 사다가 냉장고에 넣었다가 새벽에 갖고 나온다. 이마트와 아침 8시 이전에 떡집을 자주 드나들다보니 막걸리 파는 곳, 떡 파는 곳, 마른안주 파는 곳에서는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써비스로 타준다.

 

그런데 문제는 과천 이마트 입구에 있는 전신마사지 기계 전시장에서 생겼다. 잠간 맛만 보고가라는 말에 속아서 기계에 등을 대고 누었더니 30분이 금방 지나간다. 쎄라젬이라나 3000 달러에 수출하는 신제품이란다. 기계가 목, 척추, 꼬리뼈를 쓰윽 스캔하고는 인공지능이 알아서 마사지를 해준다. 어찌나 시원한지 보통 5분 지나면 코를 곤다. 척추가 시원한 맛을 들이니까 이마트 갈 때마다 공짜로 기계 안마를 받는다. 마눌님은 벌써 쎄일즈 작전에 넘어갔다. ‘늘그막에 이거 하나는 집에 있어야 한다고 보채기 시작.

 

요즘 출판계는 도서정가제 문제로 시끄럽다. 20201023일자 문화일보 오남석 기자의 북리뷰를 보면 도서정가제는 민관협의체 안으로 가닥을 잡는다고 한다. 지난 7월부터 도서정가제 개편 방안을 놓고 갈등을 빚어온 정부와 출판문화계가 극적 타협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쟁점에 대해선 애초 민관협의체가 1년여 동안 논의를 거쳐 마련한 협의안을 존중해 현행 출판문화산업진흥법 개정 작업을 마무리하고, 웹툰·웹소설 등 전자 콘텐츠에 대한 도서정가제 적용 여부와 방식에 대해선 추후 면밀한 검토와 토론을 이어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23일 오후 열리는 규제개혁위원회의에서 도서정가제 개편안이 심의된다. 규제개혁위 심의는 실질적인 입법 절차의 전 단계인 만큼, 도서정가제 논란에 대한 문체부 차원의 입장 정리가 끝난 것으로 해석된다.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지난 21도서정가제 사수를 위한 출판·문화계 공동대책위원회대표단과 만나 민관협의체 협의안의 기본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전자 콘텐츠의 도서정가제 적용 범위와 방식을 둘러싸고 논란이 이는 것에 대해선 향후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할 필요성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리에 참석했던 공동대책위 측 인사는 통화에서 출판·문화계가 강하게 반대해 온 ‘9월 수정안을 접겠다는 뜻으로 이해했다고 전했다. 민관협의체 협의안은 현행 제도를 대부분 유지하면서 구간 도서의 정가 변경을 발행 후 18개월 경과에서 ‘12개월 경과로 단축하고, 국가·지방자치단체·도서관 등 공공기관 구매도서에는 할인율 10%만 허용(일반은 15%)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한다. 문체부가 ‘9월 수정안을 거둬들이면 결국 도서정가제 논의는 돌고 돌아 민관협의체 협의안으로 되돌아가는 셈이지만, 출판·문화계 쪽에서는 그렇다 해도 성과는 있었다는 분위기다.

 

출판계의 알아주는 3대 미인이고, 실력자인 조__ 대표가 페북에 올린 글

을 소개한다. 제목은 서점은 폐업세일을 하면 안 되나요?’ 우리집은 34년간 서점을 운영했다. 우리 서점은 책을 정가로 팔아야 한다는 것을 신념처럼 지켰지만, 마지막 서점을 문 닫을 때에는 어쩔 수 없이 할인판매를 했다. 큰 수익을 남긴 것도 아니다. 송인과 진명에 반품이 되지 않는 책은 그렇게라도 팔아서 현금화를 시키고, 또 책을 필요로 하는 누군가에게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

 

서점을 끝낸 2004년에는 도서정가제가 요즘처럼 엄격한 때는 아니어서 폐업세일로 그렇게 넘어갔던 것 같다. 사실 우리 지역에 서점을 인수하고 싶어 하던 이도 있었다. 만약 그랬다면 책 읽기 좋아하는 우리집 단골손님이었던 그분이 서점의 새 주인이 되었을 거였다. 거의 그렇게 이야기가 되었었는데... 집주인 아들인 치과의사가 건물을 헐고 다시 짓는다고 해서 빈손으로 털고 나왔다. 그렇게 세입자 세 명을 쫓아내고는 10년 동안 집을 안 짓고 편의점에 세를 주더라. 요즘처럼 도서정가제가 이데올로기화 되어 있는 시대에,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어 서점을 그만두고 싶은 분들은 과연 그 재고 책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염려가 된다. 화장품 가게도, 속옷가게도, 수건가게도, 이불가게도 폐업세일을 하는데 왜 서점은 못하나?

