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__ 연금푸어와 하우스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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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__연금푸어와하우스리치 -- 7

뚱보강사 이기성

 

연금 푸어와 하우스 리치

 

10년 전, 201165세에 교수정년 퇴임을 하고, 국민연금에 가입하려고 신청서를 냈다. 1995년에 계원예술대학교에 조교수로 임명되어 17년간 근무하고 20118월에 정교수로 퇴임했다. 퇴임 당시 소속된 대학에 20년간 근무해야 연금이 나오기 때문에 3년이 모자랐다. 1968년부터 24개월 동안 ROTC 육군 소위로 근무한 걸 합해도 6개월이 모자랐다. 국민연금이 실시된 이명박 정권(2008~2013)에서 교사(60, 62세 정년)와 교수(65세 정년) 중에서 퇴임시 근무기간이 20년이 안 되어 연금을 수령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민원이 다수 발생했다. 정부는 20년에서 모자라는 기간은 정년 후에 국민연금에 가입해서 그 기간을 채우면 연금 수령이 가능하다고 신문, 방송에 대책을 발표했다.

 

국민연금에 6개월만 납부하면 연금을 탈 수 있다니까, 정년 퇴임을 하고 나서 바로 국민연금공단에 연금가입서를 제출했다. 며칠 있다가 60세가 넘어서 국민연금에 가입할 수 없다고 가입서가 반송되어 왔다. ‘62세가 넘은 교장/교감이나 65세가 넘은 교수는 정년 후에 국민연금에 가입하면 된다고 정부가 발표한 것이 실린 신문을 복사해서 공단에 항의하러 갔다. 담당자 말이 그 법은 그런데, 또 다른 법에는 국민연금은 60세가 넘으면 국민연금에 가입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3년 전에 ‘20년에서 모자라는 기간은 정년 후에 국민연금에 가입해서 그 기간을 채우면 연금 수령이 가능하다고할 때 ‘60세가 넘으면 가입이 안 된다는 얘기를 왜 안 했냐고 따졌더니, 그런 건 자기 부서 소관이 아니라 모르겠단다. 아래부터 위까지 참으로 고약한 이명박 정권이다. 국민연금 담당자는 교수를 했다는 사람이 그런 것도 몰랐냐고 중얼중얼 댄다.

 

2021년 소띠 해 16일자 한국일보에는 윤한슬, 이정원, 배우한 기자가 취재한 치솟는 생활비에 늘어가는 의료비’, ‘연금만으로 어떻게 사나요’, ‘연금 부담 큰 2030, 복지 부족한 6070’ 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나왔다. 2030·6070세대는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청년·노년을 사는 첫 세대다. 일자리·주거·복지에서 소외를 겪으면서도 싸가지꼰대라는 지적만 받을 뿐, 주류인 4050세대에 치여 주변부로 내밀린다. 세대간 공정을 바라는 이들의 목소리는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작은 외침이다.

 

고령층 51% "노후 준비 안 됐다"

 

"연금은 생활비로 쓰기에도 모자라는데." 서울 성북구 30평대 아파트에 단 둘이 사는 이xx(80)·oo(75)씨 부부. 자기 집에서 남부러울 것 없이 사는 것 같다. 사실 이씨 부부의 문제점은 자산에 비해 소득이 적다는 점. 두 사람의 고정 수입은 국민연금 42만 원, 기초연금 40만 원을 합친 82만 원. 용돈벌이하던 공공일자리(27만 원)는 신종 코로나19 사태 이후 끊겼다. 집은 과거 살던 낡은 빌라가 재개발된 덕에 얻을 수 있었다. 내 집(자산의 소득 전환)이 있고 부양 의무자인 자녀가 살아있기 때문에, 이씨 부부의 소득이 아무리 낮아도 기초생활보장수급 대상자는 될 수 없다.


우리 같이 70이 넘은 세대는 자신들의 노후를 대비하는 일에 소홀했다. 통계청 사회조사(2019년 기준)를 보면 65세 이상 고령층 중 "노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답한 비율은 51.4%였다. "젊었을 적 애들 키우느라 노후 자금을 만들어 두지 못했다". 아파트 관리비 30만 원에 두 사람의 병원비와 약값을 더하면 고정 지출이 최소 40만 원. 식비와 공과금을 추가하면 남는 게 없다. 겨울엔 안방과 거실에만 난방을 돌려도 겨울 난방비가 월 8만원. 연금 80만 원의 10%. 그래도 고령층이 가장 믿는 구석은 국민연금이다. 사회조사에서 노후 준비 방법으로 국민연금을 꼽은 고령자의 비율이 31.1%로 가장 높았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기초가 되는 노령연금의 월평균 수령액은 523,000(20196월 기준)에 그친다.

 

용산구 동자동 주택에 혼자 사는 지xx(64)씨가 딱 평균 액수를 수령하는 국민연금 수급자다. 지씨가 받는 국민연금은 한 달에 50만 원. 어렵게 살던 시절 여인숙을 전전하면서도 끝까지 국민연금 붓기를 포기하지 않은 덕에, 그나마 받는 돈이다. 좁은 방이지만 월세는 30만 원. 몇 해 전 뇌경색 진단을 받아 의료비까지 추가로 드는 통에, 혼자 살기에도 50만 원은 당연히 부족하다. 주식은 가장 싸게 먹을 수 있는 라면. 생존 한계 선상에서 살고 있는 지 씨이지만, 아무런 노후 준비가 안 된 6070 입장에선 지 씨가 받는 국민연금 50만 원마저도 부러운 수입일 수 있다. 국민연금은 10년의 납부 기간을 채우지 못하면, 연금으로 받지 못하고 납부한 금액에 소액의 이자를 더해 일시금으로 받아야 한다.

