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 _영국 신사와 뇌물쌀
- 뚱보강사
- 2019.10.22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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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_영국신사와뇌물쌀-6 2019-10-22
뚱보강사 이기성
194_영국 신사와 뇌물쌀
적도에 가까운 남위 4도, 아프리카 케냐 남동 해안에 있는 도시인 몸바사 항구. '싸우는 섬'이라는 뜻의 몸바사는 아프리카 동부 해안 최대의 항구. 11세기부터 아랍인과 페르시아인에게 인기 있는 항구였는데 1498년 포르투갈이 침략해서 1729년까지 식민지로 만들었고, 1823년에 영국의 식민지가 되었다. 1930년대부터 케냐에서 독립운동이 일어나 33년간의 치열한 투쟁 끝에 1963년 12월 12일 독립한다. 초대 대통령 이름은 조모 케냐타. 독립운동할 때 영국 경찰에 잡혀서 받은 전기고문의 영향으로 평상시나 말할 때 얼굴 근육이 씰룩거린다. 우리나라 초대 이승만 대통령이 일본 경찰의 전기고문으로 얼굴 근육이 떨리고 말할 때도 말이 약간 떨렸던 것과 똑같다(국민 여러어 부우운! 하던 말투). 하기야 섬나라인 일본이 같은 섬나라인 영국한테서 많은 걸 배웠을 테니까. 몸바사 인구는 약 90만 명. 1970년대 뚱보강사네 몸바사 사무실이 있던 곳은 서쪽의 킬린디니 로드.
아프리카 동부의 케냐는 우리에게 오바마 전 미국대통령(2009~2017)의 아버지 나라로 많이 알려졌다. 오바마는 1961년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케냐 출신 유학생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두 살이 되던 해 부모가 결별했고, 인도네시아인과 재혼한 어머니와 함께 5년간 인도네시아에서 살다가 하와이로 와서 10대 시절을 보냈다. 오바마는 233년 미국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이 됐다. 다민족이 함께 사는 케냐에서는 마사이족, 키쿠유족, 루오족이 유명한데 몸바사에서 살펴보면 정치가 아닌 상권은 아랍계, 인도계가 더 장악한 것으로 보인다.
1963년에 독립한 케냐는 정치는 원주민이 할 수 있었지만 10년 후인 1970년대까지도 경제 특히 일부 기반산업이나 현대식 공장, 최신 기술은 침략자였던 백인의 힘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몸바사 항구는 반은 백만장자의 휴가지이고, 반쪽은 원양어선이 들어오는 어항이다. 5~6개월에 한 번씩 항구에 들러 그간 잡은 영하 45도로 급속 냉동된 참치를 내려놓고, 연료와 낚시용 어구(longlining)를 보충하고 6개월 치 쌀과 고기와 채소를 싣는다. 김치는 부산항을 출발할 때 엄청난 양을 싣고 왔다.
배가 11척이나 되니, 순서를 정하여 몸바사 항구에 들어올 때마다 정비를 한다. 1년에 한 번씩은 도크(dock)에 올려 배의 밑 부분에 붙은 조개, 말미잘도 떼어주고 페인트칠도 새로 해준다. 도크는 선박을 건조하거나 수리하기 위해서 조선소·항만 등에 세워진 시설인데 선거(船渠)라고도 부른다. 1970년대 당시 국내 참치잡이 원양어선은 보통 349톤 급의 중고 일본 배를 수입한 것이 많았는데, 본사는 그것보다 4배나 큰 1200톤급 배도 있었으므로 일반 원양어선용 도크에는 배를 올려놓을 수가 없었다. 부득이 해운회사용 대형 도크를 예약해야 했는데 이 대형 도크를 갖춘 조선소는 몸바사 항구에는 한 군데밖에 없었고 그곳 소장은 백인 영국인이었다.
배마다 몇 달에 한 번씩은 도크에 올려야하니 지사장은 평소에 백인 소장에게 선물과 봉투를 바쳐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자주 선물을 바치는데도 배가 도크에 올라갈 때마다 별도로 봉투를 요구한다. 마침 선박 안의 배선과 전기 시설을 수리하는 인도계 ‘다쥬’와 알게 됐다. 한국에서 기관사 자격증을 취득해서 ‘선원수첩’을 발급받아 소지한 뚱보강사와 ‘다쥬’는 같은 뱃일하는 사람이고 같은 젊은이라는 공통점으로 자주 어울렸다. 여권은 일반 여객용이고, 배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선원수첩’이 여권을 대신한다. 선원수첩으로 외국배에 취직도 할 수 있으나, 선원수첩으로는 여행 범위가 항구 지역을 벗어나지 못한다. 한 번은 도크 소장이 도크 사용 예약을 특별히 해주는 거라며 매번 내는 것보다 거액의 봉투를 추가로 요구했다.
케냐의 뇌물 현황이 어떤지 ‘다쥬’에게 물었다. 영국 식민지 시절부터 영국인에게는 뇌물을 주질 않으면 일이 진행 안 되었으므로 독립된 지금도 뇌물 주고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 ‘영국인은 국제 신사’라고 자랑하는 영국이기에, 신사 나라 사람이 뇌물을 요구한다는 게 이해가 안 갔다. 백인 소장에게 웃으면서 ‘잉글리시 젠틀맨이 왜 뇌물을 받느냐’고 한마디 했더니 ‘그럼 왜 영어에 뇌물(bribe)이라는 단어가 있겠느냐?’ ‘사람 사는 곳에는 뇌물이 있는 것이 정상’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뇌물은 어떤 직위에 있는 사람을 매수하여 사사로운 일에 이용하기 위하여 넌지시 건네는 부정한 돈이나 물건으로 비슷한 말로는 상납금, 쇳가루가 있다. 우리나라에도 아전들이 조세를 거두면서 부당하게 덧붙여 받아 내던 쌀을 뇌물쌀(인정미)이라고 불렀다. 영어로 뇌물은 bribe, (informal) kickback, backhander라 한다. 일본서는 킥백(キックバック)이 수수료. 사례금. 리베이트. 정치적 뇌물의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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