 

책이란 게 정말 할인판매를 해서는 안 되는 가치재이고, 문화상품이고, 공공재란 말인가? 폐업세일뿐만 아니라 가끔 재고정리 차원에서 할인하면 왜 안 되나? 서점뿐만의 일이 아니다. 출판사도 마찬가지다. 좋은 책을 많이 내기로 유명한 모 출판사 사장님이 10톤 트럭 서 너 대 분량의 책을 파쇄했다고 한다. 도서정가제 때문에 폐업세일도 못하고. 그 울화를 참지 못해 아프기도 하셨단다. 오늘 그분의 글을 보며 나는 마음이 너무나 무거워졌다.

 

1022일 중부일보의 김재득 기자는 "도서정가제 위반 860건에 과태료 부과 549"이라고 보도했다. 최근 5년간 도서정가제 위반 신고 건수는 총 860건으로 이중 549건에 대해 각 지자체가 과태료를 부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임오경(광명갑)의원에게 제출한 ‘2019 출판산업 실태조사결과 이같이 드러났다.

 

출판유통 활성화를 위한 개선 분야는 도서정가제(25.1%), 출판 물류 중심의 유통구조 개선(15.2%), 개인의 도서 구매력(15.2%), 기관(도서관 등)의 구매력과 납품제도 개선(13.8%) 순이었다. 출판사의 주력 출판 분야는 일반단행본(60.4%), 학술서·전문서(20.4%), 유아·아동도서(8.2%), 수험서(4.0%) 등으로 나타났다. 응답출판사들의 영업이익률은 평균 18.4%, 주력 출판 분야에서는 학술서·전문서(25.1%), 수험서(23.1%), 일반단행본(16.7%) 순으로 높았다. 출판사의 평균 반품률은 16.7%, 주력 출판 분야는 일반단행본(18.1%), 교과서 및 학습참고서 15.8%, 학술서·전문서 14.7% 순이었다.

 

프레시안 1016일자에서 사회학자 윤여일은 도서정가제와 책의 생태계를 말한다. 2014년 마련된 현행 도서정가제가 올해 1120일까지 재검토를 앞두고 있다. 도서정가제 변경으로 바뀌는 것은 책 판매 가격만이 아닐 것이다. 현행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는 동안 신생출판사, 신간발행종수, 독립서점이 늘어났다. 도서정가제는 책을 기획하고, 작성하고, 제작하고, 유통하고, 독해하고, 논의하는 책의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도서정가제는 어디서나 출판사가 정한 책값대로 판매하도록 규율하는 제도이다. 현재 한국의 도서정가제는 10% 할인, 5% 적립을 허용하고 있어 부분도서정가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현행 도서정가제는 201411월에 마련되었다. 3년마다 제도의 타당성을 재검토하는데, 2017년에는 '유지'로 결정되었고 올해 1120일까지 다시 결론을 내야 한다. 작년 7, 13개 출판·전자출판·유통·소비자 단체가 참여한 민관협의체가 구성되어 논의를 이어왔고 유지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었다. 그런데 올해 7, 문체부가 갑작이 재논의를 통보하며 도서정가제 문제가 불거졌다. 문체부는 소비자 후생 고려를 재논의의 이유로 밝혔다. 이를 출판계는 '책값 할인 폭'을 높이는 쪽으로 현행 도서정가제를 변경하라는 압박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소비자 후생이란 무엇일까. 책값 할인폭이 커지면 소비자 후생이 증진될까. 2019910, 오픈마켓 운영자의 출판문화산업진흥법(도서정가제) 위반 사건(대법원 20195464) 결정에서 대법원은 도서정가제의 입법취지를 이렇게 밝힌 바 있다. “지나친 가격경쟁으로 인한 간행물 유통질서의 혼란을 방지하고, 저자, 출판사, 서점을 안정적으로 보호 육성하여 소비자인 독자에게 다양하고 풍부한 내용의 간행물을 제공하는 것”. 대법원의 해석에 따르면 현행 도서정가제가 소비자를 위해 마련된 것인데, 어째서 문체부는 소비자 후생을 명목으로 도서정가제를 위축시키려는 것일까.

책값의 대폭 할인이 허용된다면, 현행 도서정가제의 유지 내지 변경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상할 수 있다. 자본력이 큰 출판사가 작은 출판사보다 유리해진다. 자본력이 큰 대형서점, 온라인서점이 작은 서점보다 유리해진다. 출판사 간, 서점 간 가격경쟁 가운데 자본력이 낮은 쪽이 점차 도태된다. 할인율을 높게 책정해 대량으로 판매할 수 있는 도서 중심으로 출판시장이 왜곡된다. 이윤을 기대하기 어려운 비인기 분야의 도서는 제작이 줄어든다.