 

통계청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층의 2019년 공적연금(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수급률은 50.9%에 그친다. 고령층 둘 중 하나는 연금 혜택에서 완전히 배제돼 있다는 뜻이다. 특히 여성 고령자의 수급률은 35.9%에 그쳐, 남성(71.0%)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캐시 푸어 - 하우스 리치


시가 10억원 넘는 아파트에 살면서 당장 쓸 현금이 없는 '가난한 부자'. 하우스 리치, 캐시 푸어(House Rich, Cash Poor)는 많은 6070의 현주소다6070세대는 일자리·주거·복지에서 소외를 겪으면서도 꼰대라는 지적만 받을 뿐, 주류인 4050세대에 치여 주변부로 내밀린다. 202012월 우oo(64)씨가 올해 1기분 재산세 고지서를 설명하고 있다. 남편과 공동명의로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우 씨는 올해 재산세가 작년보다 30만 원 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집값이 많이 오른 건 맞아요. 그런데 이 나이에 살던 곳을 떠날 순 없잖아요. 소득은 그대론데 집값 때문에 세금만 늘었으니, 좋아진 게 하나도 없는 거죠." 우 씨는 서울 영등포구 34평 아파트를 20177억 원에 샀다. 지금은 실거래가 135,000만 원을 기록하며 두 배 가까이 치솟았다. 로또를 맞은 듯 벼락부자가 됐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우 씨 얼굴에선 웃음기를 찾기 어려웠다. 공시지가 현실화에 우씨의 집도 9억원 이상 고가주택으로 분류되며 세금 부담이 갑자기 커졌다.

 

1주택자인 우 씨에게 집은 자산이 아닌 주거지일 뿐이지만, 집값이 갑자기 치솟으며 안 그래도 부족한 유동성(현금)이 더 고갈됐다. 남편의 공무원 연금과 우 씨의 국민연금을 합하면 매달 수입은 200만 원. 적자가 나진 않지만, 남길 수 있는 돈은 거의 없다. 설상가상 뇌경색 투병 중인 남편 병원비와 약값에 매달 50만 원씩 추가 비용이 든다. 이런 상황에서 남편과 공동명의인 아파트 재산세는 작년보다 30만원이 늘었다. 우 씨는 차라리 집을 팔고, 평수를 줄여 이사해 여유 자금을 마련하라는 주변의 조언을 듣고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아파트 값이 다 올랐는데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살던 근거지를 버리고 아예 지방으로 가는 게 맞는 일인지 갈피를 잡기 어렵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60세 이상 고령자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은 78.1%에 달해 전 연령대 중 가장 높고 저축 비중은 15.5%로 전 세대 중 가장 낮았다. 쉽게 말해 현금 동원력이 가장 부족해, 집 하나 빼면 남는 게 없는 세대라는 뜻이다. 이렇듯 유동성 낮은 부동산 위주 자산으로 구성된 6070의 살림은 빠듯하다연금을 받아도 액수는 충분치 않다. 노령연금 월평균 수령액은 53만원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국민연금이 1988년에서야 도입돼 가입 기간이 짧은 이들의 경우 30~40만 원대를 받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기초연금 30만 원 정도를 더하면 연금 수입은 월 60~70만 원 수준인 셈이다.

 

6070들은 나이가 들수록 의료비 지출은 늘고, 달랑 하나 가진 자산인 주택마저 세부담이 늘면서 부담감이 가중됐다고 호소했다. 서울 강남구 33평 아파트에 사는 정xx(74)씨는 "아프지만 않았으면 좋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평생 전세살이 하던 정 씨가 5년 전 67,000만 원에 매입한 집은 현재 실거래가 18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2년 전 150만 원이었던 재산세는 지난해 320만 원으로, 26만 원이었던 건강보험료도 아파트 가격에 연동해 43만 원으로 뛰었다. 작년부터는 재산세와 별도로 종합부동산세가 50만 원씩 나오기 시작했다.

 

정 씨의 공무원 연금에 기대 살던 부부는 갑자기 커진 세금 지출에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는 중이다. 정씨는 "남편이 전립선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목돈이 없어 한 달에 한 번 주사만 맞고 있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평생 모은 돈으로 마련한 집은 6070의 분신이나 마찬가지지만, 이제 이 분신이 말년의 삶을 옥죄는 격이다. 이런 현실을 두고 수도권의 아파트에 거주하는 1주택자 조oo(62)씨는 '집 있는 거지'라고 말했다. 조씨는 "소득이 받쳐주지 않으면 집 한 채 있는 것도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중산층이라 생각하고 살았지만 집값이 오르면서 어느 날 보니 계층이 추락한 느낌"이라고 씁쓸하게 웃었다.

 

주명룡 대한은퇴자협회 대표는 "수입이 있는 것도 아닌데 집을 소득으로 보는 것(자산의 소득 환산)은 문제"라며 "일을 안 하는데도 집값 때문에 갑자기 자녀의 부양가족에서 해제돼 건강보험료 폭탄을 맞았다고 상담해 온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6070에게 집은 명함이고 자신의 얼굴인데 이들에게 평생 살던 집을 팔라고 하는 것은 잔인한 얘기"라며 "지금까지의 삶의 흔적을 흔들면 노년층의 분노가 표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참고]

윤한슬 기자, 이정원 기자, 배우한 기자, 한국일보, 2021.01.06.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0123018280002637?t=20210107032301&utm_source=dable

이유지 기자, 우태경 기자, 한국일보, 2021.01.05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0123015530003362?fbclid=IwAR3ssXxzVvqS2uxymXk20XbuVZKghGH9jvJgx1Vn67DHXw_k9eOM7fV1Vr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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