 

1. 출판사와 서점 그리고 작가와 독자

대형서점의 매대에 놓인 책들, 온라인서점의 상단에 오르는 책들은 모두 해당 출판사가 마케팅 비용을 들인 것들이다. ‘대박을 치는 상품을 종종 내놓지 못하는 한, 자본력이 작은 출판사는 마케팅 경쟁에서 버티기 어렵다. 특히 자기계발서가 아닌 인문사회과학서처럼 애초 대박을 칠 가능성이 희박하고 할인도 크게 할 수 없는 책들을 펴내는 전문출판사들은 전망이 몹시 어두워진다.

 

작은 서점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작은 서점은 대형서점과 온라인서점의 할인율을 따라잡을 수 없다. 애초 공급율이 다르다. 대형서점과 온라인서점이 도매상에서 정가의 50~60%에 책을 공급받을 때, 작은 서점은 75~80% 선에서 책을 들여온다. 20% 넘게 할인하면 남는 게 없다는 뜻이다. 그런 작은 서점에 손님이 찾아오더라도 책들을 구경하고는 정작 소비는 할인율이 높은 온라인서점에서 할 공산이 크다.

 

책의 내용보다 가격에 민감한 출판풍토가 조성되면, 그 부정적 영향은 출판사와 서점은 물론이고 독자만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작가들에게도 미칠 게 분명하다. 상품성이 검증된 소수의 작가에게는 보다 좋은 계약조건이 마련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대다수의 작가, 아직 책을 내본 적 없는 작가는 원고를 작성해도 책으로 만들어줄 출판사를 구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작은 출판사와 작은 서점들이 도태되면 작가 입장에서 책을 펴내고 알릴 기회도 더욱 줄어들 것이다.

 

한편, 출판계 노동자는 어떨까. 영세출판사, 전문출판사가 대체로 어려움을 겪으리라는 것은 자명하다. 대형출판사나 온라인서점이라 한들 과도한 할인 경쟁은 위험을 동반할 것이다. 얼마나 할인할지를 두고 시시각각 경쟁사의 동향을 살피며 책을 제작하거나 유통하는 노동 현장을 상상해보자. 그리고 할인율이 복잡해지고 수시로 변화하면 창작자, 출판사, 유통사는 수익 배분을 어떻게 하게 될까. 제도와 관행이 어그러지면 이들 사이에도 힘의 논리가 적용될 것이다.

 

2. 웹툰과 웹소설

현행 도서정가제는 앞서 부분도서정가제라고 불렀지만 정가를 지키자가 아니라 할인폭은 여기까지다를 골자로 하기에 도서할인제한제가 정확한 표현일지 모른다. 지난 8월 한국출판인회의, 그리고 10월 한국출판인회의와 작가회의의 발표에 따르면 출판사, 서점, 작가 모두 도서정가제의 필요성에는 공감 비율이 높고,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상당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아울러 차이도 엿보인다.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는 최근에 나온 게 없지만, 분명 양상이 다를 것이다. 이 차이와 간극에 완전도서정가제인가/아닌가라는 다음 논의를 위한 소중한 논점들이 잠재해 있을 것이다.

 

전자출판물에 대한 도서정가제 적용도 중요 쟁점이다. 지금까지 도서정가제 문제를 종이서적의 할인율에 초점을 맞춰 살펴보았는데, 적용범위도 첨예한 문제다. 제작과 유통 방식이 종이책과 다른 전자출판물에 대해 도서정가제를 적용해야 하는가, 적용한다면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가. 여기서도 전자책과 웹소설, 웹툰 등 연재 위주의 웹콘텐츠는 조건이 다를 것이다. 포털 기반 대형유통사와 중소형 플랫폼의 이해관계도 다를 것이다. 따라서 도서정가제 논의가 생산자이냐/소비자이냐, 온라인서점이냐/오프라인서점이냐, 종이책이냐/전자책이냐 등의 대립적 구도로 공방이 오가면 논의는 보다 나은 대안을 위한 합의 형성에 이르는 게 아니라 갈등만 키우게 될 수 있다.

 

[참고] 1022일 중부일보의 김재득 기자

http://www.joongboo.com/news/articleView.html?idxno=363451706&fbclid=IwAR3CeRasRXqiMk4XOmcvmYRIu7Zf0TwflKMhyT2FA1aVxWpWPxIn-Kuu3gE

[참고] 오남석 기자, 문화일보, 2020/10/23, greentea@munhwa.com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20102301031430119001&fbclid=IwAR2Mtv4NtiqQlnREC-AjAAEmFUhHAdyhWix4sikTH52rcE8dLT2WRucjaGE

[참고] 1016일자 프레시안, 윤여일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2/0002154881?sid=001&lfrom=kakao&fbclid=IwAR0qa114oOZlCBl-OhU1lOvAAc3gAfB--vHeYt1iCMd1ub6h3j-L_2Oo1z8

 

...

    뉴스페이퍼 

    소명출판 “10톤 트럭 서너 대 분량 파쇄...” 도서정가제 속 판매도, 보관도 어려운 재고 도서 

    소명출판 “10톤 트럭 서너 대 분량 파쇄...” 도서정가제 속 판매도, 보관도 어려운 재고 도서 
     김보관 기자 승인 
    2020.10.24 00:22
     댓글 2 조회수 1415

    ‘도서정가제’ 실시 이후 반품 도서나 재고 도서에 대한 15% 이상의 추가 할인 판매가 어려워지면서 많은 출판사가 ‘파쇄’를 선택하고 있다. 반품 도서 또는 재고 도서를 창고에 보관하는 데에만 해도 물리적, 자본적 지출이 기약 없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며칠 전 소명출판의 박성모 대표는 자신의 SNS에 “오늘, 10톤 트럭 서너대 분량의 책을 파쇄하기로 결정했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글을 게재했다. 그는 이어 “저마다 성격은 좀 다르지만 출판사들이 종종 겪어야 하는 일이 파쇄다. 그래도 장부 정리를 위한 최소한의 일은 해야 하지만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라고 말을 이었다. 

    [사진 출처 = 소명출판]
    [사진 출처 = 소명출판]
    ‘소명출판’은 인문·학술 분야의 책들을 주로 발행하는 곳으로 1998년 설립됐다. 그 이름처럼 ‘상업성’보다는 ‘소명’ 의식을 갖고 책을 엮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 출판사는 “인문학의 지적 자산이 될 학술서 출판”을 향한 다짐으로 약 20여 년간 1,600종에 가까운 책을 펴냈다. 

    그러나 베스트셀러와 같이 일시적인 대량 판매와는 거리가 먼 학술도서의 특성상 출간도서가 오랫동안 창고에 머무는 일이 반복됐다. 뉴스페이퍼와의 통화에서 박성모 대표는 “사실 저희만 그런 것은 아니다. 출판사에서 재고, 반품 도서에 대한 공간을 무한정으로 확보하기가 어렵다.”며 “물류 대행하는 곳에 쌓인 책 외에도 사무실 한 층을 비워 책을 쌓아두고 있지만, 그 공간에는 계속해서 새 책이 온다.”는 사정을 전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오랜 기간 해당 도서를 보관하는 데 소요되는 공간과 비용이 적지 않아 차라리 ‘폐기’를 결정하게 된 것이다. 더욱이 현행 도서정가제 아래에서는 일정 기간이 넘기 전까지 할인 판매가 불가능해 달리 처리할 방도가 전무하다.

    그러나 박성모 대표는 “특별히 안타까울 일이라기보다 현실적인 구조가 그렇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도서정가제의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일정 부분 추가로 논의되어야 할 지점들이 많다.”는 이야기도 함께였다.

    이어진 인터뷰에서 그는 “도서정가제가 대형 출판사, 대형 서점과는 맞아떨어지는 지점이 있을지언정 작은 출판사와 작은 서점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의견에는 함정이 있다고 본다.”며 “현행 도서정가제에는 디테일한 수정이 필요하다.”고 첨언했다.

    본지와의 통화에서 팬덤북스 박세현 대표 또한 “우리 출판사도 매년 몇 톤 분량의 책을 파쇄한다. 올해 최대한 기증을 하고 내년 초쯤 파쇄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라는 상황을 전했다. 약 15,000부가량의 도서를 제작할 때 드는 비용은 수억에 해당하지만, 파쇄 후 받는 비용은 ‘36만원’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나아가 그는 “각계의 입장이 다른 만큼 도서정가제를 조율하는 데에 여러 어려움이 있겠지만, 단순히 출판사가 늘었다거나 출판 종수가 늘었다는 것으로 판단하기에는 문제가 있다.”며 “각 출판사가 실제로 어느 정도의 책을 출간하고 있고 그것이 얼마나 수익으로 이어지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고 했다. 단순한 수치나 데이터로 접근하기에는 놓치게 되는 것들이 많다는 것이다.

    박세현 대표는 과거 도서정가제 시행 이전의 경험을 떠올리며 “당시에는 한 종에 5,000부에서 10,000부가 판매되었으나 현재는 2,000부도 쉽지 않다. 인문·교양·전공 서적의 경우 1,000부도 팔기 힘들다.”고 이야기했다.

    현재 18개월의 기한을 둔 ‘재정가 제도’를 12개월로 축소한다는 방안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박세현 대표는 “18개월, 12개월이 지나면 이미 독자는 떠나간다. 반년도 안되어 출판 주기가 변하는 것이 현실이다.”라며 “해당 논의는 큰 의미가 없다.”고 직시했다.

    그에 따르면, 수많은 반품 도서와 재고 도서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결국 ‘파쇄’밖에 남은 답안지가 없다. 판매도, 보관도 어려운 상황인 데다 모든 도서를 회수해 일일이 표지를 바꾸는 작업을 하는 데 지출되는 자원이 판매량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을 훌쩍 뛰어넘기 때문이다. 상상출판 유철상 대표도 마찬가지로 “재정가를 책정한다고 해도 큰 판매가치가 생기지 않는다.”는 말과 함께 “그렇기에 해당 제도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속사정을 전달했다. 

    소명출판 박성모 대표의 SNS 글 말미에 붙여진 “모르긴 해도 파쇄의 과정을 거치면 재생지로 거듭날 것이다. 우리의 수준은 꽤 높은지도 모르겠다. 멀쩡한 책을 파쇄해서 재활용(재생지)을 하는 경지이니까.”라는 문장은 담담하고도 따끔한 한마디다.

    뉴스페이퍼의와 통화한 상상출판 유철상 대표에 의하면 10톤 트럭에는 약 1만 권의 도서가 실리며 이를 창고에 보관하는 데에는 매달 100만원에 가까운 비용이 소요된다. 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발생하는 지출에 해당해 출판사의 부담을 가중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누군가에게 읽히길 기다리던 새 책이 ‘폐지’가 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독자의 손끝에 가닿기 전 차가운 칼날을 맞이하는 수천, 수만 권의 책들. 그리고 어느덧 한 달을 앞둔 도서정가제 재개정 논의. 출판 생태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보다 치밀하고 상세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http://www.news-paper.co.kr/news/articleView.html?idxno=75633&fbclid=IwAR2ODN5OrjQM8O_caG_yV_jJV-gVV2yiPBZYLIP_OjLFF8w3uCwFkf5o1YI
    -
    20만 명의 청와대 청원과 장관 답변
    "도서정가제의 폐지를 청원합니다."
    참여인원 : [ 209,133명 ]

    카테고리문화/예술/체육/언론 청원시작2019-10-14 
    청원마감2019-11-13 청원인naver - ***
    [청원내용]
    처음에 도서정가제 시행할 때 <동네서점 살리기> 캐치프라이즈로 내걸지 않으셨습니까?
    중소규모의 서점과 출판사가 같은 조건으로 경쟁하기 위해서 실행한다고 했습니다.

    - 지역서점은 2014년 1625개에서 2017년 1535개로 감소
    - 오프라인 서점 수 2009년 2846개 > 2013년 2331개 > 2017년 2050개로 감소


    2014년도까지의 도서정가제는 비교적 합리적인 측면이 있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저렴할수록 좋지만 중소 서점과 출판사와의 상생을 위해서 어느정도의 규제는 같이 감당할 수 있었습니다.

    <구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제22조(간행물 정가 표시 및 판매)>는 발매 이후 18개월간은 최대 10%의 할인만이 가능했지만 그 이후에는 무제한 할인이 가능하다는 조약이 붙었고 가격 할인과 별도로 10%의 포인트를 적립하게 하는 등의 합리적인 추가 조항이 붙어있었습니다.

    하지만 최재천 전 의원이 발의한 <현 출판문화산업 진흥법 제22조(간행물 정가 표시 및 판매)>는 발매일과 관계없이 모든 책이 10%의 가격할인만을 가능하게 하였으며 도서관, 군부대, 교도소 및 공공기관에 복지의 개념으로 할인을 적용할 수 있게 하였던 조항마저 폐지하였습니다.


    - 독서인구 ‘2011(61.8%) > 2013(62.4%) > 2015(56.2%) > 2017(54.9%)’로 감소
    - 2014년 평균 책값 15,600 -> 2017년 16,000
    - 2014년 출판사 매출 규모 4조 2300억 -> 2016년 3조 9600억
    - 2014년 도서 초판 평균 발행 부수 1979부 -> 2017년 1401부
    ‘도서 정책의 기본 방향은 결국 책 읽기를 권장하는 쪽이어야 하는데 현행 도서정가제는 국민들의 책에 대한 접근성을 오히려 떨어뜨리고 있다.’ 이상헌 의원이 18년 문체부 국정감사에서 발표하신 내용입니다.
    --------------------------------------------------------------
    도서정가제 이후 출판시장이 나아질거라고 출판사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부정적이기 그지없습니다. 독서시장은 도서정가제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심지어 ‘동일 도서의 전국 균일가 판매 제도’ 즉 완전 도서정가제가 논의되고 있습니다.


    외국에서는 이미 시행된다며 우리도 도입하자고 말하고 있지만 도서정가제를 시행중인 16개국의 법은 우리나와 다릅니다. 한줌 독서 인구를 그저 털어먹기만 할 줄 아는 규제만 있는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도서정가제를 시행하는 외국의 여러 나라들에는 소비자의 도서 구매 부담을 줄여주는 여러 장치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ex. 영미권-> 저렴한 페이퍼백의 출고
    일본 -> 저렴한 문고본 출간, 전자책은 적용대상에서 제외
    프랑스 -> 출판 24개월이 경과된 책에 관해서는 오프라인에서 제한없이 할인.
    ===================================================
    일본에서는 전자책이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예시가 나와서 이북에 대한 이야기를 덧붙입니다.
    전자책은 데이터베이스를 다운로드한 것으로 구입한 플랫폼이 사라진다면 그 책의 소유조차 주장할 수 없습니다. 중고 책방에도 팔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독자는 전자책을 구입보다는 대여의 개념으로 보고있고 전자책 플랫폼은 구독 혹은 대여의 개념으로 할인을 많이 적용시키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자책은 동네책방을 위협하는 요소도 아니며 책을 소유할 수조차 없는데 종이책과 같은 정책을 적용받는다는 것은 불합리해 보입니다. 다른 국가처럼 전자책에 있어서는 규제를 폐지 혹은 별도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론>
    출판사의 매출 규모도 줄고 동네 서점도 감소하고 있습니다. 독자들은 책값이 비싸다며 도서정가제를 소리내어 반대하고 있습니다. 책의 저자들은 시행전이나 후나 아무런 영향을 받은게 없다고 조사에 응답했습니다.

    https://www.hankyung.com/news/article/2016042259421
    책을 자주 구입하는 소비자의 입장으로서는 이 사설기사에서 말하는 것처럼 단통법과 같이 그저 실패한 정책이요 도움이 안되는 정책이라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이 정책은 도대체 누구에게 이익이 되고 있는 것 입니까? 
    -----------------------------------------------------
    지식 전달의 매체로서 책은 언제나 구할 수 있는 곳에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되어야 합니다. 이 정책은 부담스러운 가격에 도리어 독자에게 책을 멀어지게 하고있습니다. 그렇기에 도서정가제의 폐지를 청원합니다.


    <참고>
    - 통계청 <사회조사>
    - 출판문화산업 진흥법 제22조
    - http://www.news-paper.co.kr/news/articleView.html?idxno=61184
    - http://www.newspim.com/news/view/20181018000374#Redyho

    [문체부장관 답변원고]
    안녕하십니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박양우입니다.

    오늘은 ‘도서정가제 폐지’를 요구하신 청원에 답변 드리겠습니다.


    청원인께서는 2014년 이전의 도서정가제는 ‘판매하는 자’와 ‘구매하는 자’의 상생이라는 합리적인 측면이 있었으나 2014년 도서정가제가 개정된 이후 오히려 책에 대한 접근성을 떨어뜨려 독서인구가 감소했고, 나아가 출판 시장이 위축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이에 따른 세 가지의 문제점을 제기하셨습니다.


    △ 먼저 도서정가제의 탄생 취지에 역행하는 ‘도서정가제’가 현행보다 더욱 강화되지 않을까 우려하셨고,

    △ 두 번째로, 동일 도서의 전국 균일가 판매제도인 ‘완전 도서정가제’가 논의되고 있는 점에 대하여 강하게 반대하셨습니다.

    △ 마지막으로 전자출판물에 대해서는 구독·대여라는 전자책의

    특수성을 반영한 별도의 규제 또는 규제 폐지가 필요함을 언급하셨습니다.

    △ 결론적으로 2014년 도서정가제의 개정 이후, 소비자의 부담이 가중되면서 자연스럽게 책을 볼 수 있는 환경을 차단시킨 도서정가제의 폐지를 요구하셨습니다.

     

    본 청원은 지난 10월 14일 이후 한 달간 총 20만 여명의 국민께서 동의해 주셨습니다.

     

    우리나라의 지역서점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해오다가 현행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최근 독립서점의 수가 증가하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베스트셀러’ 도서 목록이, 구간(舊刊) 중심에서 당해 연도에 발행된 신간들 중심으로 재편되어 출판시장이 점차 건강해지는 경향도 보이고 있습니다.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이렇게 의미있는 현상도 있습니다만, 청원인께서 지적하신 것처럼 국민들의 독서율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으며, 출판산업 또한 도서 초판발행부수가 감소하고 전체 매출규모에 있어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정부에서는 지난 12월 초, 현행 도서정가제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등을 알아보기 위하여 ‘도서정가제에 대한 인식’ 여론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조사 결과 많은 국민들께서 도서정가제의 취지에 공감하고 계신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행 도서정가제로 인하여 도서가격이 비싸졌다고 인식하는 등 소비자 부담이 가중된 측면이 있고 이에 도서 구매를 꺼리게 된다는 응답이 있었습니다.

    이와 더불어 도서정가제의 향후 방향에 대해서는 전자책에 대한 별도 제도를 마련하고 소비자 부담을 완화하는 등 제도를 보완하고 개선해야 한다는 응답이 77.5%로 매우 높았습니다.


    이번 청원은 정부가 도서정가제를 비롯하여 변화하는 출판산업에 맞춰 정부의 진흥 정책에 대해 재검토할 것을 요구하시는 국민 여러분의 따끔한 질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도서정가제에 대해 설명 드리겠습니다.


    도서정가제란 출판사가 정한 도서의 정가를 소비자가 알 수 있게 표시하고 그 정가대로 판매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시장에서 자본을 앞세운 대형.온라인 서점 및 대형 출판사의 할인 공세를 제한해 중소규모의 서점이나 출판사도 같은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도서정가제의 기본 취지입니다.

    도서정가제는 프랑스, 독일 등 다양한 국가에서도 같은 취지로 도입 및 시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1977년 출판업계와 서점업계의 자율 협약을 통해 정가 판매제가 처음 시행되었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 말부터 대형마트, 인터넷 서점 등이 대량 할인판매를 실시하면서 이 자율 협약이 무력화 되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출판계, 유통계, 소비자단체 등의 의견수렴을 거쳐 2002년 『출판 및 인쇄 진흥법』이 제정되어 도서정가제는 법제화 되었습니다.


    이후 2008년, 2012년, 2014년 세부적인 조항이 지속적으로 개정되어 현재의 형태로 개정되었습니다.

    2014년 개정된 도서정가제에서는 우회적인 편법행위를 근절하고자 예외조항을 축소하고 발행 후 1년 6개월이 지나면 책을 할인할 수 있었던 도서정가제 적용시한을 폐지하고 경제상 이익 제공 비율을 축소하는 대신에 출판사가 도서의 정가를 변경하여 판매하는 재정가제도를 도입하여 시행 중에 있습니다.
    -------------------------------------------------------------------------------------
    청원인께서는 ‘도서정가제’가 강화되는 것에 강하게 반대를 표명하셨고 나아가 모든 도서를 할인 없이 정가에 판매하는 ‘완전도서정가제’가 논의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셨습니다.


    그러나 정부 차원에서 ‘완전 도서정가제’는 검토한 적도 없고, 검토할 계획도 없습니다. 현재 도서정가제에 대해서는 강화, 유지, 보완, 폐지 등 각계의 다양한 목소리들이 있습니다.

    정부는 앞으로도 충분한 의견수렴을 통해서 개선방안을 만들겠습니다.

    다음은 청원인께서 언급하신 전자책에 관련한 사항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흔히 ‘E북’이라 하는 전자책은 출간 시 종이책과 마찬가지로 ISBN, 즉 국제표준도서번호를 발급받을 수 있는데, 이 경우에는 법령에서 정하는 ‘전자출판물’로 분류가 됩니다.

    전자출판물로 분류가 된 전자책은 종이책과 동일한 혜택과 의무를 적용받습니다. 부가가치세 10%면세 혜택과 함께 ‘도서정가제’의 의무 역시 수행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웹툰, 웹소설 등 디지털콘텐츠 제작사는 ‘전자출판물’로서 ISBN을 발급받아 출간하거나, 아니면 ISBN 발급 없이 작품을 소비자들에게 유통하는 방법을 선택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물론 청원인께서 제기하신 것과 같이 웹툰, 웹소설 등 디지털콘텐츠 기반의 전자출판물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고 기술발전과 함께 유통방식도 다변화되고 있습니다.

    종이책과 제작 및 유통방식이 다른 전자출판물에 일률적으로 도서정가제를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제기 된 것을 고려해서 정부는 다시 한 번 점검하고 대비해 나가겠습니다.


    또한 도서정가제 강화정책으로 현재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으로 제공되고 있는 전자책의 ‘대여서비스’가 종료된다는 일부 주장과 국민의 우려의 목소리가 있습니다.

    도서정가제는 현재 ‘판매’되는 도서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님을 바로잡습니다.


    도서정가제는 3년 주기로 재검토하도록 『출판문화산업진흥법』에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2020년 11월 검토 시한에 맞추어 정부는 이미 출판업계, 서점계, 소비자 단체 등의 이해관계자들을 위원으로 하는 민관협의체를 만들어 개정안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본 청원을 계기로 이 회의체에 웹툰, 웹소설 등의 새로운 출판문화를 대변하는 위원을 포함하여 충분한 시간을 갖고 논의하겠습니다. 그리고 국민의 목소리를 보다 적극적으로 수렴하기 위하여 본 청원을 계기로 실시한 여론조사의 분석 결과도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청원인께서도 강조하신 것처럼 우리나라의 출판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지식·문화 매체로서 책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책 읽는 문화 확산을 위해 정부는 지역에 도서관을 더 짓고, 지역서점이 활성화될 수 있게 하겠습니다.

    또한 국민들의 도서구입비에 대한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도서구입비 소득공제 제도’ 및 구간(舊刊)에 대한 정가변경 제도 정착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겠습니다.

    이와 더불어 출판산업에 활력을 불어 넣는 새로운 출판과 유통 서비스가 생겨날 수 있도록 관련 지원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습니다.


    책은 우리가 계속 이어나가고 발전시켜야 할 지식 문화의 정수라고 생각합니다. 책의 중요성을 환기하고 출판산업 진흥을 위해 도서정가제가 나아갈 방향을 함께 고민해 주신 청원인과 국민 여러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오늘 답변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청원동의 209,133 명
    [김택근의 묵언]  청와대에 누가 있어 도서정가제를 흔드나
    김택근 시인·작가
    입력 : 2020.10.24 

    정인보 선생의 말대로 우리글과 말을 찾아내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선생이 예견한 대로 해방 이후 30여년이 흐르자 한글이 우리글로 돌아왔다. 우리 출판계는 눈부시게 성장했다. 그리고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 초반 출판계에 질적 변화가 있었다. 책이 독재정권과 맞서 싸우는 민주화투쟁의 도구가 되었고, 자유와 인권을 확장하는 광장이 되었다.

    “우리 사회의 70년대와 80년대의 실험과 실천은 민주화운동·민중운동·민족운동으로 규정할 수 있고, 이 운동과정과 연대하는 출판은 그 운동들의 논리와 정서를 모색하고 창출하는 결정적인 광장 및 힘이 되었던 것이다. 출판은 척박한 상황에서 그 척박한 상황의 제 조건을 극복해내는 논리 및 실천적인 의식을 키워냈다.”(출판인 김언호)
    책을 통해 다양한 이념, 가치, 욕구들이 분출되었다. 그것들은 결국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는 총체적인 힘이었다. 당시 출판계에 뛰어든 교수, 언론인, 학자들은 평등과 자유의 개념을 확장하며 암울한 시대에 희망과 용기를 심었다. 그들이 걸러낸 시대정신이 공동선으로 물결쳐 퍼져나갔다. 정신사를 흔드는 바람이었다. 그들의 활약은 ‘출판운동’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

    우리 현대사는 출판계에 많은 빚을 지고 있다. 특히 우리가 쟁취한 민주주의에는 출판인의 열정과 숨결이 스며있다. 비록 현실이 남루하고 갈 길이 험하지만 출판인들은 이런 자부심 위에 존재한다. 그럼에도 출판인들을 실망시키는, 도무지 믿기지 않는 일이 일어났다. ‘촛불정권’이 출판계의 숨구멍인 도서정가제(도정제)를 흔들겠다고 나선 것이다. 도정제가 붕괴되면 서점들이 쓰러지고, 그다음에는 출판사가 무너진다. 결국 그 피해는 독자에게 돌아간다. 또 우리에게는 도정제가 무너지자 출판 생태계 또한 속절없이 붕괴했던 과거가 있다. 책이 서점 대신 저자에서 나뒹구는 참담한 현장을 목격했다.
    도정제가 실시되면서 책은 비로소 책으로 돌아왔다. (완전하지는 않지만) 도정제로 출판 생태계가 안정되자 동네 서점이 늘어났다. 다양한 목소리가 담긴 모험적인 책들이 등장했다. 신기하고 놀라운 변화였다. 그러한 도정제가 다시 흔들리고 있다. 많은 이들이 그 배후에 청와대가 있다고 믿고 있다. 누군가 ‘소비자 후생’을 거론하며 도정제를 노려보고 있다는 것이다. 도대체 청와대에 어떤 이들이 모여 있어 출판 생태계를 교란시키는가.
    출판인들은 책 속에 세상을 담는다. 그들의 목소리는 대체로 맑고 당당하다. 그렇기에 박근혜 정권도 귀를 열어 도정제의 문제점을 보완하였다. 촛불정권은 뭐가 두려운 것인가. 출판계에 어떤 불만이 있는가. 출판인들은 완전 도정제를 이루지 못할 바에는 현행 제도에서 털끝 하나도 건들지 말라고 일갈한다. 책을 고깃덩어리쯤으로 여기고 출판인을 장사꾼으로 바라보는 천박한 무리와는 절연하겠다는 뜻이다.


    �썝臾몃낫湲�: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10240300005&code=990100#csidx09907534d0b2c11a9c6fd740fa8d848

화살표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